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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비탈 May 20. 2023

18.  더 많이 사랑하라고(곳곳에 천사가 있다)

선과 나무의 홈스쿨링

    

영재 교육원에 입학한 후, 나무는 자연스럽게 영재고나 과학고를 목표로 공부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무가 3학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다소 긴 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3월 중순이었을까. 밤 12시쯤, 나무가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날 저녁에 윗집에서 오징어를 넣은 김치전을 가지고 왔는데, 그게 잘 못 됐나? 곧 괜찮아지겠지,라고 선은 생각했다.


그런데 나무가 신음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선은 나무를 조심스럽게 깨웠다.


“나무야! 많이 아퍼?”


“아니, 아까보다는 좀 괜찮아진 것 같아.”


선은 나무의 침대 아래에 담요를 깔고 누웠다.

나무의 신음 소리는 밤새 멈추지 않았다.


날이 뿌옇게 밝아오자 선은 서둘러 입원할 준비를 하고 나무를 깨워 택시를 타고 지역에서 제일 큰 병원인 P병원 응급실로 갔다.


나무가 아프다는 표현을 요란하게 하지 않아서일까(나무는 참을성이 많은 아이였다). 응급실의 간호사와 의사는 진료를 재촉하는 선에게 계속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와 봐야 한다는 말과 곧, 오실 거라는 말만 반복했다.


곧 오실 거라는 가정 의학과 의사는 오후 진료가 끝나서야 나타났다.

날이 밝자 달려온 환자를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고 미안하다는 말, 단 한 마디만 하더니 ct를 찍으라는 오더를 내리고 갔다.


결과는 맹장염이었다(맹장염을 하루 종일 방치했다, 그 의사는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을 알고 있을까?).


수술은 특진 의사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수술을 끝내고 입원실에 왔는데 이상하게 열이 깔끔하게 내리지 않았다.


선이 친정엄마를 간호했던 경험으로는 수술한 다음부터는 열이 뚝 떨어져야 하는데…… 불안했다.

선은 열이 내리지 않는다고 계속 주치의와 간호사에게 말했지만 주치의나 간호사는 해열제를 처방했으니까 괜찮아질 거라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음 날, 선과 남편, 그리고 나무가 휴게실에 앉아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딸과 함께 있는 중년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얘도 맹장수술 했어요?”


“예, 어제 했어요.”


“우리 애도 지난주에 했는데 배가 아프다고 해서 다시 입원했어요.”


순간 선과 남편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의 남편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그만 들어가자!”


두 사람의 표정을 읽었던 것일까? 여자가 말했다.


“아직 젊어서 그런지 얘는 그래도 회복이 빠른 것 같네, 역시 한 살이라도 젊으니까 달라!”


선은 생각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일까?’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난 뒤, 퇴원했다.

퇴원을 알리는 주치의에게 선이 계속 열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주치의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퇴원하고 약을 먹었는데도 고열은 아니지만 열은 계속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에서 준 약을 다 먹고 외래를 보는 날, 특진 의사에게 말했다.     

  

“이상하게 계속 열이 안 내려요.”     

  

“그건 맹장 수술 때문이 아니라 감기나 뭐 다른 거 때문에 그래요. 그 정도는 괜찮아요.”     


선은 의사의 말을 믿고 진료실을 나왔다.

그런데 그날 저녁 열이 38.5도를 넘었다.

나무가 입원했던 병동에 전화를 걸어 열이 높다고, 주치의에게 빨리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간호사는 선에게 앙칼지게 말했다.     


“그건 맹장 수술하고 상관없어요!”     


다음 날, P병원의 내과 과장으로 있다 개업한 의사를 찾아갔다.

그는 수술 부위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역시 감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다시 보자고 말했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열은 좀 내렸지만 정상체온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서 잘 못 된 것일까?

선은 먹는 것에도 각별히 신경 쓰면서, 그릇도 매일 끓는 물에 소독하고 생수 대신 유기농 보리차를 끓여주는 등 매사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모든 노력이 소용없었다.


내과에 다시 갔다.

의사는 처방전을 발행하면서 이 약을 먹고도 계속 열이 나면 그때는 암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도 열은 내리지 않았다.

선은 아침 일찍 나무를 데리고 P종합 병원이 아닌, L종합 병원으로 갔다.

소아과 의사는 혈액 검사 결과 염증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우선 입원시키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의사가 있다고 말하고 나무의 친구 아빠를 찾아갔다.

종현이 아빠라면 가족처럼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나무의 친구인 종현이 아빠는 마침 P병원 출신이었다).


기다리는 환자가 많았다.

선은 접수를 하면서 종현이 친구인데 급해서 찾아왔다고 선생님에게 말씀 좀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선은 고열에 시달리고 있는 나무에게 계속 괜찮아?라고 물어보면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나무는 선이 물어볼 때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엄마를 안심시켰다).      

대기실에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갔을 무렵, 간호사가 나무의 이름을 불렀다.

