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분명히 외웠었는데 돌아서니 기억이 안나요 ㅜㅜ
구구단
사 일은 사
사 이 팔
사 삼 십이
사 사 십육
사 오 이십
사 륙 이십..이십...삼?
사실은요
사정이 있어
사단은 아직...
사..사사..사사...
사랑합니다 어무니
그저 재미있게 놀면서 가볍게 학습하던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첫번째는 받아쓰기, 두번째는 구구단 외우기다.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다 떼고 오기 때문에 책을 읽고 간단한 글을 쓰는 건 1학년부터 바로 가능하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문장을 듣고 받아쓰면서 뛰어쓰기, 맞춤법 등을 틀리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 받아쓰기 숙제를 같이 도와주다 보면, 40년 가까이 한글을 배우고 쓰고 있는 나도 100점 받기는 어려울 것 같더라.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많이 배웠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 맞춤법을 100% 안 틀리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있을까? 최소 12년을 열심히 배워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린시절 이렇게 받아쓰기 시험을 치고, 맞춤법과 문법을 공부 하는 것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일단 한글은 너무도 훌륭한 우리나라의 언어이기도 하고, 모국어를 잘 배우는게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학도 중요하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숫자, 수학을 빼는것은 불가능하다. 수능공부를 하면서 점점 어렵고 복잡해지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한 부.분.수.포.자. 이지만, 지금도 늘 숫자를 접하고 계산을 하며 살고 있다. 직장에서의 일도 그렇고, 생활비 계산, 만날 시간 계산, 애들 간식으로 딸기를 정확히 나누어줄때도 초등학교때 배운 기본 수학을 활용하고 있다. 계산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 , 가장 처음으로 외우는 표가 바로 구.구.단.이다. 등을 툭 치면 술술 나올정도로 외어져야 더하기도 쉬워지고 곱하기 나누기도 가능해진다.
학교에서 구구단 외우기 숙제를 받아오면 일단 엄마 앞에서 검사를 받고 통과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아이가 구구단을 열심히 외우던 때를 떠올려보면 이렇다. 자기 방 문에 붙어있는 2단부터 9단까지의 구구단 표 앞에서 중얼중얼 외우다 이제 되었다싶어 처음으로 나에게 검사를 받으러 오는 아이의 얼굴엔 약간의 웃음이 묻어 있었다.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것 같았다. 일단 구구단 외울때의 그 특유의 음과 리듬으로 2단부터 차근차근 읊으면 점점 진지한 얼굴이 된다. 무사히 2단을 끝내고 3단, 4단으로 넘어가면서 , 처음엔 내 눈을 바라보던 아이의 눈은 어느새 허공을 바라보며 머리속에서 구구단표를 끄집어내려고 애 쓴다. 그러다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머리카락을 쥐어짜도 기억이 안 나는 지점에 도달하면, 나에게 '실패!' 라는 단어를 듣고 다시 구구단 표를 향해 되돌아간다. 이렇게 몇번의 실패를 겪으면 아이의 얼굴엔 약간의 짜증이 섞인다. 끈질긴 도전끝에 결국 끝까지 막힘없이 외우고 나서 나에게 '통과!' 라는 말을 들으면 다시 행복한 얼굴이 되어 떠난다.
이렇게 몇번의 도전을 거치면 구구단을 다 외우게 되고, 우리는 이것을 평생 써먹게 된다. 구구단을 외울때나 연산을 가르칠 때 아이가 잘 못하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올때가 있을것이다. 이미 배워서 다 알고있는 어른의 입장에선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를 떠올려보자. 아니, 초딩시절 구구단을 외우고 곱셈 나눗셈을 배울때를 생각해보시라. 재미있는 것들도 처음은 다 어려운데, 재미도 없는 공부는 오죽할까? 그러니 못 알아듣는 아이가 답답하더라도 한숨을 꿀꺽 삼키고 차근차근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설명해주자. 아이마다 배움의 속도는 다르다. 지금 못한다고 끝까지 못하는건 아니더라. 아이가 엄마 아빠의 답답한 혹은 한심한 표정을 보고 너무 빨리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