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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Nov 24. 2021

‘핑크 헤어롤’이 뭐길래 뉴욕 타임즈에 실리나

뉴욕 타임지에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라는 기사가 실렸다

인터넷 기사를 보다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브런치에 글을 쓴다.


NYT(New York Times)에서 난 기사 내용이다. 한국 여성들은 머리에 헤어롤을 만채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한다. 그러한 여성들의 심리가 무엇이고 그것이 다름 아닌 문화의 하나이고 그 문화는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개인의 취향에서 나오는 문화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https://www.nytimes.com/2021/11/21/style/korea-hair-curlers-gen-z.html


몇 년 전 대낮에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내 바로 앞에 앉은 젊은 여자가 핑크색 구루뿌(헤어롤의 옛말)를 앞머리에 떡하니 꼽고 있었다. 순간 나는 그녀에게 "저기요, 구루뿌를 안 빼셨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말해줄 뻔했다. 어쩌다 급히 나오는 바람에 전체 구루뿌를 말았다가 한 개 정도 실수로 빼지 않고 나오시던 아주머니가 가끔 계셨다. 우리 친구들 중에도 그렇게 실수로 나와서 엄청 창피했다는 무용담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랬기에 내 눈이 자꾸 그 여자 쪽으로 시선이 가고 있었다. 어찌 안 가겠는가?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미국에서는 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한국에서도 처음 본모습인 데다 완전 실수로 나온 사람 같지 않은 게 연신 커다란 거울을 들고 자기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실수 일리는 없고..



자세히 그녀의 행동을 보았다. 일단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작은 손바닥만 한 거울도 아니고 화장대 앞에서 세워놓고 보는 탁상용 거울을 한 손으로 잡고 커다란 파우치 백을 열더니 화장을 시작했다. 어? 처음엔 비비크림을 지하철에서?라는 생각에 힐끗 보기 시작했는데 어라? 파운데이션을 꼼꼼히 얼굴에 두드리더니 세밀한 눈 화장도 능숙하게 하더니 마지막 핑크 볼터치까지 완벽하게 얼굴 화장을 마쳤다.


그녀를 처음엔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그렇게 조심스럽게 쳐다본 내가 더 민망해 보이기까지 했고 나중엔 나도 대놓고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포커스는 정확히 한사람인 그녀이고 주변은 흐릿하게 보이는 인물 중심의 사진을 촬영하듯 자기의 얼굴을 커다란 거울에 이리저리 비추며 매우 흡족해 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표현이 맞다 싶을 만큼 타인에게는 손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지하철 안에는 그녀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잘하면 옷도 바꿔 입을 태세였다. 오 주여!


그녀가 화장을 다 마치고서야 나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더 이상한 건 나 빼고 그녀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이런 모습이 아주 흔한 모습이라는 것처럼 아니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행동에는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그 누구도 나처럼 호기심 있게 보는 이가 없었다. 간혹 나보다 더 나이가 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아주 못마땅한 얼굴 표정으로 그녀를 고개를 저으며 쳐다보다 이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모습은 한두 명 있었지만 그들도 이내 관심 밖이었다.


끝내 그녀는 헤어롤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양 스프레이로 한번 더 뿌려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치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의 시간을 정확히 계산을 해서 화장하는 시간을 맞추는 듯했다. 여러 번 해 본 솜씨임에 틀림이 없다.



왜일까?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긴 시간이었다. 립스틱을 바를 시간이 없었다거나 깜박 잊고 립밤을 바르지 못해서 사람들 눈을 피해 살짝 바른다는 건 이해가 아니라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거울을 보며 내 입술에 무언가는 바르는 행위를 서슴없이 하지는 못한다. 꼭 육감적인 입술이 아니더라도 눈 화장을 하고 볼터치를 하는 행위나 얼굴 어딘가에 치장을 위한 화장을 하는 행위 자체를 금기시했고 그런 일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메너로 생각되었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다.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쉐이브 하는 행동을 본 적이 없고 바지를 올려 장딴지에 로션을 바르는 행위를 한다는 건 비상식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남녀를 떠나서 내 신체에 무언가를 하는 행위 즉 이를 닦는다거나 세수를 한다거나 화장을 한다거나 머리 손질을 하는 행위는 나 혼자서 나를 위한 일이다. 구태여 타인 앞에서 남의 시선을 받으며 하는 일은 아니다. 부부 사이에도 방귀 트는 일이 큰일인 것처럼 가까운 사이라도 나의 은밀한 행위를 보인다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행동이 이제는 문화가 되었다는 보도를 지금 미국, 그것도 가장 영향력이 있는 NYT 신문에서 다루었다는 자체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최근에 BTS를 비롯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등 문화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대단한 한국에서 젊은 여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헤어롤을 하고 길거리를 활보 한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긴 행동이지만 어느 기자에게는 재미있는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는 있겠다 싶었나 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은 행위가 어떻게 이러한 이슈로 남게 되었을까? 우리 어른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대할 때,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1%도 없다면 일단 상대방이 입은 옷차림으로 첫인상을 갖게 된다. 말끔하게 정장을 입었다면 성격이 깔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 넘치는 포스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대화를 하다가 정말 그러한 성격이 보이고 그러한 직업에 맞는 스타일이라면 우리는 처음 본 사람에게 더욱더 높은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정장 차림으로 깔끔하게 딱 떨어진 옷을 입었는데 자유로운 스타일로 함부로 행동하거나 지저분한 행동을 하면 모습과 행동이 맞지 않아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직업이 몸을 마구 움직이는 일이라거나 자유롭게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옷을 입고 나왔다면 그 또한 옷과 직업이 맞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모델 지망생이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며 자기를 표현해야 하는 자리에서 정직하게 슈트를 입고 면접을 보는 일이나 정확한 시선으로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하는 월스트리트 면접에 조거 팬츠에 오버핏 스웨터를 입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처음 사람을 대하는 자리에서 행동과 태도 등 메너도 중요하지만 옷차림은 50% 이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여자가 머리에 핑크색 헤어롤을 말고 나타난다면 어떨까? 물론 만나는 상대방의 코앞까지 헤어롤을 하고 나타나진 않는다해도 거리에서 만난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인상은 나빠도 된다는 말은 어패가 있다. 만나는 상대가 그 전의 모습을 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이제는 하나의 패션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그러한 패션을 이해해야만 젊은 세대와 공감 할수있다고 하는데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남녀노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녀의 공감은 얻어야 하는데 보통 남자들도 그녀들의 독자적 행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일단 대부분의 헤어롤이 핑크색이다. 왜 핑크색만 그렇게나 난무하게 많은지 모르겠다. 헤어 칼라에 맞추어 검정이나 브라운 칼라로만 되어있어도 그렇게까지 눈에 띄지 않을 터인데 마치 헤어롤은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핑크 칼라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한국처럼 유행이 빠른 나라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머리에 커다란 왕 핀을 절대 꽂지 않느냐? 그렇지도 않다 아주 간혹 의상 콘셉트상 커다랗고 화려한 색감으로 멋지게 모자를 쓰듯 꽃을 꽂는 사람도 있다. 잡지에서 다양하게 만나볼 수도 있다. 그래서 헤어롤이 일반 핀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우습게 느껴지진 않을 터이다. 문제는 그렇게나 커다란 핀이나 꽃을 얼굴 정면 그것도 이마 앞부분을 볼록하고 큰 원을 그리며 눈에 뜨이게 부풀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그렇게 커다란 헤어롤을 얼굴 정면에 꽂고 활보할까?


