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은 첫 골프수업 시작이기도 하고 쓸까 말까 고민만 하던 나의 첫 연재북에 대한 독려이기도 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주춤거리고 있을 때 용기를 주는 말이다.
생각이 많아 실행력이 좋은 편은 아니나 성격이 급해 시작도 잘하는 편이다. 아마 성격 급한 데다 실행력까지 넘쳐났으면 사고를 쳐도 몇 번은 쳤을 터이니 두 가지를 겸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으 지겨워. 그놈의 골프얘기.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내가 공인 중개사를 하던 그때 부동산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들은 분위기 전환용 소재로 골프이야기를 많이 했다. 맞장구를 쳐서 호응해주고 싶지만 아는 것이 없으니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골프 좀 쳐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골프가 늘 중심에 있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만큼 관계자 아니면 재미없는 이야기다. 어쩔 수 없다. 재미있어지려면 관계자가 되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도 없이 무작정 집 근처 실내 골프연습장에 등록했다. 골프 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허리라인도 예뻐진다는 말도 은근히 기대하면서.
7~8년 전쯤 골프연습장은 대부분 초록색 바닥과 그 위에 공 한 무더기. 흰색 바탕 위에 깃발이 그려져 있는 현수막으로 샷을 하는 아날로그 형태였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과거와 요즘 연습장)
지금은 화려한 스크린 속에 날아가는 공도 보이고 페이스 각도, 볼스피드, 구질, 백스핀등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내 샷을 분석해 주는프로그램이 깔려있는 연습장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때도 스크린이 있는 연습장이 있긴 했지만 일반 연습장보다 가격이 몇 배는 비싸서 부담이 되었다.
골프화도 없고 내 클럽도 없다. 운동화 신고 연습장에 있는 7번 아이언으로 소위말해 똑딱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다. 골프공을 클럽으로 쳐서 앞으로 보내는 거다.그조차도 쉽지 않아똑바로 보내지 못하고 버벅거린다. 바로 옆에서 드라이버를 빵빵 때리며 시끄럽게 하는 아저씨가 부럽기도 하고 초라하게 똑딱이를 하고 있는 내가 창피하기도 하다.
그래도 매일 갔다. 빨리 다른 클럽을 쳐보고 싶었다. 똑딱이를 빨리 벗어나려면 매일 가서 연습하고 프로님이 다른 클럽을 가르쳐주고 싶게 만들어야 했다.
새 클럽을 사기엔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나중에 클럽을 바꿀 일이 생길 거라는 선배들의 조언으로 중고 채를 하나 장만했다. 중고채여도 백을 어깨에 걸치고 들어갈 때는 뭐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언제까지 7번만 쳐요?' 실력도 안되면서 당돌하게 물었다. 난 성격이 급하니까.
'오늘은 드라이버 쳐볼까요?' 아싸! 드디어 나도 멋지게 샷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멋진 샷은커녕 공도 못 맞추고 헛스윙을 몇 번 하고 몸이 굳어버렸다. 얼굴까지 벌게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