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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홀 - 골프 에티켓

눈치가 반이다.

by 뭐 어때

오늘 쓰는 골프 에티켓은 지금까지 라운드의 경험과 '이런 사람이랑 치니까 좋더라, 저런 사람은 별로였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좋은 동반자가 되기를 주제넘게 바라면서 아마추어가 또 다른 아마추어에게 알려주는 기본 에티켓이다. 고수들은 스킵하셔도.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일등이 최고! 잘하면 그만!'일 수도 있으나 실력만큼이나 매너가 중요하다. 공은 잘 치는데 매너가 안 좋으면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골프는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이고 특성상 네 명이 한 묶음이 되어 최소 5시간 에서 길게는 10시간까지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게다가 대중화되었다지만 게임 비용도 그리 싼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많은 돈을 지불하고 귀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매너 안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겠는가. 게임 규칙은 묻고 답하는 게 자연스럽고 알려줘도 기분 상하지 않는 반면 에티켓은 말하기 애매할 때가 많다. 친절히 알려줬는데 의도와 다르게 오해가 생겨 라운드 내내 맘 상하기도 한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매너는 말을 해주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고 그냥 한 게임 꾹 참고 치다가 다음에 그 사람과 안치면 된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공 잘 치는 사람보다 매너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을 잘 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매너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훨씬 쉽고 덜 수고스러우니 일단 쉬운 것부터 해보자.

물론 매너 좋고 공까지 잘 치면 금상첨화. 궁극의 목표이기도 하다.


골퍼로서 가장 좋을 때 중 하나는 라운드를 한번 하고 또 같이 가자는 연락을 받을 때가 아닐까 한다. 동반자로서 괜찮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것만 지키면 자주 선택받는 좋은 골퍼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 말 것 다섯 가지와 해야 하는 것 다섯 가지로 정리해 봤다.




# 5 things not to do


1. 늦지 마라.

골프장에 1시간 전쯤 도착해서 여유롭게 움직이고 20~30분 전에는 카트에 도착해 미리 짐 정리를 하는 게 좋다. 먼저 도착해서 체크인 종이 상단에 이름을 쓰는 부지런함이 상대에게 주는 첫인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골프장은 퍼터나 어프러치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일찍 도착해서 공을 미리 굴려보면 긴장을 푸는데도 도움이 된다.

네 명이 함께 움직이는 게임이기 때문에 내 지각이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꼭 명심해야 하고 만약 부득이하게 조금 늦게 카트에 도착했다면 '죄송합니다'정도는 하는 게 예의다. 이걸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많다. 시작 전부터 허둥지둥 대면 샷이 잘 될 리 없으니 여유롭게 골프장에 도착해서 준비하자.


2. 떠들지 마라.

동반자가 티박스에 올라가 어드레스를 하거나 샷을 준비할 때는 조용히 해야 한다. 전화를 받거나 소리를 내서 경기에 방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골프 방송에서 선수가 준비되면 캐디가 'be quiet' 팻말을 드는 것도 '선수 집중에 방해되는 작은 소리나 행동을 삼가 주세요'라는 뜻이다. 샷 하는 동작을 찍겠다고 휴대폰 카메라를 눌러 찰칵 소리가 나는 바람에 프로가 미스샷을 하게 되어 채를 집어던지며 아주 언짢은 표정을 짓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채를 던진 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예민한 운동이라 작은 소리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 매너라는 뜻이다.

지나치게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운동 아닌가 싶겠지만 이 순간을 제외한 다른 때 많이 웃고 떠들면 된다. 즐기러 나온 것 아닌가. 너무 심각한 플레이어는 별로다. 다만 그 순간을 구분만 잘하면 된다.


3. 볼보다 앞으로 나가지 마라.

아마추어의 공은 어디로 갈지 모르고 '설마 이쪽으로 오겠어' 싶은 곳으로도 간다. 타구 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고 뉴스에서도 가끔 보았을 것이다. 내 공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반자의 샷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전제일주의! 안전하고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볼을 치는 사람 주변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공을 치기 전에 '치겠습니다. 조심하세요.'라는 뜻으로 '볼'이라고 외쳐서 상대가 이제 곧 공이 날아온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좋다.


4. 공 찾는데 집착하지 마라.

모두가 아웃이라 하는데 아니라며 끝까지 공을 찾겠다면 정말 답이 없다. 공 잃어버린 것도 속상하고 벌타까지 받아야 하니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별 수 없다. 잃어버린 공 찾는 건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눈치껏 해야 한다. 프로경기에서도 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최장 3분이다. 아마추어 경기에서, 그것도 한국 골프의 현실에서는 그나마 3분 확보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빨리 잊고 심기일전하여 다음 샷을 잘하는 게 백번 나은 선택이다.


5. 퍼터라이 밟지 마라.