그 누구도 정확한 정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처음에 한두 번은 실수로 여겼을 일이고 그러다 한두 명이 '뭐 어때? 나만 편하면 되지'라는 심리가 전반적으로 깔렸을 것이고 연예인들이 인증샷으로 이용했을 것이고 그러다 이제는 '뭐 귀엽네'까지 발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개성을 지극히 중시해왔고 누구나 똑같은 모양으로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함께하는 것에 대한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서태지가 출몰하고 나름 개성시대가 열렸고 더 나아가 '이쁘다'는 소리보다는 '매력 있다'는 말을 듣기를 원하는 여자들이 생겨나고 지금은 매력보다도 '개성 있다'는 말을 조금 더 쳐주는 그런 세대가 되었다.


단적으로 고현정이 나오는 드라마가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정호연에 밀리는 시대가 되었다. 공장에서 막 찍어낸 듯한 똑같이 이쁜 인형 같은 얼굴이 손하나 안 댄 촌스럽지만 독특하게 나만의 개성이 넘쳐나는 얼굴에 밀려난 지 오래다. 그만큼 이쁨의 기준도 달라진 것도 사실이고 남의 이목보다는 나 자신의 삶에 충실한 홀로의 삶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지금 나의 행복이 이 세상 최고의 일이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내 최고의 날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어느새 뿌리 깊게 박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이 그들에게 밀려선 안되고 그러면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되어버려 나의 행동에 제약을 받으면 곧바로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내가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강하게 인지하고 있다.


결국 '내가 헤어롤로 국을 끓이든 밥을 말아먹든 알바 아니니 아무도 상관하지 말아라'라는 말인데,


헤어롤의 목적은 머리를 부풀리는 기능이고 그 기능은 집에서 끝내야 맞는 말이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다가 집에 급한 일이 있으면 말았던 구루뿌가 보이지 않게 보자기로 머리를 감싸고 거의 뛰다시피 다녀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버젓이 남이 보든 안보든 아무런 상관없이 헤어롤을 하고 집을 나와 거리를 활보라고 그러고도 모자라 대중교통을 탈 때도 빼지 않고 거리에서 스치는 타인의 시선은 무시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그런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마치 귀에 커다란 꽃을 꼽고 다니는 사람을 우리는 정신이 나간 여자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듯 딱 그 비유가 맞겠다. 이해하려면 같이 미쳐야 되는 세상이다.


NYT의 결론은 한국에서 젊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 하는 모습이 흔하다며 이는 젠더에 대한 관념 및 미적 기준의 변화이자 세대 구분의 상징이 되었다고 결론을 지었다. 다수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는데 대부분이 가는 길에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잘 보이면 된다는 내용은 한국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는 발언이 아니라고 정정해주고 싶다.


정말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과연 이러한 행위가 단지 패션 흐름의 한 줄기라고 말하는지 그리고 그들도 헤어롤을 하고 다니는 여성을 진심으로 이해하는지 아니면 그런 여자들을 보면 기성세대처럼 눈살을 찌푸리는지 설문조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느 시대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상의 변칙 논리가 존재한다.


팬티가 보이든 말든 엉덩이에 커다란 꽃을 달고 다니든 말든 그리고 머리에 커다란 뿔을 매달고 다니는 행위 같은 일이 그저 '내 몸이니 내 마음대로 하고 다니는데 무슨 상관이람. 이게 유행이고 트렌드이고 이런 걸 따라가지 못하면 기상 세대이자 꼰대'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는 논리다. 고루한 기성세대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나 형광 핑크 헤어롤을 하고 거리를 활보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람이 젊은 세대라고 한다면 난 그냥 기성세대이자 꼰대로 사는 게 맞을 성싶다. 묻고 싶다. 글을 읽는 당신은 이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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