종현이 아빠는 그제야 결과지를 보고 놀라더니 근처에서 방사선과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현이 친구인데 빨리 MRI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소개해준 방사선과에 가서 판독 내용을 들었다. 방사선과 의사는 결핵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종현이 아빠는 P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친구라고 말하면서 빨리 부탁한다고 말했다.


선은 나무를 데리고 P병원의 응급실로 다시 갔다.

초저녁의 응급실은 한산했다.

응급의사의 안내에 따라 CT촬영을 하고 종현이 아빠가 소개해준 의사를 기다렸다.


선은 응급실 의사에게 선생님은 언제 오시냐고 계속 물었고 응급실의 의사는 곧 오실 거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나무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의사는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온 듯한 얼굴로 들어와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얼굴은 나무의 상태와는 너무 동떨어진 얼굴이었다.

선은 그 의사에게 나무를 맡길 수 없었다.     


“아빠가 지금 서울에 있는데 빨리 데리고 오라고 해서 서울로 가야 될 거 같아요.”     

 

계속 상황을 지켜봤던 응급실의 의사는 미안한 얼굴로 선에게 카피한 CD를 주면서 “오늘 안으로 꼭 대학병원에 가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선은 나무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서 터미널에 전화했다.

막차 시간까지 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나무에게 저녁을 주고 짐을 챙겼다.

그리고 콜택시를 불렀다.


집 밖에서 짐을 들고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휴대폰이 없었던 선은 다시 집으로 들어가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택시가 위치를 잘 못 알아듣고 다른 곳으로 갔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보내줄 차가 없다고 말했다.

선은 지금 급하게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야 되니까 제발 부탁한다고 사정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계속 택시가 들어오는지 동네 입구만 살펴보고 있었다.

선과 나무는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이 골목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앞으로 나가 확인하느라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어둠 속에서 골목을 지나가던 승용차가 선과 나무 앞에 섰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지금 터미널에서 막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야 되는데 택시가 안 와서요.”     


“얼른 타요!”     


“막차가 몇 시예요?”     


“오 분 남았어요!”     


늦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그는 선과 나무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뛰어갔다 오더니, “심야에 가는 차가 한 더 있대요!”라고 말했다.

천사가 그렇게 말해주었다.      




선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선과 나무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대학병원으로 갔다.

고열 때문에 한기에 떨고 있는 나무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움직이고 있었다.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소아 응급실은 만원이었다.


빈 침대가 없어 휠체어에 앉아 혈액을 뽑은 다음 의사는 CT촬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 세 번째 CT촬영이었다. 수술을 하고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린 나무는 체중이 많이 빠져 손과 발의 뼈가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

갑자기 선의 시야가 까맣게 덮이더니 암흑 속으로 빨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선이 방사선실 앞까지 따라온 정형외과 의사에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제가 지금 왜 이러죠……”     


정형외과 의사는 상관하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 목석처럼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대로 서있었고, 선의 남편이 “여기! 여기!” 하며 선을 가까스로 대기 의자에 앉혔다. 잠시 잃었던 정신이 되돌아왔다.     


응급실의 의사가 정형외과 의사와 외과 의사를 불러놓고 어느 과에서 맡을 것인지 의논하고 있었다.

정형외과 의사는 팔짱을 끼고 역시, 모든 것이 귀찮은 얼굴로 외과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외과의사는 심각해진 얼굴로 말없이 나무를 받아들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의 아빠는 아침 일찍 지방에 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의사가 선을 불러 종이에 사람의 신체를 그리고 복부의 왼쪽에 동그라미를 반복해서 그리면서 말했다.     


“이쪽에서 세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쪽에 세균 공장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패혈증이에요. 언제 갑자기 진행될지 몰라요.”     


나무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퇴원수속을 밟아야 침대에 누울 수 있는데 퇴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새벽 3시가 넘어 나무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선은 거의 울부짖는 목소리로 말했다.


“침대에 좀 눕게 해 주세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무를 비상 침대에 눕혔다.

빨간색 띠가 있는 가방을 멘 간호사가 수시로 나무의 혈압을 체크했다.

응급실 의사가 두 번째로 선을 불렀다.     


“지금, 이 응급실에서 나무가 제일 위험해요. 나무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주셔야 돼요. 아빠는 어디 계세요?”     


“일 때문에 들어갔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지만 빨리 오셔서 치료에 힘을 보태야 돼요. 빨리 와서 도와주셔야 돼요. 의식을 잃으면 안 돼요. 나무가 잠을 자지 않도록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주셔야 돼요. 어서 아빠도 빨리 오시라고 하세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선은 도리어 마음이 평온해졌다.

우리 나무는 그럴 리가 없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무의 표정도 침대에 누운 이후로 한결 편안해졌다.


선은 눈이 하얗게 쌓인 언덕에, 나무와 단 둘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외롭고 기댈 곳도 없었지만, 왠지 고요한 평화가 찾아왔고 나무의 표정은 더없이 온화했다.

