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달랐던 파리의 진짜 모습들
내가 느낀 파리의 선입견과 실제
1. 느긋한 낭만주의자 파리지엥? 횡단보도에 서 보라.
뉴욕이 제이워커들의 천국인 것은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들어봤을 것이다. 신호무시는 기본이고 여기저기서 그냥 횡단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왠지, 파리 사람들은 느긋하고 나긋나긋해서 횡단보도 신호쯤은 아무리 오래걸려도 잘 기다리는 사람들일 거라고 그냥 혼자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 횡단보도 마다 버젓이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랑곳않고 막 건너다니기 일쑤였다.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것은 그 느긋할것 같던 빠리지엥들은 신호가 바뀌기 3-4초 전 마치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태연작약 건너기 시작하더라는 것이었다. 근데 또 더 신기한 것은 차들이었다. 빨간불에 막 건너다니는 신호무시 도보횡단자들에게 단 한 차도 빵빵거리지 않더라.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교통법상 빠리에서 횡단보도에서 사람들 치거나 하면 굉장히 큰 액수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한다. 이게 벌금인지 피해보상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마무시한 비용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당당하고 운전자 입장에서는 자기 신호인데도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저절로 멈춰서서 건널때까지 기다리기도 하는 한국에서는 절대 볼수없는 진풍경을 보게 됐다. 여행자들을 만나 밥을 먹으며 정말 이게 제일 신기했다고들 얘기했다.
2. 식사는 천천히? Oh, No!
우리 생각에 파리의 레스토랑들은 기본 1시간 이상씩 식사를 즐길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일주일간 들어갔던 숱한 파리 레스토랑 중 물론 매우 클래식한 프랑스 정찬을 하는 고급 레스토랑은 없긴 하지만, 간략히 2-3코스정도의 식사는 몇번 한적이 있다. 일단 테이블 안내를 받고 대부분의 웨이터들이 주문을 받으러 오는 시간이 어느 서양 국가들과 다르지 않았으며 식사가 제공되는 시간도 그닥 늦지 않았다. 조금만 과장을 보탠다면 한국수준? 그렇다면 파리지엥들은 정말 한조각 한조각 음미하며 수다떨고 늦게들 식사를 하냐 하면 꼭 그렇지 않아 보였다.
내가 간 레스토랑들 중 반 이상은 현지 맛집이어서 현지인들 볼 기회가 많았는데, 나랑 와서 나보다 빨리간 파리지엥들이 더 많았다. 남자들 판인 우리 회사에서 식사를 거의 흡입하듯 드시는 아저씨들과 함께하며 식사속도가 빠른 편이었던 나보다도 말이다.
내가 본 가장 느린 식사시간을 가졌던 사람들은, 맥주 등의 술을 마실수 있는 펍느낌의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포커게임을 하느라고 식사 후에 맥주를 계속 더 시키던 미국인들이었다. 파리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2-3 코스밀 기준으로 대략 40분 전후? 아무튼 파리지엥의 식사는 1-2시간일 거라는 나의 막연한 생각은 완전 틀렸던 것이었다.
3. 파리사람들은 불어만 한다? 영어를 못한다? 누가그래? 한국말도 하더구만.
우리 어릴적에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영어를 못한다는 그런 소리가 있었는데, 파리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장식미술관에 갔다가 표받는 직원조차도 몇시에 시작해서 몇시에 끝나냐는 아주 간단한 말도 영어로 못해 곤혹스러운 적도 있긴 했다. 하지만, 빌어먹을 그 택시기사부터 시작해서 청소하는 직원들까지 영어를 못 하는 파리지엥은 거의 만난적이 없다.
하다못해 레스토랑에 가서도 웨이터가 영어를 못 하면 영어 하는 직원이 달려와서 주문을 받곤 했다. 그러니 불어만 가득해서 전혀 못 알아듣고, 대화가 안 통해 엄청난 일이 벌어질거 같다는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심지어 한국말 하는 직원들도 요즘 꽤 많다. 아프리카계 직원분께서 유창한 한국어를 하고 있어 놀란적이 있었던 북유럽에서의 사건 이후로 나는 해외에서도 못 알아들을꺼라 생각하며 한국말로 중얼대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 큰 실수는 안했지만, 다른 한국분들이 종종 영어가 서툴러서인지 일행분과 앞에 현지사람을 두고 당황스러운 한국말을 주고받는 걸 몇번 본적이 있었는데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사람이 사람 앞에 두고 지켜야할 기본 예의는 지켜야겠다. 반대상황으로 당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본인들이
당할때 기분이 별로 안 좋지 않던가? 그것만 기억한다면 그런 말들은 하지 않을 텐데.
