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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Jun 18. 2024

거짓 배고픔

그냥 간식이 먹고싶을 뿐...

거짓 배고픔




분명히 내 방에 앉아

숙제하고 있었는데     


내 몸속에 자석이 있나 봐

자꾸만 냉장고에 손이 붙는다   

  

분명히 거실에 앉아

TV 보고 있었는데

    

내 몸속에 탐지기가 있나 봐

자꾸만 여기저기 간식을 찾아낸다

    

분명히 밥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 몸속에 괴물이 있나 봐

자꾸만 졸라대면서 먹을 걸 달라한다  




  아이들은 간식을 참 좋아한다. 밥을 잘 먹지 않아 엄마 아빠를 애타게 하는 아이도 간식 먹자고 부르면 냉큼 달려온다. 간식은 말 그대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사이에 출출할 때 먹는 간단한 음식이다. 그런데 가끔씩 곧 밥을 먹을 예정인데 간식을 먹으면 안 되냐고 조를 때가 있다. 간식을 먹어도 평소대로 밥을 잘 먹으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 우리도 밥 먹기 전에 과자 같은 걸 먹으면 입이 깔깔해서 밥이 맛있게 들어가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식사 전에는 배가 고파도 참으라며 간식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씩 '엄마 진짜 밥 잘 먹을 수 있어요!! 진짜요!!' 하면서 배가 너무 고프다고 매달릴 때가 있는데, 그러면 마지못해 약속 꼭 지키라며 허락할 때도 있긴 하다. 그런데 지금 한창 많이 먹고 쑥쑥 크고 있는 아들은 그대로 밥을 잘 먹지만,  둘째인 딸은 '이번에도 내가 속았구나!' 할 때가 많다. 내 눈치를 보다가 '엄마 밥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성장기인 아이들은 안 먹는 것보다는 뭐라도 많이 먹는 게 좋지만, 그래도 몸에 좋은 것을 많이 먹었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간식 역시 학교 앞에서 사 먹는 불량식품 같은(나의 기준에서 얄구진 것 ㅎㅎ) 과자나 젤리, 사탕 등등보다는 과일이나 건강한 빵, 단백질류 등등을 먹어줬으면 한다. 그래서 밖에서 파는 것보다 집에서 부모님이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면 더 좋겠지만,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엄마 혹은 아빠가 집에서 학교 마치고 오는 아이를 기다리진 않는다. 그리고 사실 부모들의 요리 실력이 다 좋지도 않다. 나 역시도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시중에 파는 것을 비치해 둘 수밖에 없다. 구운 계란, 닭가슴살 소시지, 과일, 빵, 떡 등을 놔두지만 , 아이들은 사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주변에서 과자나 분식 등을 사 먹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런데 그 시간은 친구관계를 돈독히 하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작정 말릴 수는 없더라. 다만 너무 불량식품은 안 사 먹었으면 좋겠다고 일러는 둔다.


  그렇게 밖에서든 집에서든 간식을 먹고 또 식사를 하고 나서도, 아이들은 심심하면 간식을 찾아 나선다. 분명히 저녁 먹을 때 너무 배부르다고 밥을 남겼었는데,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방에서 나와 냉장고 문을 열어 보는 것이다. 그때는 배가 고파서 간식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입이 심심한 거다. 우리도 밖에서 바쁘게 일할 땐 간식의 욕구를 잘 못 느끼다가, 휴일에 집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으면 뭔가 입에 넣고 싶어지지 않던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팝콘이나 과자가 당기지 않은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욕구를 꾹꾹 참아 내야 한다. 진짜 배고픔과 거짓 배고픔을 가려내고, 영화를 볼 때 배부르지 않아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입으로 집어넣고 있는 과자를 끊어 내야 한다. 아이들  역시 다이어트 까지는 필요 없을지라도, 일단 간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는 않다. 간식보다는 매 끼 식사 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은 식사 사이에 불필요한 간식 섭취는 좀 줄여서 본 식사를 잘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말도 있긴 하다. 밥 배 따로 있고, 디저트 배 따로 있다. 배부르게 식사를 했지만 식사 후 먹을 디저트가 들어갈 공간은 남겨놓는다는 말이다. 특히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식사 후 그것을 먹을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다면, 밥을 먹으면서도 그것까지 계산되기는 한다. 나도 좀 그런 편이다. 간식이 출출함을 채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기분을 전환시켜 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받거나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달달한 디저트를 먹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다들 해 봤을 것이다.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나지만, 그럴 때는 칼로리 계산은 접어두고 본능에 따라 맛있는 디저트를 입에 넣는다. 하지만 다이어터 혹은 유지어터 라면 그 행복한 순간을 위한 노력은 조금 필요할 것이다. 일주일을 운동하며 간식을 참거나, 식사할 때 디저트 배를 남겨놓는 등이 그런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달콤한 처방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혼났거나 뭐가 잘 안돼서 속상해하고 있을 때, 그날은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허락해 주거나 아이 손에 살짝 쥐어준다면, '엄마 사랑해요!!' 하면서  꼭 안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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