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니멀리스트로 만든 프로그램

넷플릭스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by minimal jean




그 물건이 당신에게
설렘(spark joy)을 주나요?





나를 미니멀라이프의 세계로 이끌었던 넷플릭스 교양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나는 이 프로그램이 여전히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정리’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가장 강력하게 설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정점에는 ‘곤도 마리에’가 있고, 그녀의 특별한 정리법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가 있다.





정리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던 과거의 나,
프로그램을 통해 달라지다!





내 얘기부터 해보자면, 과거의 나는 정리를 잘 못하는, 더 정확하게는 정리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정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학교과제, 친구와의 약속, 혼자만의 시간 등등. 그리고 나는 정리하지 않아도 흩어져있는 내 물건을 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리의 필요성은 나에게 쉽게 설득되지 않는 문제였고, 그저 엄마가 시키면 그제서야 할 수없이 해야 하는 것 정도였다.




이랬던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정리의 필요성’에 완전히 설득되었고, 적극 공감하게 되었다. 나를 설득했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였다. 불필요하면 버려라, 쓰지 않으면 버려라, 지저분하면 버려라, 유행이 지났으면 버려라도 아니고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니. 그 말은 단순히 정리하라는 잔소리가 아니었다. 우리의 삶에 설렘을 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하는 애정 어린 말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에서는 이 모호한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인물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볼 당시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던 나에게는 이 말이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는
생각(thought)과 행위(action)를 담는
종합적인 것






곤도 마리에가 말하는 ‘정리’는 설렘을 주는 것들에 대한 고민(thought), 그리고 고민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행위(action)까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슬럼프에 빠진 나를 생각하게 하고, 움직이게까지 하는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저 지친 마음을 1회성으로 위로해주는 힐링에세이와는 달랐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는 보는 것 자체로 힐링의 느낌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계속 푸시했다.







곤도 마리에에게 정리 컨설팅을 받고,
스스로 정리하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특별한 일반인 8 가정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곤도 마리에의 일반인 의뢰인들도 나처럼 삶의 어려움에 빠져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집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1화 –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 (추천)


2화 –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노년 부부


3화 – 10대 자녀가 있는 부부


4화 – 오래 전 사별한 남편 물건을 정리하고 싶은


싱글 여성 (추천)


5화 – 부모님께 성숙한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동성애자 부부 (추천)


6화 – 셋째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


7화 -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신혼 부부


8화 – 젊은 레즈비언 부부





설렘을 주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의뢰인들은 꽤 애를 먹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물려준 추억의 원피스를 버리는 것을 고민한다거나, 정말 버릴 물건이 없다고 생각할 때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차근차근 자신의 힘으로 그들의 물건을 하나하나 비워나가고, 최종적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볼 때 너무나도 뿌듯해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신박한 정리>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박한 정리>에서는 정리업체의 힘이 꽤나 크지만, 이 프로그램은 얼마간의 여유 있는 시간을 두고 (1주일 정도로 보여진다) 의뢰인의 손으로 직접 정리하게 한다. 처음에 곤도 마리에가 집 정리의 팁을 주고 같이 정리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정리는 의뢰인의 손에서 이루어지며, 곤도 마리에는 중간중간 방문해 조금 더 세심한 코칭을 해줄 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니 <신박한 정리>에서처럼 신묘한 가구 재배치는 볼 수 없어도, 엄청난 집 정리를 끝낸 후 의뢰인들이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화면 밖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프로그램이 말하는 정리에 대한 진정성이 더욱 느껴진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과 ‘동성애자 부부’였다. 한 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물건을 비우기로 결심한 할머니는 너무 대단해 보였고, 성숙한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집 정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동성애자 부부도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 신기했다. 큰 정리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저마다 삶의 어려웠던 부분이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것 같다. 새로운 삶을 살고자 용기를 낸 그들에게 박수를!







여행가기 어려운 코로나 시대,
집 정리를 통해 복잡한 일상을
스스로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서, 혹은 너무 지쳐있어서 생각이든 물건이든 미처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간간이 여가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먼 곳으로 여행 떠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 이 프로그램을 한 편 보면서 복잡한 현실 중 하나인 ‘집’을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집을 정리하면서 나의 삶 또한 함께 정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은 저마다 우리 삶의 작은 조각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리가 다 끝났을 무렵에는, 프로그램의 의뢰인들처럼 그 동안 지쳤던 마음에 긍정적인 기운을, 바빴던 마음에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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