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흔(黑痕)

by 훈자까

올곧은 하나의 심지엔 아낌없는 태양빛, 그의 몸도 혼도 붉은 안것들을 태운다. 열정이 그렇게 눈이 부신들, 흰 손바닥으로 누군가는, 눈자위에 그림자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럴 필요도, 그러고 싶지도 않을 테니.


애달픈 심지는 사실, 꺾이라고 태어난 무언가라서. 태웠으나, 아직 꺼내지도 못했지만. 어느덧 없던 존재의 목이 꺾이기 시작한다. 멍울처럼 맺힌 삭흔엔 뚜렷한 검정이 흐른다, 모든 것을 담았던 그들의 마음을 빼닮은.


암담한 칠흑이던가.


노을을 닮은 어떤 이도, 어린 주황의 피부를 가진 행인에게도 검정의 길이 쏟아져 나온다. 뱉는 말은 붓처럼 먹에도 허공에도 잠깐 쉬어갈 곳이 없어서, 튼 입술의 피를 덮고 내린 필름이 되었고. 반대편의 치렁치렁 치장한 하얀 심지의 춤에는, 흘릴 수 없는 모든 시선이 닿을 때마다 전쟁 소리의 큰 것에 맞은 듯. 어둑한 희열을 뿌린다.


그저 흘러갈 뿐인 시간 구름들에서, 어떤 찬란한 발화가 나타난들. 더 깊어진 흔적만이 뿌려질 안타까운 이곳이라.


결국 뒤덮일 세상에 한 줌의 빛, 검정 싸움을. 업적처럼 이루는 넋 놓은 심지들의 마음구릉엔. 쌓이고 긁히는 것들만 가득이더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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