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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 듣는 당신의 목소리

: 장국영

by 윌버와 샬롯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이 날은 학창 시절에나 즐거웠던 날이 아닌가 싶다. 반 아이들 모두 교실을 옆반과 바꿔 앉는다거나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 분필 지우개가 떨어지게 하는 등 어떻게 하면 유쾌하게 보낼지 반 친구들이랑 묘수를 짰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뻔히 알면서도 속이고 속아주는 단 하루의 이벤트 날이 아니었던가. 코로나 시국이라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오늘 학교 가는 어느 학생 중엔 꼭 평소보다 등교를 일찍 해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아이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귀여운 거짓말하는 날로 오늘이 난 떠오르지 않는다. 왜 일까? 벌써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어른이 돼서 그런 걸까?


언젠가부터는 내게 4월 1일이란 한 남자가 생각나는 날이 돼버렸다. 어떤 거짓말보다도 충격적이었던 믿지 못할 소식, 한 배우의 죽음. 그 이후부터 내게 만우절이란 어쩔 수 없이 그를 기억해야 하는 날이 되었다.

그를 이전부터 특별히 좋아한 건 아니었다. 영화처럼 살고 간 그의 삶 때문인지 그렇게 그는 내게마저 전설이 돼버렸다. 일 년에 단 하루 오늘은 그래서 그가 항상 생각난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속옷 차림에 맘보춤을 추는 그, "따거"하며 주윤발 품에서 죽어가던 그, 혹은 어느 초콜릿 광고 속 그가 떠오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그를 오마주 하는 어느 배우를 보고 '나도 저런 사람 한 명 옆에 두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2년 전부터 난 노래 한 곡으로 불쑥 그가 소환된다.


어느 날 영화 OST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익숙한 곡이 흘렀다. 그 곡이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지, 부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었다. 들을 때마다 'together', 'all right' 툭툭 말하듯이 부르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부른 이가 갑자기 궁금해져 음악이 흐르는 중에 선곡 리스트를 들여다봤다. 영화 '풍월' 속 그의 노래였다. '어머, 이 목소리가 라고?' 오래전부터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선 나이 지긋하고 소울 풍만한 백인 남자가 난 연상됐었다. 많이 들어본 노래였지만 미처 몰랐던 그의 목소리여서 새롭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I hope you dream
a thousand dreams of me.
All things we'd planed doing together.
And if you do,
I'll dream my whole life through
A thousand, a million,
a zillion dreams of you

당신도 내 꿈을 많이 꾸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 하기로 계획 세운 것도요.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난 내 평생 동안,
수천, 수백만 번이라도
당신의 꿈만 꾸겠어요.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이 아련하다. 그때의 홍콩 영화를 보면 어쩐지 모든 것이 방황이고 어긋남이며 슬픔으로 다가올까. 영화 '풍월'은 보진 못했다. 스토리는 모르지만 노래 가사와 OST 영상으로 추측해본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이루어졌을까? 영화 '첨밀밀'에서처럼 계속 서로가 어긋나게 될까? 여러 우여곡절 끝에 부디 랑이 이루어지고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그가 그녀의 꿈만 수천 수백만 번 꾸지 말고 현실에서, 아니 영화에서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었다.

오늘만 해도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두 번이나 들었다. 온전히 오늘은 그의 날인 것만 같다.


미처 몰랐던 당신의 목소리,
오늘도 반가웠어요.
그립네요, 장국영.


A Thousand Dreams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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