솔직히 파리 오는 한국인들 중 반절은 기본적인 영어도 잘 못해서 한국말로 말한다. 깜짝놀랐다.
반말조로 점원에게 나 이거 달라고. 하는 한국여자분들을 너무 많이 봐서, 진짜 한마디 하려다가 참은적 여러번 있었다. 한류때문인지, 그렇게 한국말로 쏴대는 어글리 코리안들 때문인지 한국말 알아듣거나 한국말 할줄아는 사람들 꽤 많다. 당신한테 말을 안해서 그렇지.
영어 못하는 건 한국인들이지, 파리사람들이 아니었다.
영어 못하는건 죄도 아니고 흠도 아니긴 한데, 한국말 모른다고 당신이 하는 그 반말에 그 말투, 느낌을 모르는건 아니다. 예의는 좀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4. 파리 사람들은 쌀쌀맞고 거만하고 불친절하다?
이건 개인마다 경험한 바가 달라서 내가 진실이다, 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일부는 맞다고 생각한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이태리나 스위스 여행 시 나는 기차를 탈때 거의 내 짐을 내가 들어 옮긴 적이 없었다.
여자가 들기에 보통은 좀 큰 트렁크(27인치 정도)이기 때문에 지나가던 남성분들이 말없이 들어서 올려주고 자기 갈길을 가곤 하셨다. 그런데 파리에서는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내가 공항에서 들어올떄와, 나갈때 딱 두번 트렁크를 들어서 플랫폼에서 기차로 옮길 일이 있었을뿐이긴 하지만 단 한명도 도와주려는 시늉이나 뭔가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지 안 도와줘서 불친절하다는 그런 말을 하고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가본 기타 유럽국가 사람들보다는 파리 사람들이 남의 일에는 다소 관심을 갖지 않더라는 말을 하고싶어서다. (도와주는건 그 사람의 호의고 배려지, 당연한게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불친절하다고 생각할수밖에 없던 몇몇 에피소드는 있었다.
박물관 오픈 전 줄서서 기다릴때 누군가 Access를 원해서 입구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직원이면 여기다, 저기다 말을 해주면 되는데 NON! 이러고는 저리 가라고 하는 사람을 두번정도 겪어봤다.
한번은 오랑주리에서, 한번은 그랑팔레에서.
그래서 그랑팔레는 들어도 못 갔다. 매표소 어디냐고 했는데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바람에 과학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 적도 있는데 입구를 도무지 찾을수가 없어서 못 들어갔다.
워낙에 프랑스인들이 가진 예술자원들이 많고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지쳐서 그런건지 서비스 정신이 떨어지는건지 우리나라만큼 친절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문제의 마지막 레스토랑에서 술취한(마약에 취한지는 알수없다) 흑인여자 두명에게 조롱당하고 있을때 웨이터는 못본척 했으며, 내 옆자리 파리지엥 모녀 또한 식사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엮이고 싶지 않은지 곁눈질만 줬지 전혀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고 모른척 햇다.
그런 걸 봤을때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못해,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거 자체를 안한다는 걸 알수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그래서 자기 안전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곳이 파리구나, 느꼈다.
물론 반대의 경험도 있다.
내가 몽생미쉘 투어를 가는 날 새벽 (약 6시20분 경?) 기차를 반대방향으로 타서 시테섬까지 가게 되었다.
시테역 플랫폼에서 반대방향 기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오더니, 나에게 "여기 위험해."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쁜사람 많아. 너한테 와서, 돈달라고 하고, 지갑꺼내면 뺏어가. 그리고 사람없는 플랫폼에 너 혼자 있으면 안돼. 저기 경찰 아니면 내 뒤에 서있어. 나 따라서 들어와. 이러면서 계속 나더러 여기 있으면 안돼"
그러시는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 북역은 가지말라고, 지금 가면 너 털린다고.
(저 북역 가는거 아닌데요 할아부지..;;)
기본적으로 웨이터들은 솔직히 생각보다 친절했던것 같다. 다만,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나쁜건지, 인종차별을 하는 것인지 불어로 혼자 중얼중얼 하면서 가거나, 불친절하거나, 내가 먼저 왔는데 다른 테이블 백인애들 주문을 먼저 친절하게 받아주거나 하는 일은 여러번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백인손님들에게 먼저 농담도 던지고 하는데 그런정도의 친절도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프랑스에서 웨이터를 부르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하는데(나는 이걸 한국 와서 알았다) 나는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메뉴판을 받고 주문을 받으러 오게 할 때는 부르지 않았고 메뉴판을 덮고 앉아있으면 웨이터가 알아서 온다.(이건 다른 나라 가도 그렇게 하시면 된다. 나 메뉴주문 준비됐다는 뜻의 제스처다) 나한테 너무 안 오는 경우에만 손을 들어 불렀다.
