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트업을 하느니, 차라리 백수나 거지로 지내라.

[사장은 아무나 하나요?]

by 아메바 라이팅
도대체 왜 스타트업을 이렇게나 장려하는지,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2013년부터 스타트업 심사를 해 왔다. 정규 직업이 심사역이 아니라, 중소기업청과 대기업 출자펀드에서 스타트업 투자대상을 심사해 달라고 요청받아서다. 그때마다 나는 말했다. "이런 애들한테 돈 주면 안 돼."



스타트업의 사업성을 심사하는 투자포럼이나 창업경진대회를 경멸한다. 이런 가식의 장사 속이 싫다. 그래서 항상 발표자에게 심한 독설을 퍼붓는다. 남이 아닌 내가 심사해서 독설을 사정없이 퍼붓는게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청을 거절하지 않는다.


주최 측이 안달복달하며 제발 어린애들 봐서라도 힘을 줘 달라, 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들은 체도 요식이었던 내가, 슬슬 수위 높은 독설을 시작하면 이내 다들 포기하고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지켜만 본다.


아마 성질 같아선 나를 다음부턴 아예 초청심사단 명단에서 빼버리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용감하게 그런 결심을 입 밖으로 발표할 용자는 없었다. 내 돈과 명성이 필요했으니까.


스타트업 투자포럼에 여지없이 최고의 심사단을 구성했다는 정평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래야만 주최 측이 다음 회에도 투자포럼과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예산을 쥐어질 수 있으니까. 그래야만 투자펀드의 오버헤드로 먹고사는데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테니까.


스타트업을 장려해봐야 고등 전문가들이 모인 고도화된 대조직의 드라이빙 포스를 약하게 만든 뿐이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 같은 허접한 산업조직이 아니다. 걔들은 창업자가 많은 돈을 받아 창업기술을 팔고 미국에 저택을 사서 평생 잘 먹고 잘 산다. 우리는 그럴 순 없다. 걔들은 자기 나라에서 시장을 만들 능력과 규모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후진국형 인재양성으로 미국 같은 선진국을 먹여 살릴 뿐이다. 우리랑은 구조가 다르다.


둘째 이유는, 스타트업에 빠져든 고급 인력들이 너무나 젊은 나이에 신용불량과 빚의 늪에 빠진다. 스타트업에 자기 돈을 먼저 투입하는 창업자가 드물다. 내 돈과 투자금은 종자가 다른 줄기의 돈 열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돈에 대한 소중함을 달리 여긴다. 그러다 보니 몇 년이면 충분한 수의 신용불량자들이 생산된다. 당연히 그 사이에 개발된 기술이나 아이템은 유치원 학예회 수준에서 멈춘다.


셋째로 스타트업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투자할 아이템이 없다. 기술을 경쟁력이라고 우기는 창업자를 보면 "차라리 직장 생활을 더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한심함에 관심을 꺼버린다. 제품이나 아이템이 기존 것보다 우수하고 차별적인 점을 침 튀겨 말하는 걸 들으면 이내 나는 "그만 합시다."라고 끊는다. "내가 고객이 아니잖아요. 물건 파는 얘기는 들을 시간 없어요."


이쯤 독설이 시작되면 쉽게 입을 열 용기를 내지 못한다. 스타트업 창업자 입장에서, 두 이야기를 잘라버리면 할 얘기가 없다. 나도 이 사람들 정도의 그때는 그 수준이었다.


투자받을 이유를 설명할 능력자가 없다. 아직 그런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6년 동안.



넷째로 스타트업 가운데 제대로 투자 양식을 협의할 만큼 자본전략을 계상할 채비가 된 사람을 본 적 없다. 자본금의 투자 후 변동금과 투자 배수를 계산할 줄 아는 투자 경연자가 없었다. 당연히 재무제표 계획안은 눈뜨고 볼 수 없다. 정말 왜 이런 심사를 해야 하나, 원망스럽다.


정치인, 공무원, 정체불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 창업보육센터장들, 성공이라고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멘토들, 하나같이 우스운 명분을 외우는 부조리한 기생 업자들이다. 결과가 어찌 될지, 방법이 무엇인지, 를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들이다. 스타트업의 가치보다 창업을 상품으로 먹고사는 업계의 종사자에 불과하다.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아무나 해서도 안된다. 아무나 투자받아선 안된다. 아무나 꿈을 꿔서도 안된다.


로또 1등을 적어도 3번 이상 할 운이 있다면, 스타트업으로 자기 입에 풀칠은 할 것이다. 하지만 십여년이라도 버틴다면 그 끝은 비참하다.


스타트업으로 성공의 롱런을 원한다면, 삼성전자 부사장 이상급을 꿈꿔라. 스타트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만큼 재산도 모을 것이다. 더욱이 스타트업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계적 족적을 우리 세대에 남길 것이다.


억지에 강요되어 설계된 인공 꿈 따위에 빠지지마라.

스타트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성공의 여신이 굳이 당신에게 다가올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할 의지와 능력을 믿는다면, 미래 구글이나 삼성전자의 사장이 된 당신을 꿈꿔라.


그리될 자신이 없다면, 당신이 꿈꾼다는 성공한 스타트업 사업가는 허상일 뿐, 꿈조차 형상 없는 자기 기망이다.



투자포럼이 끝나고 수상자를 발표할 때. 어김 없이 그 날의 구색을 맞추려 투자금을 분배하자고 대충 얼버 무리는 게 다반사다. 몇 개 업체를 억지로 일부를 고르고 나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아편에 중국인들의 정신을 물들일 때, 영국인들도 나와 같았겠지? 투자받은 스타트업, 당신은 아편의 미끼에 걸린거야. 이제 곧 아편을 사러 인생을 바쳐도 아편 값을 감당하지 못할 거야.
keyword
이전 05화나는 3년간 1,000권의 책을 제대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