선은 나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나무야, 괜찮아?”     


나무가 특유의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나 괜찮아, 잠 좀 잘게! 지금 졸려!”     


“그래, 자! 사랑해……”     


“응.”     


아기였을 때 나무는 엎드려 자는 습관이 있었다.

잠이 들 때마다 엄마나 아빠가 “나무야, 잘 자! 사랑해!” 하고 말을 하면 어린 나무는 잠이든 상태에서도 꼭 다시 고개를 들어 엄마 아빠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자는 예쁜 아기였다.  

선과 남편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잠든 나무에게 일부러 “잘 자! 사랑해!” 하고 여러 번 말을 걸기도 했다.

예쁜 아기는 그럴 때마다 잠 속에 빠진 얼굴로 눈도 뜨지 못한 채, 엄마 아빠에게 힘껏 고개를 끄덕여 준 다음, 다시 잠을 잤다.     


날이 밝자 나무의 침대 주변에 응급실 과장님과 각 과의 의사 선생님들이 모여들었다.

그중의 한 분이 선에게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남편이 왔다.

응급실의 의사는 선과 남편을 함께 불렀다.     


“이럴 경우, 원래 수술을 해서 고름을 깨끗이 닦아내야 하는데 지금 나무의 체력이 수술을 버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배액 관을 오른쪽에 찔러서 고름을 빼내야 하는데 다른 장기를 건드릴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에요. 시술하시는 교수님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시구요.”     


아침 일찍, 나무가 시술 실에 들어갔다. 선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나무는 거의 9시가 다 되어 나왔다. 표정이 밝았다.     


“교수님이 ‘너, 다시 수술 안 해도 될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어!”     


고름이 배액 관을 통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한 숨, 곤한 잠을 자고 일어난 나무는 글자를 읽고 싶다고 했다.

선은 책을 살 곳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신문을 사다 주었다.

나무는 침대에 다리를 꼬고 반쯤 누운 자세로 신문을 광고까지 샅샅이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의사 선생님들이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어제 네가 그렇게 놀라게 했던 애야?”     


선은 밤새 나무를 지켜보며 정성을 쏟아 주었던 응급 의학과 선생님과 외과 선생님들이 고마웠다.

그때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존재들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선은 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픔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아무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평생 자신만을 원망하고 싶었다.


더 사랑하라는 뜻인 거 같았다.

더 사랑하라고!’

그것만이 선에게 위로가 되었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을 때, 문병 오는 사람들마다 의료 사고를 말했다.

친척 어른이 와서 말했다.     


“너희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바보야! 그걸 가만 내버려 둬……”     


선은 소리쳤다.


“저는 지금 나무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딴생각 안 하고 오직 나무의 건강에만 집중할 거예요!”     


나무가 퇴원하고 아빠가 있는 곳에 머물고 있을 때, P병원에서 수술을 했던 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다른 과 선생님 사모님 하고 저녁을 먹다 나무얘기를 듣고 나무 아빠의 번호를 수소문해서 전화하는 거예요……”     


영재교육원 엄마들을 통해서 나무의 이야기가 전해진 것 같았다.     


“나무는 지금 괜찮아요?”     


“예, 지금은 괜찮아요.”


선의 목소리에서 공격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오히려 의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열이 있으면 응급실에 와서 CT 한 장 찍고 항생제로 치료하면 되는데 왜 안 왔어요?”     


발뺌하는 말투였다.

나약하고 너절한 인간의 민낯이 그대로 보였다.     


“외래에서도 말씀드렸고 진료를 보고 온 날, 밤에 열이 심해져서 입원했던 병동에 전화했어요! 주치의 선생님에게 연락 좀 해 달라고! 그랬더니 간호사가 맹장수술 때문이 아니라고 신경질을 내서 다른 병원으로 전전하게 된 거예요!”      


의사는 선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 의도가 없다는 것만 안도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무와 같이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친구의 엄마로부터 선에게 전화가 왔다. 무료로 변론해 줄 변호사를 소개해 줄 테니까 의료과실로 소송을 하라고 말했다.

같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지만 선은 거절했다.

끔찍했다. 다시 돼 내이는 것조차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선은 말했다.

의료 과실로 보상받는 것보다 그 사람의 기도를 받겠다고.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나무를 위해 열심히 기도 하겠지요,라고 말했다.     

선은 나무가 고마웠다.

말하기조차 끔찍한 과정을 견뎌준 나무가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특유의 온유한 심성과 긍정적인 가치관이 나무 스스로를 살려낸 것 같았다.


선이 “나무야! 괜찮아?” 하고 물었을 때,

나무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나무는 언제나,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아이였다.


늘 다른 사람보다 한 번 더 참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한 번 더 세상을, 사람을 믿는 아이였다.     

선은 매일 기도했다.

선과 나무를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준, 천사를 위해.

그리고 숭고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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