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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는 꼭 천억을 벌거예요.' 아들의 맹세

[사장은 아무나 하나요?]

by 아메바 라이팅

아들이 특목고를 가겠다며 아빠에게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었을 때, 아들의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처음 알았다. IT기업 CEO. 겸연쩍어하는 아들에게, 정말 IT기업 CEO가 꿈이야?, 라고 물었다. 늘 아빠가 고단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돌이 지나서부터 보아 왔을 텐데, 그저 신기해서 또 물었다. 그리고 꼭 답을 듣고 싶었다.


"사실 아빠 도움 없이 한 방에 돈 버는 방법이 이거 아냐?"



어이없었다. 아들의 눈에 아빠는 한 방에 큰돈을 번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아빠는 한 방에 돈을 번 게 아닌데, 긴 시간 온갖 굴욕과 고통을 감내하며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재산을 만들었을 뿐인데, 라고 말해줬다. 하긴 아들의 말을 곱씹어보니 아들이 원하는 건 재산이지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한 방에 돈 버는 방법이라???




그렇게 따지면 아빠처럼 창업기업을 상장시키면 IT기업 CEO가 한 방에 돈 버는 방법인게 맞다. 연봉이 많다 해도 연봉 많은 것으로는 원래 많이 가진 금수저를 당해 낼 수 없다. 연봉 10억으로 10년 그대로 모아 봐야 100억 원이다. 그런 식으로 치면, 아들의 말이 맞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네 꿈이 정확히 뭐야?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야? 돈 많은 사람이야?"



아빠의 답답한 질문에 아들이 씨익 웃더니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아니 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



직업으로 돈 많이 벌어봐야 한계가 있지 않아?
난 그저 한 번에 돈을 엄청 벌고 싶어.
그래도 1,000억은 벌어야지.
그리고 난 평생 돈 버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참 당돌하다. 아들의 밑도 끝도 없는 희망에 아빠가 실없는 미소만 지었다. 이내 껄껄껄 거리며 헛웃음을 강조했다. 아들이 계속해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말했다.


전요, 돈을 벌겠다는 이유로만 직업을 가지고 평생 일하고 싶지 않아요. 돈을 한 방에 많이 벌어서 평생 돈 때문에 일하지 않고 싶을 뿐이에요.
그렇다고 아빠. 놀고먹겠다는 게 아니에요. 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으면 그때 그 일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아들에게 아빠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는 원래 돈이 수조원 인 사람도 알고 최근에 수조원을 번 사람도 알고 돈이 왜 많은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많이 안다, 아들에게 돈 많은 부자 백수가 되는 방법을 일러줬다.


하나는,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자본가가 되는 거야. 반드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에 입사해서 펀드매니저나 투자자가 될 필요는 없어. 상장회사 투자를 발로 뛰어다니다 보면, 그리고 아빠의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다면 아마 5년 이내에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거야. 많지는 않아도 100억 원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는, 네 말대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좋은 값에 팔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거지. 못해도 수백억 원은 벌 수 있고 기간도 수년 정도면 가능할 거야. 아이템만 잘 잡아서 학창 시절에 미리 준비했다면 아마 1 ~2년 이내에도 수백억 원을 손에 쥘 수 있겠지. 가능한 일이야.


세 번째는, 상장회사들을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수익을 거두는 방법이 있지. 이 경우에는 약간의 자금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데, 상장회사의 모든 것을 꿰뚫어야 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사회적 명분과 당위성도 있어야 하고, 옛날 장하성 편드처럼, 말이야.


네 번째는, 미국이나 중국으로 가서 스타트업을 세우고 투자만 열심히 받는 방법이 있지. 우리나라보다 창업자에 대한 법적, 경제적 구속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빠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천억을 날리고도 한국으로 돌아와 명문대 교수님을 하는 사람도 있어. 미국에 부동산과 집을 잔뜩 사놓고 말이야. 굳이 회사를 성공시킬 생각도 없었던 분이었지. 그래도 재산은 엄청 많지. 그리고 다른 교수들도 다 그 사람을 부러워 해.


다섯 번째는, 네가 아주 잘 나서 돈 많은 여자, 아니면 돈 많은 집에서 크게 상속받을 여자와 결혼하는 거지. 너보다 어리든, 비슷하든, 아니면 엄청 나이가 많아 엄마 뻘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어차피 결혼 생활이란 게 잠시만 해봐도 다 여자는 비슷해. 한국에서 하기가 여의치 않으면 외국 부자와 결혼하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면 좋을 거야.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들이 정색하며, 아빠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놀리는 것인지 확인해 본다. 놀린다고 확정하기엔 아빠의 충고가 너무나 진중한 표정에서 흘러나왔고, 눈빛에서는 나를 바라보라는 아빠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야, 아들의 미래 희망을 두고 농담 하겠어?", 라고 아빠가 정색을 했다.


인생은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옳게 사는 게 맞는 건지?
그렇게 살면 내가 행복할지?
그렇다고 행복하면 나는 인생을 잘 살아서 후회 없다고 여길지?
아무도 몰라, 아빠도 몰라.



"그래서 아빠가 네게 하는 말이야.", 돈 많은 부자로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싶다면, 그렇게 살아 봐.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본다고 나쁘지 않잖아. 세상이 하지 말란다고 굳이 처음부터 안 할 이유가 있어?


아빠는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다섯 가지를 다 해 볼래.
그러다 다시 어찌 살지 생각해 보면 돼!
그냥 살고 싶은대로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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