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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빈 May 02. 2021

아이가 있다

봄에 소복히 눈 내린 곳이 있다.

이팝 나무의 낙엽 위가 바로 그 곳이다.


알알이 맺힌 하얀 색 알맹이들이 백미를 닮아

이팝이라고 불리는 이팝나무.


쌀을 좋아해 집에서 백미라고 불리는 나는

이팝나무를 보면서 한 공기 가득 찬 밥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슨 알 같기도 하다.

해양생물 중에 무언가, 쭈꾸미 알 같은 그런 것들.

해물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도 나름 입맛 다실 일이다.


사람들에게 이팝나무는 이렇게 여러가지 먹을 것들을 떠올리게 하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비유는 소복히 쌓인 하얀 눈, 다셔지는 입 맛 보다는 청아함이다.


사람에겐 왜 이런 욕구가 있는 걸까. 

입 맛 보다 청아함. 정갈함, 깨끗함, 순결함.


어떤 분이 이런 말은 한적이 있다.

자기는 이슬람 신자는 아니지만 이슬람 국가에 여행을 하다 쉬고 싶을 때는 항상 모스크에 들어간다고 말이다.

아무것도 장식되지 않은 순백의 벽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렇게 평온하고 좋을 수가 없다고.


백색의 순결함은 고요, 휴식, 여유, 빈 공간의 마음과 분명 맞닿아 있다.

깨끗한 공기와 청아한 숲을 걸을 때 우리의 마음에 분명한 평화와 평온이 차 오른다.

빨주노초파남보 겹겹히 쌓인 마음 가장 밑 바닥에 평화와 평온을 갈구하는 하얀색이

가끔 저 숲을 걷도록 우리를 이끈다.


하얀색 눈이 쌓인 거리를 보며 뛸 듯히 좋아하는 5살 아이가 

무지개색으로 지쳐버린 우리의 마음에 나타나버리면 

뭔가 뭉클해진다. 

당장 순백의 고요한 곳이 그립고 눈물이 맺힌다.


나는 이 5살의 아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아이를 일부러 애써 무시하고 억누르기 일수다.

그것은 하얀색이라 우리의 인생에 재미가 없다고 억누르고 떼어놓으려 억지로 애를 쓴다. 


가만히 내 마음 속 이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면

이 아이의 말과 꿈은 나를 꽤나 설레게 한다. 

언제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을 보고 싶다고.

그렇게 덮여버린 세상을 한 껏 날고 싶다고.

그걸 보고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르고 덩실덩실 춤 추면서

뛰고 구르고 파 묻히고 미끄러질 거라고.


여러분들은 어떤가.

이 하얀색 꿈이 우리의 인생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가.

나한테는 퍽이나 설레고 할수만 있다면 한 번 꼭 해보고 싶은 설레는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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