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지 꽤 되는 삼성전자 사장 출신 전 임원이 중국 에스윈 그룹 부회장으로 건너간 뉴스가 뜨겁다.
매국노다! 나라 팔아먹을 거다!
나이 65살 넘은 노친네를 두고 설왕설래가 끝없다. 삼성에 해코지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영자문이나 하며 큰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다, 라고 장원기 전 사장이 애써 자신에 대한 비난을 폄하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장원기라는 전 삼성 사장은 미칠 영향이 거의 없다. 삼성이나 엘지가 중국 업체에게 기술을 뺏길 리도 없고, 세계 시장을 좀 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겪어본 삼성 임원들은 현업에 써먹을 게 없는 쭉정이가 대부분이다.
삼성 출신 임원을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정작 그 사람들 자신뿐이다. 누굴 그 자리에 앉혀놨어도 그 임원들만큼 업적을 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전혀 우려할 게 없다.
단 하나. 존경스러운 두 눈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게 만든 이는 정작 에스윈의 중국인 회장이다. 그는 집단 심리를 사업 성장에 적용한 선구자다. 장원기를 볼게 아니라, 에스윈 중국 회장을 응시해야 한다.
파뉘르지의 양떼들이란 유럽의 싯구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파뉘르지가 좋은 값에 좋은 양을 샀다고 좋아라 했는데 정작 키워보니 빈 죽정이다. 에라이! 파뉘르지가 비싸게 구입한 양을 강물에 집어던졌다. 어라?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파뉘르지가 양을 산 목동이 키우던 양 떼들이 그 양을 따라 강물 속으로 우르르 쏟아져 모두 빠져 죽었다.
이런 소네타 속 이야기로 차용된 단어가 파뉘르지슴이다.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사실과 다르거나 옳지 않더라도 다수가 말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로 복종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긍정의 무한 반복이다. 참고로 긍정이란, 좋은 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언행을 긍정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현실의 다수에게 긍정하는 것이 파뉘르지슴의 피드백이다.
나치즘, 진보의 수구화, 진영의 무한 성 쌓기 등이 파뉘르지슴이 낳은 결과다.
에스윈 중국 회장은 파뉘르지슴을 그룹 흥망의 시금석으로 꽂았다. 장원기를 높이 세워 파뉘르지가 강물에 던진 양으로 치켜세웠다. 그리고 중국 회장은 목동의 수많은 양 떼들이 에스윈으로, 중국으로 전향하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가 보아야 할 사람은, 장원기가 아니라 에스윈 중국 회장이다.
장원기는 강물에 던져져 기억 속에 사라질 것이고, 수많은 국내 엔지니어와 고급인력들이 에스윈에게 빨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