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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Sep 04. 2022

7일에 일곱 번을 살자

생각 노트 #19

 어느덧 얇은 비로 추적이던 여름도 진눈깨비가 쓸려가듯이 희미해졌다. 대신 선선한 가을 공기가 아침 출근길을 밝혔다.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했지만, 조금씩 익숙한 느낌이 자연스레 들기 시작했다. 평일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주말까지 잡아먹던 한 달을 보내온 듯싶다.




 특히 더 힘든 주를 보냈다. 월말과 월초가 지독하게 바쁜 업무의 특성상, 하루하루 퇴근 후에는 제각기 우스꽝스러운 녹초가 되었다. 산뜻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금요일이 왔다. 그러나 퇴근까지는 너무나도 멀어 보였다. 험난한 봉우리를 여럿 넘기고서야 주말이 다가왔다. 역대급으로 힘든 주였다는 선배 직원의 퇴근 인사에 격한 공감과 웃음을 건네며 발걸음을 돌렸다.




 어쩌다 보니 출근을 포함해 일주일에 일곱 번을 외출한 사람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피곤하지는 않았다. 피로감은 있어도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잠깐이라도 외출을 하는 것이 일상을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내 몸이 잘 알고 있었다.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지는 것들, 커튼을 걷어보니 손으로 덜컥 잡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트루먼쇼처럼 말이다. 정신없는 나날과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느라 지금껏 모아 왔던 별조각들을 잠깐 잊었나 보다. 항상 빛나고 있어서 익숙해졌던 걸까.




 소망 별로 가득한 내 방문을 열었다. 집사의 퇴근만을 기다리는 방 안의 고양이처럼, 몽실한 것들이 데구루루 나에게 굴러왔다. 어릴 적부터 야망이 크다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드디어 검증할 시간이 온 것이다. 한 번 살아보는 인생, 바라는 모습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크기와 밝기 모두 제각각인 것들이지만, 하나도 지나칠 수 없는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들이기에. 마음에 생긴 여유와 평화로움으로 이들을 품어야겠다.


 하루에 하나씩 방에서 꺼내자. 그리고 바깥의 저 하늘에 주렁주렁 달아야겠다. 황금빛으로 만연한 하늘을 꿈꾸며 하루에 한 번, 7일에 일곱 번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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