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4. 단계 중 하나입니다만
MZ 사회초년생 이야기
이 회사의 장점이 무엇인가요?
본가로 내려온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상황이 그 무엇도 발전된 것이 없었다.
확실히 이력서를 쓰면서 느끼는 거였지만, 내 이력서는 A~D등급 중 D등급이었다. 학력, 학점, 자격증, 외국어 부분 모두 평범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결국 내가 지금 당장 지원했을 때 승부를 보기 괜찮은 회사들에 지원을 하였고, 이 선택으로 인해서 나는 1년 정도 돌아가게 된다.
고민을 하다가 직무부터 결정을 하였다. 예전부터 다른 사람들과 곧 잘 친해져서 "영업하면 잘하겠다."라는 칭찬을 많이 받고는 했다. 그래서 영업직무들을 고민을 하다가 '기술영업'직무를 골랐다. 대부부의 영업은 다른 곳에서 물건을 가지고 와서 비싸게 파는 것이 기본 툴인데, 기술영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곳에다가 어필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 초첨이 맞춰진 직무였다. 그래서 일반 영업을 선택했을 때 보다 경쟁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다음에는 지역에 본사를 둔 회사들을 추렸다. 대부분이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반도체... 우리나라 굴지 대기업들이 반도체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중에 이직을 할 때 '선택의 폭이 넓겠다'는 생각이 들며 산업군에 대한 고민을 마쳤다.
그렇게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반도체 산업군에 있는 회사들에 기술영업 직무로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는 생각보다 막막했다. 경상계열의 전공을 갖은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전공을 어떻게 회사 직무와 연관성을 갖게 설득하는지가 막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지원동기'였다. 회사에 '돈 벌러 간다'는 이유 외에 다른 것을 체크해서 무엇할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회사 홈페이지를 보아도 결론이 안 나오자, '직접 만나보자'라는 선택을 하였다.
아침 일찍 출근시간에 찾아갔지만 종사원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흘러 점심이 되었고, 막간의 휴식을 즐기러 나온 직원들에게 접근하였다.
대학 과제 때문에 찾아왔다고 침착하게 거짓말을 하며 크게 두 가지를 물어보았다.
-우리 회사만의 장점이 있나요?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사 제품 서비스와 차별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첫 번째 질문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내 미래의 회사생활을 점쳐볼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부서 간의 편차가 크다는 것은 나중에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질문은 회사가 업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물어보았다. 회사의 강점과 비전을 확인해서 지원동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그렇게 준비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가지고 최종면접까지 가서 떨어졌다. 하지만 최종 면접장에서 "이쪽 경험이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는 면접관의 이야기를 듣고, 기술영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아무 회사나 입사를 하였다. 큰 실수였다.
소장님 꼰대세요?
입사한 회사는 빔프로젝터 회사였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빔프로젝터 기술을 가지고 전국의 영화관이나 영상관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CGV, 메가박스와 같이 대형 영화관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너무 체계가 없었다.
이제 시작하는 영업사원한테 꽤 많은 부분의 책임을 쥐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대책 강구는 물론 다양한 문제들에 해결책을 제시하여 없는 기동력을 갖추어 유동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도 나도 문제가 많았다. 신입사원을 받았지만 기동력적인 문제도 해결이 안 되어 있는 회사, 체계 탓을 하면서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는 신입사원.
양쪽 다 불쾌하고, 부끄러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하루는 소장님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너 같은 신입사원을 우리가 왜 써야 되냐. 사람 한 명을 더 뽑겠다."라고 언급을 하셨다. 그날 집에 가면서 회사에서 또 잘리는 건가 하고 의기소침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어차피 경험만 쌓고 나서 바로 이직할 거다.'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강압적으로 이야기하였음에도 변화가 없는 신입사원을 보며 답답했던지 소장님은 자신이 이 회사를 창립한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도전정신이 없다느니, 다양한 문제가 젊은 친구들로부터 파생했다는 이야기들을 하였고, 그 끝에는 월급 사용내역까지 물어보는 상황까지 왔다. 그때쯤부터 여기저기 다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때는 적응도 잘 못하는 나도 미웠고, 사람도 미웠다.
면접 보러 안 오시나요?
5개월쯤 흘렀을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책방님 맞으시죠~? 혹시, 면접장소 오고 계신가요?"
'이상하다. 지원한 곳이 없는데...'라고 생각을 하면서 "죄송한데 어디시죠?"라고 질문을 드렸다. 통화 너머에서는 규모가 큰 공기업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는 채용 전환형 인턴 지원해놓고 왜 면접을 안 보러 오냐고 이야기를 하였다. 생각해보니 2주 전쯤 지원을 했었다. 하지만 나의 학력과 상황으로는 합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합격이라니.. 나 c등급 아니었어?
당황함을 뒤로하고, 면접장소와 시간을 물어보았다. 서울에서 진행하는데 면접 시간까지 20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전화를 힘없이 끊으며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날 엄청 후회를 했다. 더 많은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나가 합격할 수 있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며 만족을 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내가 지원을 한 회사들을 다시 보았다. 그곳에는 처음 이 회사를 들어오면서 디자인했던 청춘 책방은 없었다.
그다음 날이 명절이었는데, 명절 연휴 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다시금 정리를 하였다. 그 결과 세 가지의 방향이 나왔다.
- 유통산업에서 영업직무
- 인사직무
- 소방공무원
세 가지로 방향성을 정리한 다음 어떻게 하면 해당 방향성 넘어가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했다.
- 택배 물류 소 일
- 공사장 경리 직원
- 공무원 입시 준비 시작
'경험이 부족하면, 해당 분야에서 먼저 경험부터 쌓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자'
이렇게 두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표를 냈다.
천장 높이까지만 자라는 대나무
예전에 교수님 연구동에서 대나무가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신기한 것은 자라는 게 금방이어서 조만간 저 유리천장이 부서지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심 관리사가 관리를 한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대나무가 쭉쭉 자라다가 천장에 부딪히고 더 이상 성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자기들의 성장치를 벽에 몇 번 부딪힌 다음에 더 이상은 성장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인에 대한 객관화를 맹신한다.
인터넷 취준 카페만 가도 본인의 스펙을 나열한 이후에 본인이 어느 위치쯤인지 확인한다.(학교는 ㅇㅇ, 학점은 0.00 자격증 어학점수 등등)
하지만 이 이후 이야기에서 나오는 경험들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에 합격을 하였고, 최후에는 나한테 맡는 회사를 선택한 입장에서 나를 평균에 맞추는 행위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다.
회사는 각자가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 단순히 학점이 좋고, 영어도 능수능란하며,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들의 일을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렇기에 본인들이 어떤 일에 강점을 갖고,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읽는 취업준비생들 중에 본인이 평균으로부터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본인의 성장 높이를 미리 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