공이 그린에 올라가면 마크를 하고 퍼터 준비를 하면서 어느 쪽이 높은지,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 공이 홀컵을 향해갈 때 지나가는 길(퍼터라이)은 밟지 말고 돌아가야 한다. 사실 아마추어가 그 길 밟는다고 공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크게 영향을 줄까 싶기도 하지만 그린에서의 가장 큰 매너이므로 꼭 지켜야 한다. 무심코 서있다 내 그림자가 상대방 퍼팅 라인을 가릴 수도 있으니 그림자까지 다 빠질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서 있어야 한다.

한 번은 초보 때 롱퍼트가 들어가서 기분 좋아 그린에서 방방 뛰다가 혼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스파이크도 많이 박힌 신발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혼날 만했다. 그린이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뛰면 안 된다.


#5 things to do


6. 상대방의 샷에 공감하라.

4명이 한 팀이 되어 경기 시간만 5시간 가까이 한 묶음으로 다닌다.

상대의 샷이 훌륭하면 비록 질투가 나더라도 '굿샷!'을 외쳐서 칭찬해 주고 혹여나 상대가 미스샷을 할 경우에는 '낫베드'(나쁘지 않아, 괜찮아) 정도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 훨씬 기분 좋은 라운드가 될 수 있다.

예외도 있다. 아주 절친이라 생각되면 소위 말해 약간의 구찌(말로 놀리기)가 허용되고 거기서 재미를 찾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눈치 봐가면서 잘하면 골프의 맛있는 양념 역할을 한다.


7. 간결한 루틴을 만들어라.

'샷은 천천히 이동은 빠르게' 해야 한다. 반대로 하는 골퍼들이 상당히 많다.

Tee off간격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보통 7분 간격으로 팀을 배치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플레이를 서둘러야 하는 편이다. 우리 팀이 늦으면 막힌 고속도로처럼 뒷 팀 모두가 밀리고 뒤에서 기다리며 레이저를 쏘고 있으면 부담감과 짜증이 동시에 상승한다. 캐디들도 어쩔 수 없이 재촉하게 되고 그러다 빈정상하는 일이 발생해서 라운드를 망치기도 한다.

예전엔 거리 많이 남은 사람 순서대로 샷을 했지만 지금은 상대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다면 준비된 사람이 먼저 치는 레디 플레이로 변경되었다. 이것도 골프 진행의 속도를 위해서 바뀐 것이다.

지나친 연습 스윙과 긴 루틴은 모두를 지치게 한다. 연습은 연습장에서 하고 필드에서는 간결한 루틴을 가져가야 한다.


8. 스코어를 정확히 세라.

'난 내 타수 못 세겠어.' '치다 보면 잊어버리고 안 맞으면 세기 싫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본인의 타수를 정확히 세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파 5에서 최대로 세봐야 10인데 열까지 못 세는 사람이 어디 있나. 물론 해저드, 오비라도 당첨되면 더 정신없고 충분히 헷갈릴 수 있지만 세려고 노력해야 내 샷을 복기할 수 있고 발전이 있다. 잘못된 스코어로 우기기라도 하면 상대방 플레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알겠어, 네 말이 맞아' 해주지만 잘못된 스코어임을 본인 빼고 다 안다. 어쩌면 본인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습관을 들이지 않아 구력에 비해 타수를 제대로 못 세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타수를 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잡았던 클럽을 순서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드라이버-우드-7번-웨지-퍼터' 이런 순서로 쳤던 채를 기억하면 쉽다. 여러 번 실수하면서 치다 보면 잡았던 채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요새는 내가 몇 번 스윙했는지를 대신 세어주는 골프워치가 나와있기도 하다.

타수를 정확히 세다 보면 어느 순간 네 명 타수를 모두 셀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작은 내기라도 걸리면 더더욱.


9. 표정관리해라.

공 안 맞는다고 짜증내거나 감정조절을 못하면 동반자가 불편해진다. 즐기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좋은 샷과 좋은 관계를 만든다. 예전에 동반자 중 한 명이 공 안 맞는다고 인상 쓰는 바람에 모두가 싸한 분위기로 라운드를 마친 경험이 있다. '설마 그런 사람이 있어?' 하겠지만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상대 성격을 보려면 고스톱 쳐 보면 안다는 말이 있는데 골프 쳐 봐도 다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라운드 하고 별의별 사람은 되지 말자.


10. 미리 준비해라.

티샷 들어가는데 그때서 공 찾고 장갑 끼고 티 어디 있냐며 허둥대면 늦는다. 여유롭게 치면 좋겠지만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몇 번째로 칠 건지를 기억하고 준비된 선수가 되자.

세컨드 샷을 칠 때도 대략적인 남은 거리를 체크한 후 클럽을 두세 개 정도 미리 들고나가서 플레이를 하면 멀리 있는 캐디를 다시 불러 채를 바꿔야 하는 일이 줄어드니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글로 쓰다 보니 무언가 엄청 많은 걸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결국 '눈치가 반이다'.

예의와 매너는 눈치의 다른 이름이고 난 눈치 있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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