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라운드를 마치고 나서 몇 번의 라운드를 더 나갔다. 라운드 전날 밤에는 여전히 떨려서 잠을 설치고 '오늘은 잘 쳐야지' 생각하며 나서지만 여지없이 헤매는 나를 보고 매번 실망했다.
'in에서 out으로 채를 던지라고, 고개를 들지 말고, 하체가 리드를 하고, 체중이동을 해'
머릿속에 많은 정보들이 한꺼번에 엉켜서 몸에서는 오류값이 도출되었고 딱 고장 난 컴퓨터처럼 엉뚱한 답을 내고 있었다. 정말 잘 치고 싶었는데... 동반자들의 멋진 샷이 부러웠고 그렇게 되고 싶어 유튜브 영상도 수없이 보고 골프채널 유명하다는 프로들 강의도 빠짐없이 찾아서 봤다. 뭐가 잘못된 건지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았고 계속 제자리걸음인 내가 한심해서 골프 잘 친다는 고수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어요?"
"연습만이 살길이야"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별 뾰족한 수는 없다는 듯, 그저 열심히 연습하고 잔디밥- 필드를 자주 나가서 잔디를 많이 밟아본다는 말이다-많이 먹으면 좋아진다며 시크하게 대답해 준다.
결국 다시 연습장으로 : 이번엔 야외다.
다니던 실내연습장 기간이 끝나기도 했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그물망 있는 야외 인도어 연습장으로 옮겼다. 내가 알고 있었던 인도어 연습장은 영화 속에서 조폭형님이 스윙연습을 하고 있으면 행동대장쯤 되어 보이는 부하가 숨차게 달려와 '형님! 큰일 났습니다' 할 때 주로 등장하는 장소였는데 거기에 내가 있다.
왠지 인도어에서 하면 아무 근거는 없지만 좀 더 골퍼가 된 느낌이 들긴 했다. 내가 다닌 곳은 3층까지 타석이 있는 규모가 큰 곳이어서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했고 어떤 날은 빈 타석이 없어 대기를 한 적도 있었다. 골프 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고 다들 진짜 열심히 연습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동기부여도 되었다. 간혹 나보다 스윙이 이상한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품기도 하고, 멋진 샷에는 주눅이 들기도 하는 곳이다.
인도어 연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공이 날아가는 게 보이니 내 구질을 파악하기가 쉽고 무엇보다 잘 맞았을 때 멀리 허공으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면 일종의 통쾌함 같은 것이 있다. 야간에는 라이트에 비쳐서 날아가는 공들이 눈처럼 보이기도 하고(골프에 미친 게 확실하다.)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와 공이 어우러져 운치 있고 게다가 내가 다닌 연습장의 석양은 기가 막혔다.그렇게 한동안 인도어 연습장을 다녔다.
석양이 지는 연습장
또 다른 연습장으로 : 숏게임을 위한 par3연습장.
인도어 연습장과 실내연습장은 주로 티샷이나 아이언샷등을 연습한다. 가끔 어프러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드라이버 때리느라 정신없다. 누가 누가 멀리 보내나 시합하는 것 같다. 드라이버 잘 치면 멋진 쇼를 펼친 것처럼 주변에서 환호해 주고 티박스에서 내려올 때 당당하게 '감사합니다'를 할 수 있으니 물론 잘 치면 좋다. 그러나 필드를 자주 나가다 보면 숏게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드라이버 잘 쳐 놓고 어프러치 실수해서 타수를 잃고 퍼터를 몇 번이나 해서 어이없는 스코어를 받게 되면 정말 짜증이 확!!! 실제로 그런 일이 허다하다.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퍼터 역시 중요하다. 퍼터 거리감 역시 지속적인 연습으로 감각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저런 이유들로 숏게임 연습을 위해 찾게 되는 곳이 파3 연습장이다.
주로 어프러치와 퍼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짧은 홀들로 이루어진 골프장 미니 버전 같은 곳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롱게임보다는 숏게임에서 판가름이 난다. 어프러치 거리를 정해놓고 그 거리에 맞는 백스윙의 크기를 몸에 익혀서 일정하게 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쓰다 보니 상당한 고수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그렇게 연습을 했다는 뜻이다.
매트에서의 느낌과 잔디에서 치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실전연습을 위해 파3연습장을 자주 가길 추천한다.
특별연습 : 이번엔 벙커다.
초보가 가장 힘들어하는 벙커샷! 사실 벙커샷은 연습할 곳도 많지 않고, 다른 클럽 연습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벙커연습은 안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보때는 벙커 들어가면 배려해 주는 차원에서 빼놓고 치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발에 모래 묻힐 일이 없다. 완전한 초보가 아닌 몇 번의 라운드 경험이 있다면 벙커 안에서 탈출 못해 그린 도착 전 더블파가 된다 해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 실력이 된다. 트러블샷을 피해서 치다 보면 영원히 그 샷은 못 배우게 될 수도 있고 실력은 늘지 않는다. 처음에 벙커 들어가면 일단 겁이 난다. '못 나가면 어쩌지' 생각하는 대로 된 다했던가. 특히 골프는 더 그런 것 같다. 물에 빠지면 어쩌지 하면 물에 빠지고 못 나가면 어쩌나 하면 못 나간다. 자신 있게 '안되면 말고'라는 맘으로 쳐야 한다. 자신감이 반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벙커연습장이 있는 곳에 가서 연습하길 권한다. 필드에서 똑같이 실수를 할지언정 벙커연습을 해 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자신감의 차이는 당연히 다를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결과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벙커에 안 빠지게 치면 가장 좋겠지만 딱 빠질만한 곳에 귀신같이 설계해 놓아서 자주 걸려들게 되어있다. 벙커에 안 빠지는 법을 누군가 알려줬다.
'벙커를 향해 쳐라, 그러면 절대 벙커로 안 간다'
골프가 얼마나 원하는 대로 보내기 어려운 운동인지를 말해주는 우스갯소리다.
그렇게 재미있어지기 위한 나의 재미없는 연습은 계속되었고 수년동안 연습장도 종류별로 바꿔가며 쉬지 않고 다녔다. 욕심은 지나치면 화가 되기도 하지만 내 꾸준함과 애씀의 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레슨프로도 몇 번 바뀌었고 넌 아직도 연습장을 다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이제 배운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나에게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1년이나 연습했는데 왜 아직도 못 치는 거야? 대체 언제 잘 칠 수 있어?" ( 골프에서 1년은 배운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다.)
"이런! 구력 10년 된 사람도 안 맞아서 연습한다던데 1년 하고 그러시면 아니 되오"라고 대답해 주면서 그 끝에 내가 고민할 때 들었던 얘기를 똑같이 해주고 있다.
'
연습만이 살길!!! 비법은 없다.
그때 그 고수의 대답을 생각하며 왜 그렇게 밖에 말해 줄 수 없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비록 아직도 고수는 아니지만.
연습한 만큼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할 수 있지만 연습하다 보면 반드시 언젠가는 잘 맞게 돼있고 잘 맞으면 훨씬 재미난 놀이가 될 수 있다. 열심히 연습하고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