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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 율곡 이이 [낭송 격몽요결]

by 윌버와 샬롯

작년 하반기부터 아이들 북클럽 책으로 「낭송 격몽요결」(북드라망)을 천천히 함께 읽고 있다.


고전 인문 서적을 아이와 따로 읽을 기회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동아리 시간을 빌어 읽기로 했다. 처음에는 사자소학으로 시작하려 했으나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 된 낭송 격몽요결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고전이라는 부담감을 덜어줄 만큼 책 두께가 얇은 게 매력적이었다. 또 입말로 낭송하기 좋게 풀어 쓰여 있어 아이들과 편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도 했다.


미리 읽어보니 책 초반부터 나오는 텍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배우는 자세에 관한 내용인데, 평소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책에 그대로 들어있어 이이 철학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 않을까 싶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배우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배운다는 것은 이상하거나 별다른 것이 아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야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신하는 나라에 충성해야 하고, 부부는 서로 존중(분별) 해야 하고, 형제는 우애가 있어야 하고, 젊은이는 어른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배움은 날마다 살아가는 일상의 행동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니, 현묘한 것에 마음을 두어 기이한 효과를 바라서는 안 된다.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한 배움이 아닌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 부모형제나 다른 여러 사람과의 마땅한 관계와 일상 행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 배움이라는 것, 더욱이 배움이 결코 높고 먼 것이 아니라는 말은 배움을 한결 마음 가볍게 시도할 수 있게 려한다.


삶 자체가 배움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이 텍스트로 알려주고 싶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관해 물어볼 때 적어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알고 바른 것에 행동할 줄 아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아이뿐 아니라 른인 우리도 배워야 는 이유이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본래 착하다고 말씀하셨다. 항상 요임금과 순임금의 예로써 이것을 실증하시며, “사람은 누구나 요임금과 순임금처럼 성인이 될 수 있다”로 하셨으니, 어찌 맹자 같은 분이 우리를 속이겠는가?


배움은 특별한 것이 아니니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이이는 말한다. ‘맹자 같은 분이 우리를 속이겠는가?’라는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너도 나를 믿고 같이 공부하면 성인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어’라고 살살 배움으로 이끄는 이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야, 너도 할 수 있어' 마치 그처럼 이다.


아직은 투덜거리며 뜻 모르고 아이들은 웅얼거리듯 낭송한다. 그러나 아이 입술에 저장된 이 말들이 어느 순간 삶의 지혜가 되어 몸으로 깨닫는 순간이 분명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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