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2분 만에 끝났다.
밤을 새워 이력서를 쓰고 자료를 꾸리고 서류를 넣었고, 면접 보러 오라는 반가운 전화를 받은 날. 그날 나는 전화 한 통만으로도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제 경력단절 아줌마 딱지를 떼고 다시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을 전전긍긍 앓아 면접 준비를 했다. 면접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전의를 가다듬고 있는데 대기자들이 자꾸 들어온다. 자꾸만 불안해졌다. 두 명 뽑는 자리에 스무 명도 넘게 들어왔다. 글렀네.
다들 멋지게 뽐내고 온 것이야 쫄 것이 없건만, 창창한 나이 앞에서 마흔 줄 아줌마는 숨이 쫄아붙었다. 비좁은 곳에서 서로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면접 시작하겠다고 하고 나를 먼저 부른다. 하필 가나다 순에서 나는 맨 먼저다. 떨리는 속을 다스릴 새도 없이 면접실로 들어갔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으니깐.
가운데 앉은 사람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이력서에 다 나온 내용이며 새로울 것 없는 질문이다. 게다가 맨 끝에 앉은 면접자는 질문도 안 하고 커피만 빨고 있다. 엉덩이 붙인 지 얼마 안돼서 쫓기듯 나와 가방을 챙기니 대기자들 눈이 휘둥그렇다.
뭘 물어봤는지, 왜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인지 묻는다.
내가 그들 속을 어찌 알아.. 대충 둘러대고 문을 나섰다. 마흔 줄에 얻은 귀한 자식 키우느라 흰머리가 성성하니 폭삭 늙어 서럽구먼, 문전박대당한 느낌에 차디찬 봄바람이 야속하다.
왜 하필 애 나이를 물어보노.
아직 엄마 손이 더 필요할 거라고 단칼에 못 박는 저 이들은, 자식한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애미 속을 알랑가 몰라. 경력 단절의 시간이 더 길어지기 전에 다시 열불 내며 일하고 싶어 하는 뉘 집 딸의 심정을 알기나 알런지. 나도 엄마가 되기 전에는 직장인이었고 잘난 딸이었는데..
봄은 오고 있는데,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길. 장바구니 든 손이 무겁다.
신호등 길에 서있는 어느 할매의 알뜰살뜰 세월에 굽은 등이 서럽다. 세월 참, 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