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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Jun 25. 2024

내 글씨

내 마음이 티가 났나요?? ㅎㅎ

내 글씨




내 안에 둘이 있나 봐요  

   

친구 주는 편지에선

또박또박 예쁜 글씨가     


일기 쓰기 공책에선

꼬불꼬불 못난 글씨가

    

진짜 나는 누구일까요?  

   

친구를 생각하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 나도


숙제를 생각하며

삐죽이 입술이 나온 나도

     

글씨는 다르지만

진짜 모두 나예요





  사람마다 고유의 글씨체가 있다. 그래서 글씨체를 근거로 범인을 잡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다르게 써야지 하고 의식해서 글씨체를 바꾸면 또 달라 보이기도 한다. 과학적인 분석을 하면 그래도 그 사람의 글씨체 습관이 보일진 몰라도, 그냥 육안으로만 봤을 때는 잘 모르겠더라.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그 사람의 글씨체를 따라 쓸 때도 있고,  하기 싫거나 급하게 글씨를 쓸 때는 거의 날려 적게 된다, 반면에 중요한 서류나 내가 좋아하는 글을 적을 때, 누군가에게 줄 편지를 쓸 때는 정성껏 혹은 예쁘게 글씨를 쓰게 된다. 즉 같은 사람이라도 글을 쓰는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는 친구들에게 종이 편지도 많이 쓰고, 어떤 기록을 남기거나 숙제 등을 제출할 때도 직접 종이에 글을 쓰는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항상 글씨를 바르게, 예쁘게 써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종이에 글씨를 쓰는 일이 예전보다 확연히 적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공부할 때도 스마트 기기로 타자를 치거나 펜을 사용하는 일이 많고, 숙제도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하고, 친구들끼리의 소통도 손 편지보다는  메신저나 문자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우리 때보다는 글씨를 바르게 쓰는 아이들이 적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집 아이들만 봐도 종이에 적는 숙제나 일기를 쓰는 숙제를 보면 글씨체가 가관이다. 학교 입학 전, 한글을 배울 때 글씨 쓰는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혼자 쓰는 글이면 몰라도, 선생님께 제출하는 글을 좀 신경을 쓰자고 잔소리를 해도 잘 안 고쳐진다. 딸의 일기를 읽다가 무슨 단어인지 도저히 못 알아볼 때도 있다. 이거 선생님께서 알아보겠냐고 물으면, 다 알아보시고 글도 적어주신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이런 숙제를 할 때와 정 반대의 글씨체가 나올 때가 있다. 바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때다. 요즘 손 편지를 많이 안 쓰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이나 친구에게 편지를 주고 싶을 때는 주고받더라. 특히 여자 아이들끼리 이런 일이 많다. 예쁜 글씨로 친구에게 좋은 말을 써서 귀여운 스티커도 붙이고 알록달록 마스킹 테이프로 꾸미기도 한다.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랑 억지로 하는 일을 할 때랑 기분도 다르고, 그것이 글씨에 투영이 되는가 보다. 사실 일기장도 매년 새로 시작하는 첫 장은 또박또박 예쁜 글씨로 쓰여 있긴 하다. 그때는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충만할 때였나??ㅎㅎ


  글씨체만 보면 이렇게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지만,  전부 한 아이가 쓴 글이다. 즉 숙제하기 싫은 나도 나고, 친구에게 편지 쓰고 싶은 나도 나다. 항상 예쁜 글씨만 쓰면 좋겠지만, 우리는 항상 똑같은 로봇이 아니라 감정이 변화가 많은 사람이기에,  아이의 개발새발 글씨도 이해해 주고 싶지만 보고 있으면 미간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바르게 쓰라는 잔소리를 한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집안일 도중 아이가 내민 제출용 가정통신문에 갈겨쓴 내 글씨를 발견하고 놀랐다. 아... 나도 귀찮았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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