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파괴한다
옷이 당신에게 어울리는지 고민하기 전에,
당신이 그 옷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먼저 고민하십시오.
내 돈 주고도 욕먹는 느낌.
패션이 나를 테러한다는 경계심이 눈길 가는 것마다 주의령을 발호한다.
사내 자슥이, 무슨 거울보고 빗질이고!
그리고 지금 세상으로부터의 모든 해방을 실천하는 지금.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패션을 나에게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개성에 맞는 옷차림과 이미지를 만드는 게 패션의 완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완성된 패션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멋지지 않다, 라는 게 문제다.
허리 39인치가 30인치로 줄어 예전 슈트용 셔츠를 입으면 품이 남는다. 그런데 가슴과 어깨 부위는 단단히 부풀어서 맨 위 두 번째 단추가 유난히 벌어진다. 섹시함을 느끼게 만든다. 나 스스로를 섹시하다 느낀 첫 번째 발견이 셔츠의 두 번째 단추다. 아들이 입던 아베크롬비 셔츠가 딱 맞다. 거울에 비친 허리 결에서 헐렁이는 옷감의 나부낌이 미소를 부른다.
좋은 옷은 돈만 줘도 널렸지만, 그 옷에 어울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난 극소수에 입성하기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