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 찾은 아름다운 것

부다페스트에서 찾은 아름다운 것

by 아무개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이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와중 주위사람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오늘은 나보다 그들을 생각하며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며 보냈다.

이런 생각은 연애 이후로 오랜만이라 참 어려웠지만 한편으론 기분 좋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의 선물을 가득 안고서 숙소에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동네를 산책했다.

처음엔 모든 게 신기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던 모양이었다.

지도를 보지 않아도 어디가 어느 길인지 알 수 있었다.

매번 불확실한 길들 속에서 나에게도 정확한 길을 알게 해 준 한 달이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저녁에는 단골피자집으로 향했다. 마지막 피자를 테이크아웃했다.

사장님한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하자 부다페스트에서 한 달이 어땠는지 물었고

당황한 나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특히 이 피자는 더욱 못 잊을 거 같다고 답하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사장님은 그런 나에게 맥주를 서비스로 주셨다. 마지막 인사를 하며 나는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마지막 전날밤을 피자와 맥주로 마무리했다.

-우리 집 테라스에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떠나야 할 날이 왔다.

다가왔다도 아니고 이젠 정말 떠나야 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깊이 잠겨 집 앞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을 보러 나왔다.

한 턱에 걸터앉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그냥 바라보다 왔다.

뭔가 모를 개운함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모든 게 혼자였고 처음이었다.

설렘과 긴장을 안고서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첫 야경을 봤을 때에 그 눈부신 아름다움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고

계속 밤마다 바라봤던 야경, 매일 카페와 미술관, 전시회, 공원만을 들락날락했던 혼자만의 시간들을

아무 탈없이 잘 보낸 내가 기특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짐을 푼 거 같은 개운함이 동시에 들었나 보다.

한 달 동안 나는 러닝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책을 읽고, 마트에서 장을 봐 집으로 돌아와 나를 위해 차려먹고,

공원에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벤치에 앉아 다시 책을 읽고, 거리의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의 친절을 경험하고, 밤이면 혼자인 게 외로워 야경을 친구 삼아 와인을 마시며

이 모든 경험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매일 밤 메모를 남기는 모든 것까지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아무개의 일상일지라도

나에겐 너무나 값진 경험이자 평범한 일상이었다.

이로써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나를 유지하는 거라고 그것이 나에겐 행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처음엔 이 아름다운 여행을 하면서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걸 느끼진 못했다. 한 달이란 시간이 참 길면서 짧은 것 같다.

그래도 가장 크게 느껴진 건 있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 중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오늘은 오지만 그 오늘은 사라진다는 걸.

지금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걸해도 시간은 부족하다는 걸.

그러니 지금 여기를 더 소중히 해야 하는 걸 너무나 느꼈던 걸로 난 만족한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나 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나일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울수록 행복할거라고 믿었던 나는

나다울수록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여행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했던 말을 지켰다.

행복하게 살았다.

씨어 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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