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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Dec 16. 2019

하루를 여는 모닝커피


아침 6시 40분 알람이 울린다     

욕실에서 씻고 나와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인다. 네스프레소 머신의 전원을 켜고 포트에 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오늘은 어떤 컵에 커피를 담아볼까. 오른쪽 싱크대 상부장 문을 열고 몇 개 없는 머그잔을 보며 고민한다. 단색의 머그잔 서너 개와 아이가 생일 선물로 준 꽃이 그려진 머그잔이 있지만 오늘도 내게 뽑힐 확률이 높은 것은 베이지색 머그잔이다. 끓인 물을 컵에 2/3를 채우고 커피 캡슐 한 개를 골라 커피를 내린다. 조용한 아침에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는 크게 울린다. 머그잔에 넘칠 듯 말 듯 하얗고 연한 갈색빛을 띤 크레마가 내려앉는다. 크레마에 살짝 입술을 댄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살짝 한 모금 입에 넣으면 입 전체에 풍미가 느껴진다. 잠깐의 행복을 마주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들인 것은 5년 전이다. 남편이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캡슐이 있어 선택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일 년의 4-5번 신제품 캡슐이 출시되어 캡슐이 남아있음에도 맛이 궁금해 적당한 무리를 하기도 한다. 나의 가용 주머니 안에서 신상을 살 수 있는 취미를 주며 나는 이렇게 일 년에 4번. 신상 모으는 여자가 된다.      



하루의 시작을 함께하는 커피. 색깔은 검다. 진하다 여기면 물을 조금 넣는다. 변화를 주고 싶으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고 아몬드 슬라이스와 캐러멜 시럽을 살짝 뿌려 먹으면   쓰.단.쓰.단. 한 디저트가 된다. 어색하지 않게 주변과 자연스러운 융화가 된다. 변화된 모습에 그것을 취한 사람에게 기쁨을 주면서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소신 있는 멋진 뽐냄이 내가 취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때때로 한결같은 모습이 고집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다. 꼭 사귐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부드러운 풍미, 꿍꿍이가 없는 담백함, 우직한 모습이 따르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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