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은 다르다??
은연의 편견 (IATBias)
인간은 우리라는 그룹과 그들이라는 그룹으로 나누는 이분법을 기가 막히게 잘 사용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게 되는 미디어가 가장 선구자 적인 역할을 한다. 작게는 성씨(양반 성씨, 상놈 성씨)로부터 시작해서 살고 있는 지역(경상도와 전라도). 찾다 보면 아마도 수도 없이 많은 이분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 동문, 우리 회사 동료, 소주파/맥주파, 가장 크게는 여자와 남자, 우리 종교 등등.. 재밌는 것은 그러한 성씨나 다른 편견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야구나 축구팀이다. 스포츠 팀이라는 개념이 이미 존재하는 이분법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 팀에서는 너의 성이 김 씨든 이 씨든 뭐든 상관이 없게 된다. 우리는 한 팀이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아주 뿌리 깊은 골인 경상도와 전라도의 불편함이, 일본과 한국이 하는 야구나 축구 경기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 왜냐면 우리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북미, 어느 곳을 보아도 다 똑같이 존재한다.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아마 외계인이 침범하게 되면 우리 지구인과 그들 외계인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듣게 될 것이다.
같은 두 사람의 관계인데도 어떤 상황에서는 '우리'라는 단어가 적용이 되었다가, 어떤 경우엔 '그들'이라는 단어가 적용이 되는 것이다. 주체가 바뀌지 않고 단지 상황만이 바뀌었을 뿐인데 두 사람의 정체성이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바로 한순간에 '아군'이 '적군'으로 바뀌어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오묘한 현상이다.
가족을 이야기할 때도 많이 듣게 된다.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살다 보면 남편과 아내는 많은 경우,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하게 살아야 돼라는 말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시댁과 친정을 이야기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 따라서는 어느 순간 우리 가족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아니면 아내가 남편에게 "너의 가족은..."으로 둔갑을 하게 된다. 한순간에 우리 팀에서 그들의 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간의 좋고 나쁨도 아니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만큼 'Vulnerable' 하다는 것이다. 한글로 어떤 말이 적절한지 몰라 그냥 원어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염두하고 있다면 이분법으로 다른 상대를 평가하고 폄하하는 횟수가 줄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도 좀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이분법이 우리의 행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에 번역본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관심이 있으신 분은 Robert Sapolsky가 쓴 Behave라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엄청난 충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