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간자 블라우스와의 결투

by minimal jean



도트 무늬 오간자 블라우스 ♥





결투의 룰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후, 나는 가끔씩 옷과 결투를 벌인다. 결투의 룰은 이렇다. 첫째, 결투를 신청하는 쪽은 항상 나다. 둘째, 결투의 대상은 ‘버리기는 아깝지만, 잘 안 입는 옷’이다. 셋째, 결투의 승패는 내가 결투의 대상을 얼마나 잘 입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내가 결투에서 승리하면 그 옷은 영원히 나의 옷이 되며, 패배하면 그 옷은 남의 옷이 된다.





이번 결투의 상대는,
오간자 블라우스!





최근에 나는 도트 무늬의 시스루 오간자 블라우스와 결투를 벌였다. 이 옷은 작년에 엄마와 함께 가로수길에 놀러 갔다가 충동구매한 옷이다. 이 옷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지 내가 도트 무늬의 옷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구매할 당시 나는 내가 시스루 옷을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옷은 우리 집에 들어 온 순간, 자신이 시스루임을 적극적으로 표현했고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당황스러워 옷장 속(심지어 엄마의 옷장 속!)에 넣어놓고 1년 동안 꺼내지 않았다.





이 옷은 그렇게 한동안 잊혀져 있었는데, 최근에 엄마가 옷장정리를 하며 이 옷을 내놓아서 나는 이 옷이 아직 나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기 전이었다면 이 옷은 그냥 또 내 옷장 한 켠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겠지만, 미니멀리스트가 된 나는 이 옷과 결투를 해야 했다. 내가 이 옷을 입을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지를 결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오간자 블라우스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결투는 싱겁게 나의 승리로 끝났다. 이 옷을 발견할 당시 나는 블랙 스키니 진을 입고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 바지 위에 이 옷을 입었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내가 요즘 즐겨 신고 다니는 핑크베이지 컬러의 블로퍼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그래서 이 블라우스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내가 입기로 했다.





물건의 값을 치뤄 준다고
그 물건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이 블라우스 외에도 나는 다양한 옷들과 결투를 벌여왔고 앞으로도 벌일 예정이다. 이 결투가 미니멀 옷장을 만드는 데 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잘 안 입는 옷은 처음에 입는 게 어렵지, 한 번 입고 나면 이 옷을 확 좋아하게 되거나 혹은 진짜 못 입겠거나로 확실히 결정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결투를 통해서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밥 한 끼 산다고 사람 마음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처럼, 물건도 값을 치뤄 준다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도 많이 교류하면 할수록 내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물건도 많이 쓰면 쓸수록 진정한 내 물건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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