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은 한데.

5. 그럼에도

by 성게알

대학생 신분일 때 학교에서 극작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인물과 인물이 충돌할 만한 갈등을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내 과제 속 인물 1은 인물 2를 배신해 갈등이 충돌했다. 1이 미안하다 사과했다. 2는 용서했다. 이게 핵심 사건이었다. 교수님이 빤히 날 쳐다보셨다.


"세상이 아름답니?"


의미를 파악해 보려는 얼굴에 한 번 더 물으셨다.


"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용서가 돼?"


물론 내 극작 능력 부족이었지만 그때 그 상황이 얼마나 큰 잔상을 남겼는지 모른다. 다름 아닌 내가 마음속 사람들을 쉽게 용서하고 싶었단 걸 알았으니까.


어둠을 파고들다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어쩔 수 없는 사랑예찬론자인가 보다. 아프고, 괴롭고, 분노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애정이 고팠고, 달콤했다.

부모님이 주는 눈빛, 형제가 주는 결속, 친구가 주는 추억, 연인이 주는 곁까지 느껴도 느껴도 질리지 않았다. 스스로의 노력도 분명히 있었지만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가족들의 눈물겨운 분투를 보지 않았다면 바뀔 의지는 쉽게 오지 않았을 거다. 말없이 간절해지는 사랑의 눈빛을 나는 알고 있다.


건강하게 주는 사랑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있다면 그건, 평생 받을 수 있을 거란 착각 중일테다. 그런데 나도 착각 중인 걸까. 연애를 자주 하진 않았다. 다들 이런 말을 들으면 못한 거라고들 하는데 혹, 당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대로 생각하게 내버려달.

아무튼, 좋았기에 자주 사랑이란 말이 무서웠다. 오래된 사람들 외에 새로운 사람주는 건 탈이 날까 부했다. 이 보이는 것 같다고 예단해 일정 선을 넘어가지 않으려 긋고 또 그었다. 음을 지키는 일종의 보호장치를 만들어낸 것인데 사실 어느 방법이 맞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사랑을 꿍쳐둘 생각은 아니다. 받은 만큼 언젠가 주는 것도 잘 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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