영국에서는 물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물주고 빵주고 엑스트라 차지 하는곳이 진짜 많았는데, 프랑스는 안 그런다. 기본적으로 탭워터 주고 빵 주고 나서 따로 추가차지 한곳이 한곳도 없었다. 다른분들은 바가지를 경험하셨을수도 있는데 나는 다행인지 한번도 겪지 않았다.
5. 호텔, 레스토랑,상점의 호스트는 백인이고 거기서 청소, 가드일은 흑인이 한다
세상은 피부색과 관련없이 평등하고, 이세상에 신분제가 존재하는 국가는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그 긴긴 시간 속에 가장 진보적이라고 분류되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처럼 내눈엔 보였다.
파리 어느 곳곳을 가도 흑인 호스트가 운영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물론 나는 일주일만 머물렀던 여행자에 불과했지만 호텔, 레스토랑, 상점 수십군데를 들러봐도 이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경호나 가드 업무를 보는 남자는 99% 아프리카계 흑인이 한다. 청소업무도 루마니아등 동유럽계가 몇몇 있으나 거의 또 흑인이다.
물론 호텔 컨시어지 중에 흑인도 있긴 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듯 흑인이 하는 일과 백인이 하는 일은 갈려져 있듯이 그렇게 명확해 보였다.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흑인들이었다. 만약 지금 신분이 존재한다면 부르주아 계급 아래 흑인서민층이라는 계급이 있는 듯이 그게 마치 유리로된 막이 쳐져있는 것만 같았다. 길가에 구걸을 하고, 이불을 둘둘 말아 역 근처에 상점 앞에 있는 노숙무리들의 90퍼센트 또한 흑인이다. 그들은 화장실도 길에서 해결해버린다. 온 지하철마다 나는 지린내는 그들이 아무데나 소변을 갈겨서 나는 냄새임에는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공중도덕을 해치는 모든 행위들이 정당화될순 없겠지만 분명구조적인 문제는 존재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그래서 폭동도 아주 조금은 그럴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민혁명의 자랑스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진보적 국가 프랑스에서도, 과연 기득권층의 권리가 완전히 비기득권 계층에 전복되어 그 부와 권력의 완전한 탈환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을까? 프랑스혁명은 왕정에 세금을 내던 부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부르주아들이 일으킨 혁명이다. 못먹고 못입던 하층민들이 주역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과연, 프랑스는 진보적일까.
6. 런던의 미술관은 고급 편집샵, 파리는 대형 명품관의 느낌이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기로 유명한 두 도시를 겪어본 결과, 내 느낌은 딱 저거였다. 런던의 컬렉션은 뭐랄까. 내 입맛에 딱 맞고 그러면서도 찾으면 찾을수록 숨은 보석을 캐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파리는 어딜 가도 아트피스가 깔려있는데 뭔가 다 내 입맛에 맞진 않지만 명품인건 알겠는 그런 느낌? 그래서 파리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여러군데 갔지만 어떤 덴 남들은 하루종일 봐도 모자라다는데 굳이 내가 여기 들어올 필요가 있었을까?도 싶게 그저 그랬던. 그런 기억도 많다.
런던에서는 소머셋과 사치, 내셔널갤러리가 좋았고 특히 소머셋은 꼭 추천한다. 파리는 오랑주리, 오르세, 피카소가 괜찮았고 나머지는 그저그랬다. 그 이유는 내가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가 심히 떨어지는것이 첫번째고 또 르네상스 이전 성화나 고전주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두번째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고흐, 모네, 마네, 세잔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컬렉션이 물론 파리에 많긴하지만 그 많은 미술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반절 이상은 아니다. 일부일뿐. 그래서 사실 파리에 두번 방문한다면 아마도 뮤지엄 패스를 안 끊거나 2일권정도로 해서 몇군데만 갈것 같다.
런던에서 받았던 감흥은 사실 크게 받지 못했다. 가이드 투어의 한계일수도 있겠고, 느긋한 마음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걸어다니는 족족 사방이 다 예술품이라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두 나라에서 느낀건 딱 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