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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루토 Oct 22. 2020

[매일 크는 엄마] 엄마도 빛이 났던 사람이야

왜 브런치를 시작했냐면

대학에서 강의하는 나는 이십대에 갓 접어든 학생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들은 그냥 빛이 난다. 너희는 아직 뇌가 말랑말랑한 시기야. (코로나만 끝나면) 많이 여행하고 많이 보고 많이 읽고 깊게 느끼렴.


언젠가 아들이 이십대가 되면 말해주고 싶다. 엄마도 빛나던 청춘이 있었어. 엄마도 이십대가 있었다. 엄마도 빛이 났던 사람이야.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온 가장 소중한 선물인 너를 낳고, 나는 마치 빛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지. 내 공부만 하며 달려오던 사람이 삼 년을 너만 바라보며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지. 하지만 돌이켜 보면 너라는 사람의 근원을 쌓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사실 빛이 나고 있었음을,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써. 


나는, 한 인간을 빚어내는 이 초기 작업이라는 육아, 그 무시무시한 책임을 뭣도 모르고 떠맡은 채, 벌써 삼년 이상을 살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네가 프리스쿨에 가게 되면 하루 종일 너와 내가 서로의 세상이고, 그 세상이 온전하고, 오늘은 뭘 할까만을 고민하는 우리 둘만의 그런 시간도 막을 내린다.



너의 인생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들이 늘어날 것이고 너의 세계는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이 지분을 넓혀갈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가까이에서 바라볼 것이다. 그 때까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너와의 관계를 단단하게 쌓아서 언제나 너의 피난처가 될 곳을 지어주고, 네가 맺게 될 수많은 관계들의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다. 네가 날아갈 때,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도록 너의 날개 근육을 미리 단단하게 잡아주고, 무엇보다 내려앉아도 괜찮다고, 인생은 그런 순간도 있다고 끊임없이 알려줄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최선을 다할게. 최대한 행복한 맘(mom/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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