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는 꼭 과거에 형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놀이터에서 뛰놀던 그 시절, 소꿉장난 놀이 세트 하나로 남녀 할 것 없이 위아 더 월드가 될 수 있었던 나이는 딱 고만큼,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머리가 크고, 어떤 게 이득인지 셈에 밝아지고, 얄미운 친구와 나한테 주기만 하는 친구가 오로지 나만의 기준으로 확연히 가늠이 될 때부터 진짜 친구, 베프, 그냥 아는 애, 학원 친구 등등으로 분류되어 불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마 모든 그 시절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한데 나이가 들면서 그것들의 기준이 어떤 기준인지 의문이 들기 작했다. 분명 나와 25년 지기 베프인데 베프 같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 달 전에 단지 가계에서 우연히 말을 한번 섞었을 뿐인데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25년 지기 베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얘기를 하며, 현재 상황을 얘기하고 싶어 지고, 자주 봐도 즐거운 마치 만난 지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25년이 넘은 소위 말하는 베프가 있다. 이 친구와는 1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도 뜬금없이 이상한 질문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갑자기 잘 있다가 "000 제품 써봤어? 왠지 너 써봤을 거 같아서 "라고 메신저를 보내고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생각해도 웃기긴 하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톡을 하는 거 같이 이상하지 않은 내용으로 메신저를 하는데 실제로 알고 보면 직전 마지막 메시지는 1년 전, 최장으로는 2년 만에 저런 뜬금없는 제품 이용 후기를 묻는 톡을 주고받기도 한다. 요즘엔 서로 어느 순간 미안했는지 종종 더 자주 안부를 묻곤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래!!라고 외치는 나와 베프 사이의 [진짜 친구]라고 할만한 나름 자부심?? 있는 자신 있는 우정이다.
이만큼 오래된 사이는 아니지만 대학 때부터 16년 이상을 지내온 동기이자 친구가 있다. 이 친구와는 흔히 말하는 애증의 관계인데, 처음에 언급한 25년 지기 친구와는 조금 다른 우정관계를 가지고 있다.
나와는 참 안 맞는 것이 많고도 많지만 특이하게도 어쩌다 한 번은 진짜 잘 맞는 케미가 있는 친구이다. 끈끈하게 오래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로 피곤함이 생각 드는 친구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에 다툼을 통해서 알게 된 결과 그 친구도 나를 피곤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며 톡으로 어마어마한 메세 지량을 자랑하다가 서로에 대해 이해를 못함을 이해 못하다가 결국엔 우린 서로 정말 맞지 않는 거 같다, 서로 피곤하다 라는 얘기로 마음만 상한채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친구는 동갑내기는 아니다. 가끔 혼자 자주 가는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서 남남으로 서로 만났는데 우연히 케이크 하나로 관심사가 통해서 얘기를 주고받다가 알게 된 사이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SNS로 소통을 하다가 연락처까지 교환하게 되며 연을 쌓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1~2년 만에 자연스러운 안부를 묻는 나의 25년 지기 친구보다 더 자주 연락하고 친밀함을 느끼며, 16년 된 애증관계의 친구보다 더 사랑스럽고 잘 맞는다고 서로 하하 호호하는 사이이다. 알게 된지는 1년이 채 안된 나이를 거스른 좋은 친구이다.
이렇게 함께 만나서 지내온 년수를 굳이 언급하게 되는 이윤은 무엇일까?
이렇게 함께 해온 년수를 계산하는 것이 이제는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함께한 시간들을 굳이 숫자로 얘기하려는지 어쩌면 이 한두 자리 숫자가
우리의 사이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정작 상대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 내 인생 내 생각 중 -
이렇게 함께 지내온 숫자가 길다고 자주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알게 된 시간들이 짧다고 많은 것을 모르는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점점 나이가 들고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가 달라질수록 의문하게 되었고, 함께 지내온 시간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는 것이, 그 숫자가 말해주는 시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친구들이 처음에는 다들 같은 크기와 의미로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나누고, 공을 들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도록 연락을 안 하고 지내도 갑자기 연락을 하고 뜬금없는 얘기로 안부를 대신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는 꼭 과거에 형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좋은 추억을 간직했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의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그 시간이 어느덧 과거로 회상될 시점이 되어 현재를 둘러보면 이미 좋은 관계로 발전되어 있는 것이다. - 내 인생 내 생각 중 -
물론 그렇다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년이 채 안된 나이가 다른 친구가 덜 중요하고 나의 25년 지기 친구가 더 소중하다 혹은 그 반대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25년 지기 친구는 그 친구와 나와의 소중한 기억들이 이미 오랜 기간 쌓여 우리 우정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편안함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대하고 찾고 있다. 1년이 채 안된 친구는 지금 내 25년 지기 친구와의 그때, 우리가 25년을 함께 할 수 있는 원천을 쌓아 올린 그때처럼 관계를 시작하고 서로를 알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주변에 '아는 사람' '지인' '찐친' '베프' '조금 아는 사람' '10년 지기' 등등의 인간관계 분류표를 만들기보다는 그들과의 추억을 어떻게 기억할 것이며, 그들과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어떻게 그들을 좋은 관계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만들어가는 관계,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거의 추억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들이 쌓이고 쌓여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들과 지금까지 지낼 수 있는 것이니까.
아마도 앞으로 계속 어느 정도의 친밀함을 증명하기 위해 몇 년 지기 친구라며 함께 해온 시간들을 숫자로 표시해서 명함처럼 앞에 가져다 붙이는 일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들이 쌓이고 지나 나중이라는 시간이 되면, 결국 그땐 과거에 형성된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일 테고 그것들을 계속 증명하여 나의 우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때로는 이 숫자들이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더불어 내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하고 한번 맺은 인연을 쉬이 생각하지 않는 좋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 내 인생의 내 생각 중 -
추억은 오직 살아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자 축복이라는 글을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에서 읽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사람들과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