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프레디는 없었다

: 프레디 머큐리 [보헤미안 랩소디]

by 윌버와 샬롯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난 후의 짧은 투정


어느 날 영화 취향이 비슷한 친한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퀸 영화가 개봉한대.”

“그래? 벌써? 그럼 우리 같이 봐야지!”




그를 알고 좋아하게 된 때는 이미 그는 세상을 떠나고 나서다. 언제나 그렇다. 존 레넌, 유재하 모두 내가 이미 그들을 사랑하게 됐을 때 그들은 세상에 없었다. 라디오에서나 영원히 흘러나올 뿐이다. 그래서 아마 영화를 더 기대했나 보다.


프레디의 삶과 음악을 생생히 볼 수 있겠구나.


영화가 좋다는 여러 매체의 평 때문에 기대를 너무 한 걸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나의 프레디는 없었다.



난 그럼 영화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배우가 프레디 역할을 맡았는지 여러 스틸컷에서 이미 봤음에도 정말 바보스럽게도 영화에서 나는 진짜 프레디를 찾고 있었다. 계속 스크린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프레디는 저 사람보다 잘 생겼어.

앞니가 저렇게까지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았다고.

레디는 더 키가 크단 말이야!


눈에 콩깍지가 쓰였던 건지, 그의 키가 실제 몇 센티 인지도 모르면서 스크린 속 프레디 키는 인정 못하겠으며, 여태 그의 치아가 남달랐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었다. 다른 퀸 멤버의 완벽한 싱크로율에 비해 프레디의 비주얼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단순히 싱크로율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그 누가 프레디를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라미 말렉의 연기는 완벽했다. 음악도 당연히 최고였다. "이 곡도 퀸 거였어?"라고 묻는 친구를 어이없게 쳐다봤다. 몰랐단 말이!


퀸 자체가 위대하기 때문에 영화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내겐 아니었다. 그 이상을 기대했던 것이 오산이다.


그래도 영화는 볼 가치가 분명 있다. 퀸을 사랑했지만 프레디 머큐리를 빼고는 잘 알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영화를 통해 나머지 멤버를 알 수 있었고, 나아가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좋아했던 곡의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난 프레디 삶도 세세히 알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여태 팬이라고 자처했던 것이 민망할 수준이다. 그저 그의 음악만 향유했을 뿐이었다.


영화 마무리에 그래도 퀸이 하나 되는 모습에 안도했다. 죽을 때까지 함께 했다는 진정한 한 친구를 찾은 것도 다행이다. 나는 하물며 그 친구가 고맙기까지 했다. 끝까지 프레디를 사랑하고 외롭지 않게 해 줘서.


결국에 영화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나의 프레디를 보여줬으니까.


그래 우리 프레디 모습은 바로 이거야!


Queen, Don't stop me now


스위스 몽트뢰, 레만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


keyword
이전 08화이것은 분명 자유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