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은 한데.

4. 발견한 빈틈

by 성게알

인지하지 못했던 구멍은 무엇이었나.

아마 받아들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겠지.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니 그 뒤에 따라오는 것들도 사랑해야 으니까. 어렵게 되찾은 평온이니 워져도 눈감고 넘어가줘야 한다 여겼다. 그렇게 괴로워지다, 공허해지다. 과연 내가 싫어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었다. 또다시 나만 아는 구멍들이 생겼.


옛날처럼 입을 닫고 있기엔 못 견디는 것들이 많아져버렸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생각하는 그 착각이, 이제 좀 선을 넘어 보려는 그 편편함이 진저리 나게 싫다고 필터 없이 말하고 싶었다. 참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렇게 하면 말하지 않는 것보다 아프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진실을 말해도 내게 돌아오는 마음의 무게는 정말이지 싫다. 전처럼 담고만 살긴 싫은데, 이젠 아프지 않게 말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 상처받기 아님 상처주기. 혹여 내가 그 폭탄을 떠안을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급급했다. 싫은 걸 싫다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대신해 불편한 상황을 얘기했다. 미움도 많이 샀다. 그래도 가끔은 싫은 말 못 하고 참는 사람들이 조금 밉기도 했다. 내가 말하기로 선택한 거지만 누군가의 불편한 마음으로 만든 편의를 착한 인상으로 누리는 그들에게 악에 바친 울분도 생겼었다. 허나, 그 마음은 오지랖에서 비롯된 비겁한 핑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나쁨'으로 좋은 관계를 망가뜨릴까 우려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면 주위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쁨'을 남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언제나 정당하고 옳은 사람이 되고 상대는 나쁜 사람이 된다. - <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 우즈훙>


남들의 불편은 그렇게 신경 쓰고 앞장서면서 정작 진짜로 말하고 싶은 진심은 항상 글로 시작해 글로 맺는다. 진짜 상처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의, 진짜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잘 알아서일까. 이젠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감싸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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