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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힘들 때, 데이비드 보위 노래를 듣자!

[사장은 아무나 하나요?]

by 아메바 라이팅

고등학생이던 시절. 본조비보다 오즈 오스본을 좋아했고 비틀스보다 데이비드 보위를 사랑했다. 글램 락과 헤비메탈의 광적 혼돈이 매혹적이어서다. 나이가 들면서 오즈 오스본에 대한 선호는 무감각해졌지만, 데이비드 보위에 대한 향수는 매번 그리웠다.



저 인간은 늙을수록 멋있어지나?




여느 팝 아티스트에게라면 어울리지도 않을 경외심이 분출하도록 만드는 마성이 데이비드 보위에게 흐른다. 난 그 경외로움을 흠숭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난 보위와 보위의 음악을 추앙한다.


데이비드 보위는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글램락의 대표주자라는 것인데 뮤직비디오와 공연에서의 몽환적 재해석이 예술 자체다.

둘째는, 데이비드 보위가 스스로를 은퇴시키고 두 명의 새로운 자아를 발현시켜 페르소나 아트의 장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글램 룩으로 상징되는 패션이다.


댄스, 일렉트릭,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Ziggy Stardust와 Thin White Duke라는 두 페르소나를 창조했다. 그때마다 보위는 완전히 다른 컨셉과 장르의 음악으로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모든 것은 이미지다.
세상을 바꾸려 했는데, 변한 건 우리다.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나온 대사다. 데이비드 보위가 이미지를 남기고 간 세계에서, 세상이 바뀌기 전에 우리가 먼저 변했다. 그래서 이미지의 보고 같은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을 들으면, 나는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열정이 샘솟는다.


우리가 화려했던 시절, 그 시절의 뜨거운 열정을 회상하는 자괴감은 잊어라. 시간은 후진기어가 없다.



나는 보위처럼, 지기 더스트처럼, 씬 화이트 듀크처럼,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가 일구어가는 화려한 열정을 꿈꾼다. 그래서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페르소나마다 나누어 듣고 상상한다.


지금의 힘들고 우울한 오늘은 나의 이미지가 아니다. 나의 세계가 아니다.



나는 세 사람의 페르소나마냥, 오늘의 나를 멋진 내일의 또 다른 나로 기획하고 그린다. 그리고 오늘의 자책과 자괴를 티끌 없이 사라지도록 화려하게 산화시킨다.


우울하고 힘들 때, 세상 살기 힘든 고통이 조여올 때, 스마트폰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Velvet Goldmine>을 들어라. 언젠가 화려할 나를 치장할 비단 같은 인생이 끝없는 화수분처럼 피어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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