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여자 혼자 국외여행을 한다고 하면, 한국사람들은 이상한 혹은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자 혼자 여행을 한다고? 위험한데 거길 가면 어쩌려고. 굳이 그렇게 혼자 다닐 필요가 있냐?
뭐 큰일당해봐야 정신차린다는둥, 걱정을 가장한 엄청난 조언질을 경험할 수 있다.
서양인의 눈에 매우 작고 신비한 동양 여자. 요즘은 많이 다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체구작은 동남아 여성이나 매우 이국적인 러시아 등지의 유럽 서양 여성들이 혼자 홍대 클럽에서 한잔하고 있으면 남자입장에서 호기심이 가는 것도 사실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호기심에 질낮은 일부 남성들은 가서 짖궂은 장난이나 지나친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
유럽이라고 우리나라만큼 질낮은 사람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며 부랑자, 집시, 소매치기 등이 우리나라 보다 더 들끓는 곳이니 그러한 염려는 어느정도 수준에서는 일리가 있는 생각이긴 하다.
그렇다고 혼자 여자가 여행하는게 잘못됐다는 결론에는 절대 동의할 수는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 대비하고 조심하면 문제없이 다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파리여행에서 내가 일주일동안 실제 겪으며 느꼈던 조심해야 할 부분, 혹은 실제는 조금 지나친 걱정이었다는 부분에 대한 실제 경험담을 풀어내려 한다.
1. 파리에는 소매치기, 팔찌사기, 집시가 많다? 30% 진실, 하지만 70% 과장됐다.
내가 간 시기는 막 파리 샹젤리제에서 경찰테러가 있은 직후였다. (5월 첫째주)
게다가 내가 떠나는 날인 5/7에는 파리의 대선 결선투표일이었으며, 그다음날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전승기념일이었다.
매우 큰 행사들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각 주요 지하철역에는 총을 든 무장군인들이 실제 무장한 상태로 계속 무리지어 몇 조씩 돌아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주요 여행지, 성당 등 종교적 시설에는 특히 더더욱, 경찰 및 군인 무장병력이 중무장상태로 돌아다니다 보니 사실 평소의 소매치기나 집시의 수가 100정도라면 90정도는 활동이 매우 힘든, 그런 시기였다. 경찰과 군인이 곳곳에 기관총 들고 서있는데, 어떤 간큰 넘이 가방을 털거나 강도짓을 하겠는가.
그래서 운이 좋았다. 밤늦게건, 버스건, 지하철이건. 난 한번도 누군가가 내 가방이나 지갑 등에 손을 대거나, 쳐다보거나, 접근하거나, 스치거나, 말을 걸거나 등등등의 사건이 단!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노인분들은 아침 이른시간 플랫폼에 서있는 내게 여긴 위험하다고, 너 혼자 다니면 안되니 사람있는 플랫폼에 뒤에 서있으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면 너 목걸이 지갑 앞에 잘 가리라고 손으로 시늉하는 그런 분들도 있었다.
내가 이런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선량한 보통의 사람이 파리에도 훨씬 더 많지, 그렇게 소매치기가 많은 무방비 지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경찰들도 곳곳에 있어서 사실 부랑자들이나 홈리스는 곳곳에 있지만서도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
여기서 운이 좋았다는 건, 전혀 안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건 중요한 포인트이다.
위험은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어디서건 존재한다.
단, 그런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래는 내가 쓴 방법들이다.
첫번째, 내 배낭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때문에 누가 손쉽고 빠르게 가져갈수 없으니 접근을 안했을 수도 있다. 두번째, 목걸이 지갑에 카드, 약간의 현금, 교통카드, 뮤지엄패스등을 다 넣고 셔츠 안쪽에 주로 넣고 다녔기 때문에 훔쳐갈 건덕지가 없었다. 목걸이지갑은 여행전 미리 구입했고, 일부러 여러가지가 다 들어가는 형태의 것으로 구입했다. 세번째, 너무 늦은 시간에는 번화가나 사람이 많은 대로변으로 다녔으며 네번째, 숙소도 주요여행지에 가까운, 역도 가까운 대로변에 있는 곳으로 골랐다. 다섯번째,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술집, 역사 옆 많은 부랑자와 술취한 흑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빨리 걸어다녔다.
마지막 여섯번째, 늦은 시간에는 절대 혼자 지하철을 타거나 택시를 타지 않았다.
차라리, 현지인들이 많이 탄 대로변으로 다니는(세느강변가를 나란히 지나는) 버스를 탔다. 자정넘어 돌아다니는것은 비추하지만 그래도 야경을 안 볼수 없기때문에 밤시간 다녀야 한다면 버스를 추천한다.
택시는 비추하는데 이유는 아래서 다시 설명하겠다.
2. 여자 혼자 폐쇄된 공간에 있어야 한다면 : 15분간의 악몽같은 택시승차의 기억
나는 파리에서 택시를 딱 한번 탔다. 대낮이었고, 대로변이었고(마레지구 메르시 앞) 15분이라는 짧은 승차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에 나는 심한 성희롱에 시달리며 가야 했다.
