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무엇이 그토록 나를 서럽게 하는가

by 새벽 Mar 20. 2025

면접은 2분 만에 끝났다.

밤을 새워 이력서를 쓰고 자료를 꾸리고 서류를 넣었고, 면접 보러 오라는 반가운 전화를 받은 날. 그날 나는 전화 한 통만으로도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제 경력단절 아줌마 딱지를 떼고 다시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을 전전긍긍 앓아 면접 준비를 했다. 면접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전의를 가다듬고 있는데 대기자들이 자꾸 들어온다. 자꾸만 불안해졌다. 두 명 뽑는 자리에 스무 명도 넘게 들어왔다. 글렀네.


다들 멋지게 뽐내고 온 것이야 쫄 것이 없건만, 창창한 나이 앞에서 마흔 줄 아줌마는 숨이 쫄아붙었다. 비좁은 곳에서 서로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면접 시작하겠다고 하고 나를 먼저 부른다. 하필 가나다 순에서 나는 맨 먼저다. 떨리는 속을 다스릴 새도 없이 면접실로 들어갔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으니깐.


가운데 앉은 사람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이력서에 다 나온 내용이며 새로울 것 없는 질문이다. 게다가 맨 끝에 앉은 면접자는 질문도 안 하고 커피만 빨고 있다. 엉덩이 붙인 지 얼마 안돼서 쫓기듯 나와 가방을 챙기니 대기자들 눈이 휘둥그렇다.


뭘 물어봤는지, 왜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인지 묻는다.

내가 그들 속을 어찌 알아.. 대충 둘러대고 문을 나섰다. 마흔 줄에 얻은 귀한 자식 키우느라 흰머리가 성성하니 폭삭 늙어 서럽구먼, 문전박대당한 느낌에 차디찬 봄바람이 야속하다.


왜 하필 애 나이를 물어보노.

아직 엄마 손이 더 필요할 거라고 단칼에 못 박는 저 이들은, 자식한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애미 속을 알랑가 몰라. 경력 단절의 시간이 더 길어지기 전에 다시 열불 내며 일하고 싶어 하는 뉘 집 딸의 심정을 알기나 알런지. 나도 엄마가 되기 전에는  직장인이었고 잘난 딸이었는데..


봄은 오고 있는데,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길. 장바구니 든 손이 무겁다.

신호등 길에 서있는 어느 할매의 알뜰살뜰 세월에 굽은 등이 서럽다. 세월 참, 잘 간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