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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 어때 Apr 29. 2024

텃밭에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쁜이들 텃밭

텃밭에 그럴싸한 간판을 달아주기로 했다. 무엇이든 약간의 의미부여가 작동하면 좀 더 애착이 가게 마련이다. 이름을 뭐라고 할까? 주변에는 금동이네, 일용이네등 전원일기 마을도 있고 작물 이름을 작게 적어 푯말을 세운 곳도 있다. 고민한 척 하긴 하지만 사실 단박에 결정했다. 이쁜이들 텃밭! 몹시 일차원적인 작명 수준이지만 가끔은 그 단순함이 더 와닿는다. '우린 이쁘니까 그렇게 하자.' 만장일치다. 거기에 한 줄 첨언하여 희망사항을 적었다. '꽃길만 걷자.' '제발!'이라고 쓰고 싶을 정도로 간절함을 담았다. 가시밭길 헤치고 만난 우리 이쁜 동지들 이제부터는 꼭 향기 나고 아름다운 꽃길만 걷기를 바라며 우리의 밭에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쁜이들 텃밭! 꽃길만 걷자!

대신 밭에 갈 때는 남의 밭작물에 손댄다 할 수 있으니 마스크를 꼭 써야겠다. 이쁜이는 어디 갔냐고 물어볼 수도 있으니. "여기서 이쁜이는 제가 아니고 쟤네들(상추 외)이에요"라고 우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무튼 뭐라도 이쁜 거 하나는 있으니 이름을 아주 딱 맞게 지은 셈이다.


( 마음만은 거창한 현판식)

팻말뒤로 우리들의 채소가 보이는가? 신기하고 기특한 녀석들이다. 지난주 모종과 파종에 대한  연재를 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뒤에 쓴 글이라 사진 속 채소들은 이주동안 자라난 모습이다. "혹시 죽을 수도 있어."

"괜찮아, 이렇게 모여서 수다 떨면서 심고 배우고 하는 것만으로 이미 역할은 다 했어" 처음 하는 농사에 걱정반 기대반을 가지고 혹시 모를 실패에 대하여 방어막을 치고 있었다. 지나치게 기대했다가 실망하게 되면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 동안 자라난 채소는 우리들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하나도 죽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살려 쑥쑥 자라났다. 이렇게 이름 지을 것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보란 듯이 이쁜이들의 정말 예쁜 텃밭이 되었다.

매일 가지는 못하기에 돌아가면서 물을 주러 가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잘 자라고 있음을  공유해 준다. 볼 때마다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이 어찌나 신기한지 채소사진을 보면서 엄마미소를 짓는다. 늙어가는 신호 같기도 하고. 쩝.


(애써줘서 고맙다)


이번엔 파종한 밭으로 가보자. 모종들은 그래도 심을 때 모양이 가늠이 된다. 여기서 대충 이렇게 생긴 것이 나오겠구나 같은 예상치가 있다. 반면 씨앗을 뿌리는 파종은 작은 깨소금 같은 아이가 어떤 잎을 낼지 감이 오지 않는다. 물론 농사를 업으로 하거나 취미로 오랜 시간 해온 사람은 작은 이파리 모양만 봐도 금세 알아차리겠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잡초가 난 건지 발아를 한 건지. 농사배테랑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 배워가는 중이다.


(씨앗을 뚫고 나온 새싹)


잡초같이 삐죽삐죽 나오는 초록잎들이 마냥 대견하고 신기하다.  물밖에 준 것이 없는데 싹을 틔웠다. 오만 것을 다 쏟아부어도 배신하는 것이 인간인 것에 비하면 참 욕심 없고 소박하게 잘 자라는구나 싶다.

여기서 인간에 대한 고찰로 넘어가면 복잡해지니까 여기까지 하고 퀴즈!

세상밖으로 각각의 모양으로 잎을 냈는데 뭘까? 맞춰보시라. 사실 나도 친구가 말해줘서 알았다. 내가 씨앗을 뿌려놓고도 어떤 것이 그것이었는지는 이파리만 보고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더 크면 알게 될 테니 조급함은 버리고  아무쪼록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잘 자라길 바라며 감자밭으로 이동~!

싹 나서 버려야 할 건 같이 생긴 감자를 흙속에 묻어둔지 일주일이 지나자 여린 연둣빛 무언가가 맛조개처럼 쏙 올라왔다. 그러더니 점점 초록잎을 펼치며 땅 위에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다. 모두 성공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사람처럼 얘네들도 자라나는 시기에 차이가 있나 보다. 벌써 제법 잎모양을 갖춘 녀석부터 이제야 수줍게 나오려는 아이들까지 나름대로 순조롭게 자라나고 있다.


(감자가 몇알이나 열릴까)

초보 농부치고는 제법 그럴싸한 밭모양이 갖춰지고 있다. 기르는 재미에 먹는 재미까지 더해지는 뿌듯한 그날이 기대된다.


농사짓는 이쁜이는 어릴 적에 내가 부르고 어른되어 내 아이에게 불러주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3화 연재를 마무리한다.


씨씨씨를 뿌리고 꼭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쉿쉿쉿
뽀드득뽀드득 뽀드득 싹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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