남자는 헐리웃 배우인 브래들리 쿠퍼를 닮은 잘생긴 남자기사였다. 처음에는 어느나라에서 왔냐 뭐 파리는 사랑의 도시다, 너무 매력적으로 생겼다(동양인은 나같은 오랑캐가 가도 걔들 눈엔 그냥 뮬란으로 보이는갑다) 공항에 나랑 같이 가서 부모님을 뵙자 이런 그저 재미 혹은 호기심에 가볍게 추파를 던지는 수준이었기때문에 그런갑다 하고 웃어넘기고 말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기사는 점점 수위가 심해졌다. 너 프렌치 키스를 아냐, 해봤냐 남자를 아냐, 남자가 이런 말을 하면 반은 맘이 있어서 그러는 거다, 여기서 여자가 웃으면 침대에 반쯤 들어간거다 이런 되도않는 말을 하다가 내 표정이 웃지 않자, 농담이다, 농담인거 이해해라 이런식의, 한국에서 저질 성희롱을 하는 놈들의 레파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수순이었다.
한국에서도 솔직히 택시 기사의 더 심한 성희롱을 당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한국이나 파리나 택시안에 혼자 여자가 타고 있으면 내가 이 새끼를 성질대로 조졌다간 나쁜마음을 먹고 뻘짓할까 싶고, 목적지에 내리는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땜에 그냥 참았다. 하지만, 내리고 나서 정말 파리남자에 대해, 특히 이곳 택시기사들의 수준이 떨어지는구나 라는 선입견을 나도 모르게 갖게 되어 그때부터 매우 기분이 불쾌해졌다. 나는 대낮에 탔고 택시가 지나다니는 길도 매우 사람이 많은 곳들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혼자 늦게 택시를 타면 어떤일이 벌어질수 있는지 짐작조차 하기 싫다.
물론 내가 운이 더럽게 나빴던 것이고, 다른 기사들은 괜찮았다고들 하지만, 혼자 탑승한 여행객의 이야기를 듣진 못했다. 그래서 내게 혼자 파리여행을 염두하고 있는 한국 여자분들이 물어온다면, 혼자 택시탑승은 패스하라고 말해주고싶다. 굳이 해야한다면 우버를 추천한다. 그냥 길에 다니는 족보도 모르는 택시는 타지 않았으면 한다.
3. 인종차별, 동양인 조롱은 어디서든 존재한다 : 모건 프리먼의 말을 명심하길
마지막 식사를 위해 들어갔던 마레지구의 레스토랑에서 실제 겪은 일이다.
내 옆 테이블은 비어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는 키가 매우 큰(모델처럼 보이는)흑인 여성 한명과, 보통보다 약간 큰 체격의 흑인여성 한 명이 식사 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엄청 큰데, 딱 들어봐도 먼가를 놀리는 내용이었다. 나는 남을 잘 쳐다보지 않는 편이라 시끄러워도 그냥 신경끄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스테이크를 시킨 나를 쳐다보며 자기들 따라 시켰다며 감튀 맛있냐? 맛있어? 이러면서 깔깔대고 웃어대는 것이었다. 내가 불어를 못 하지만, 제2외국어라 몇가지 동사와 단어를 알고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러는 거였겠지. 그러면서 내쪽으로 먼가를 던졌다.
하지만 그 진상들을 웨이터도, 내 왼쪽 옆 테이블의 조용한 백인 모녀 둘도 말리지 않는것이었다. 예전같았으면 욕 튀어나갔을수도 있지만 별로 동요하지는 않은 것이, 한국도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이 늘 다 교양이 있고 괜찮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행동에 그대로 반응할 필요도 없다. 왜냐면, 그냥 그건 그들 수준이 떨어지는 것뿐 내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응하든 하지않든 그들 수준의 머릿속에 그냥 동양인은 우스운 것뿐이고 그런게 잘못됐다 가르쳐줄 가치도 없다.
모건프리먼이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인종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하니, 먼가를 가지고 구겨서 바닥에 내려놓고 짓밟았다. 그러고 나서 그것이 무엇이냐 기자에게 물었다. 테이블에 있거나 바닥에 짓이기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명언을 남긴 모건프리먼. 그들 눈에 동양 여자는 예쁘든 안 예쁘든 작고 괴롭히기 좋아보이는 존재처럼 보일수 있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여기저기서 대놓고 인종차별은 당할수 있다. 물론, 돈내고 받는 서비스의 질이 다른것은 명백히 문제이니 정식으로 항의하는게 당연하지만, 행인이나 제3자의 차별이나 조롱에 별로 마음아파할 시간이나 마음은 아껴두길.
*그들이 내게 던진 감튀와 휴지에 내가 반응을 하면, 경찰이 오게된다. 물론 백퍼 그들이 잘못한 것이긴 하지만, 내가 또 유럽에 와서 내 여권을 스캔할때, 경찰출동기록이라도 뜨게되는 불상사를 남기고싶지 않았다. 실제로 1일 전 아침일찍 한 한국여성관광객과 프랑스남자 간의 어떤 실랑이 문제로 호텔로비에 경찰이 출동해 있는 것을 보았고, 남자가 여자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자세를 취하는것도 보았다. 그래서 더욱더, 어떤 물리적 실랑이에는 상대가 시비를 걸더라도 자리를 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더 큰 피해를 막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