각 대학교 영재교육원 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국비로 호주 ASMS 영재학교에 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무를 추천하겠다는 말이었다.
나무를 추천하는 이유는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은 깜짝 놀랐다.
리더십은 사회성보다 상위의 개념이 아닌가?
선도 나무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홈스쿨링을 한다면 무조건 사회성이 없는 아이로 판단하는 분위기 때문에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댁에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선은 나무를 데리고 가려고 학생회관에서 영재교육원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무와 같이 수업을 듣는 아이의 엄마가 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기, 윤빈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인데 나무 엄마를 보고 싶다고 하네요. 우리 저기서 같이 얘기하면서 기다려요…….”
선은 별생각 없이 가방을 챙겨 윤빈이 엄마가 안내하는 테이블로 갔다.
윤빈이의 담임이었다는 여자는 “우리 아들도 여기 영재교육원의 기초 과정에 다녀요!”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선에게 나무와 홈스쿨링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왔다.
질문은 무례했고 태도는 거만했지만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선은 이해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내뱉은 여자의 말이 선의 귀에 꽂혔다.
“연구원뿐이 못 하지 뭐!”
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과의 대화는 뻔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내가 가지 않는(못 가는) 길에 대해 폄하하고 싶은 욕망, 그것 또한 자기 불안에서 오는 방어기제가 아닐까.
아이들 중에서도 일부러 상황을 그렇게 몰고 가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친구가 인정받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무리를 만들어 배척하는 아이들과 그걸 알고도 수수방관하는 엄마들.
그런데 영재교육원의 교수님들이나 조교 선생님들의 눈에는 그게 한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나무가 영재교육원 캠프가 끝났을 때, 선이 조교 선생님에게 물었다.
“나무는 잘하고 있어요?”
“나무는 착하고 긍정적이에요. 사회성은 오히려 더 좋아요!”
선은 사회성의 출발은 언제나 ‘바른 인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폭력으로 친구들을 휘어잡고 다니는 아이의 엄마는 항상 “우리 아이는 공부는 못해도 사회성 하나는 좋다”라고 큰 소리를 치고 다녔다.
나무가 호주로 연수를 떠나는 날까지 영재교육원 홈페이지에는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선도 아주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무가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날, 영재교육원 홈페이지에 나무가 영재교육원 추천으로 호주 ASMS 영재학교에서 연수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는 공지가 떴다.
영재교육원 교수님들의 고뇌가 느껴졌다.
그동안 얼마나 말들이 많았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영재교육원 수학과에 들어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영재교육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수학 실력이 장족의 발전을 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홈스쿨링을 편견 없이 바라봐 주시는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수학과 김은철(가명) 교수님과 김경찬(가명) 교수님은 나무에게 늘 눈에 띄는 학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특히 3학년 사사 과정의 지도 교수님이었던 김은철 교수님은 수업이 끝나면 본인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맛있는 밥―한우전문점에서 고기도 사주시고 일식집에 데려가서 회도 사 주셨다―을 사 주시면서 개인인 시간까지 할애해 주셨다.
선은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곱 살 때,
초등학교는 집에서 200m쯤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선은 점심시간이 되면 엄마가 싸주는 따뜻한 도시락을 안고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언니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런 선에게 언니의 담임선생님은 선을 볼 때마다 귀엽다고 안아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해 크리스마스이브, 선이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갔는데 미닫이 방문 밖으로 언니의 담임선생님이 엄마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가 살금살금 와서 뒷문을 조용히 열고 도시락을 살짝 놓고 가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어린 아기가 어쩜 그렇게 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