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8. 아쉬울 때 떠나는 파리

뜻밖의 파리, 다시 와도 새로울 도시

by 길 위의 앨리스



DAY8

Colorova - 생샤펠 성당 -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 피카소 미술관 - Le Petit Marcel - 공항




드디어 마지막 날이 밝았다.


나는 근처에 프렌치토스트 맛집으로 소문난 브런치집에 갔다.

하지만 너무 인기있는 곳이라 내가 원하는 프렌치토스트는 이미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비슷하게 만들어준 메뉴. 너무 달았다.

20170507_105438.jpg
20170507_111644.jpg
브런치 맛집인 Colorova의 내부모습과 프렌치토스트? 내 입엔 너무 달았다.


저번에 보지 못한 생샤펠 성당을 보러 나왔다.


20170507_121720.jpg


사실 노트르담이 약간 딱딱한 고전양식의 건물이었다면

생샤펠은 완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성당이었다.

짙푸른 천정하며 화려한 스테인글라스까지.

바닥에 깔린 카페트조차도 화려하다.



20170507_122926.jpg
20170507_122951.jpg


생샤펠을 본 후 근처에 있는 파리의 명물 셰익스피어 서점에 들렀다.

오래된 듯한 책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 가장 갖고 싶었던 저 "어린왕자" 책.

짐이 너무 무거워서 친구에게 줄 프랑스요리 레시피책만 사고 이 책은 내려놓았다.

그땐 이렇게 파리에 오래 못가게 될줄 몰랐다.

역시 물건은 보일 때 바로바로 사야 한다.



LRM_EXPORT_20170821_220641-EFFECTS.jpg


매일 지나다시피한 거리에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



어디에 갈까 고민하다, 마레지구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사실 피카소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피카소의 작품보유량이 방대하고

우리가 알만한 작품을 거의 소장하고 있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가보기로했는데- 세상에. 줄이 엄청나게 길다.

이번 파리여행 중 본 줄중에 가장 길다.

하지만 대안이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내가 명품백 쇼핑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하다, 기왕 온 거 기다려서 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1시간만에 입장했다.


내가 갔을 땐 피카소의 부인이었던 올가의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올가는 피카소가 사랑한 첫번째 여자는 아니지만, 공식적인 첫 와이프였다.

피카소도 그녀를 사랑했다 싶은 것이, 그녀의 그림엔 유독 흰색을 많이 썼다.

피카소는 사랑했던 여자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감정이 식으면

검정색이나 짙은 색을 써서 그녀들을 그려내곤 한다.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했던 피카소.


20170507_134825.jpg
20170507_132033.jpg
자세히 보면 안쪽에도 줄이 빙 둘러 서 있다. 발바닥이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피카소 그림은 정말 질리도록 많이 보고 나왔다.

그런데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것은 바로 이 엽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에릭 사티와 주고받은 편지.

이 편지는 에릭 사티가 절친인 피카소에게 보낸 편지다.


놀라웠다.

에릭 사티는 생전에 오직 한 여자에 올인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엄청 가난했다.

여자를 여럿 바꿔가며 만나고, 젊어서부터 인정받아 엄청 부자였던 피카소와 둘이 절친이라고?

희한하다. 희한해.


20170507_143427.jpg 정갈한 에릭사티의 글씨. 정말 그의 성격을 반영한 걸까. 글씨체가 참 예쁘다.



그림을 보고나오니 저녁이 거의 다 되어간다.


서울행 비행기가 밤에 있었다.

밤이긴 하지만, 테러 이후 출국장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 조금 빨리 공항으로 가야했다.

숙소 근처를 검색하다 덜 붐비는 듯한 식당으로 들어왔다.


점심도 건너뛰고 미술관 구경을 한 지라 매우 시장했다.

역시..마지막이니 또 고기로 장식.


20170507_174200.jpg
20170507_172007.jpg



고기가 매우 질겼다.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마지막이니까. 그마저도 아쉬웠다.

아쉬웠는데...옆테이블에서 나에게 뭔가 던졌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들은 만취해 낄낄대며 조각조각 알아듣기 힘든 톤의 불어로 떠들었다.

아. 어쩌랴. 나는 이제 곧 떠나는데.

파리에 정 떼라고 이런 일이 생겼는가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별 대응없이 마지막 일정을 마쳤다.


나는 왔을 때 처럼 레알역에서 RER B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그렇게 나의 일주일 파리지엥 여행이 끝이 났다.



keyword
이전 09화DAY7. 밀푀유에서 앙리마티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