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이성이 판단하는 확률이 아닌, 마음의 판단이다.
생각지 못한 일들이 들어오면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느 정도 확립이 되었다. 북디자인이다. 그런데 막상 프리랜서로 무엇부터 하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브런치를 켰다.
북디자이너로서 살아가고 싶어 구직시장에서 직장을 찾았었다. 그런데 프리랜서로서 일을 따내는 법을 배워본 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회사를 떠난 지 6개월이 되었으니 현장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지 디자인 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현장에서의 갈증을 느껴서 꾸준히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들어오곤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약간은 불안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래서 구독 중인 클래스 101 강의를 찾아본다.
그런데,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디자인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판매의 기술, 그리고 브랜딩을 하는 방법, 카피라이팅을 잘하는 방법이다. 쉬는 동안 디자인에 손을 뗀 것도 아니다. 표지 디자인을 2개 정도 진행했었다. 그리고 지금 프리랜서로 도약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되어야 할 일은 생존일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정기간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선택할 방법이 없이 다시 회사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프로젝트라고 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즐기며 지냈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프로젝트에서 미비한 수준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부수입이기 때문에 가능성의 발견에 큰 뜻을 두었다. 이미 출판사에서 5년 넘게 일을 하면서 몇몇 지인들에게 일을 받아서 할 만큼 나의 디자인서비스는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편없는 상품을 첫 판매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 디자인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이 있고 판매되는 디자인 서비스가 있다는 것은 스스로 판단컨대 중상이라는 반증이다.
그런데 반대로 진지해서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지하면 걱정이 앞서고 불안은 더 크게 보인다. 왜냐하면 불안은 이성이 판단하는 현실적인 확률이 아니라 마음이 판단하는 나의 소망만큼이나 커지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에 압도되어서는 안 된다. 직접 그것을 앞에서 보았던 경험을 생각해 보자. 70%의 합격률과 1년에 4번의 기회가 있는 워킹홀리데이를 소망하던 1급 일본어 자격증 소유자인 지인은 워킹홀리데이 합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서 설득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그 사람은 신청한 그 횟수에 바로 합격을 하였다. 주말이면 일본어 학원을 가서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서 오히려 본인보다도 내가 더 지인의 합격을 확신했었다. 그래서 당시에 굉장한 아이러니를 느꼈었다.
지금 어쩌면 내가 그런 상황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변에서 나보다 나의 프리랜서 독립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 가? 그렇다면 조금 불안을 덜어내고 확신을 가져보자. 잘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른 알바를 하면서 이 일을 병행하면 된다. 더 나빠질 것이 무엇인가? 이미 이것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생각보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다. 공무원 공부한다면서 알바도 병행해보지 않았던가 그것보다 어려울까. 삶은 어쩔 때 질릴 만큼 연명되지 않던가? 내가 생각하는 최악은 그리 멀지도 않지만 가깝지도 않다.
10월은 브랜딩에 대해 공부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