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초록 Jul 12. 2022

계절의 층을 담은 플로리다고스트

플로리다고스트 성장기

  플로리다. 단어가 낯설게 보이는 요즘 플로리다가 서술어로 보인다. 마침표를 찍어줘야 할 것 같은 단어이다. 플로리다뷰티나 플로리다고스트의 잎끝을 보면 길쭉하게 나와있는 모습이 꼭 미국의 플로리다주를 닮았다.

  플로리다고스트가 처음 왔을 땐 여린 잎 세장이 있었고 고스트라는 이름은 붙여져 있지만 고스트 잎보다는 여린 연두의 색이었다. 고스트라고 이름 붙인 아이가 왔으니 언젠가는 고스트 잎을 보여주겠지 하며 키워나갔다.

  

작은 플로리다고스트와 그 옆에 스퀘미페럼이 꽤 잘 어울린다

잎이 점점 커지면서 하나씩 고스트 잎이 나왔다. 처음에는 정말 밝은 고스트 잎이 나온다. 줄기도 굉장히 붉은색이다. 붉고 길쭉한 줄기 끝에서 하얗고 길쭉한 무언가가 통통해지면서 펼쳐진다. 처음은 레몬색을 한 방울 흘린 밝고 눈부신 고스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줄기가 초록이 되고 초록물감이 잎맥 사이로 스며드는 것처럼 일정하지 않게 초록물이 든다. 그렇게 물든 잎마저 예술적으로 보인다. 자연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그림을 그린다. 자연은 보이지 않는 예술가다.

고스트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플로리다고스트

플로리다 고스트를 닮은 식물은 필로덴드론 스퀘미페럼이다. 실은 판매자가 플로리다뷰티라고 해서 구입한 건데 판매자도 스퀘미페럼과 플로리다뷰티를 구분하지 못한 거 같다. 둘은 잎이 많이 닮았는데 플로리다 뷰티가 성체 잎이 될수록 더 날렵해진다. 가장 구분하기 쉬운 특징은 스퀘미페럼은 줄기에 털이 있는데 플로리다뷰티는 줄기에 털이 없다. 나도 이걸로 스퀘미페럼이라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플로리다고스트도 줄기가 매끈하다. 둘은 같이 사진을 찍어주면 서로 비슷한 게 느낌이 좋다. 잎이 시원시원해서 여름날의 플로리다 해변이 떠오르기도 한다.

플로리다해변에 있는 것 같은 플로리다고스트의 청량함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에 하얀 플로리다고스트라니. 생각만 해도 청량감이 더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먼저 났던 잎들은 짙어지기도 하지만 새잎은 여전히 눈이 부시도록 밝은 색이다.

  관엽들이 매력 있는 이유는 시간의 잎을 쌓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시들기도 하는 잎이 있지만 관리만 잘하면 처음의 잎들을 그대로 쭉 볼 수가 있다.  그런 이유로 관엽이 참 좋다. 내가 키우는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좋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도 담는다. 공간의 습도, 공기, 분위기까지 담아낸다. 그렇게 식물은 나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자란다.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는 식물의 매력

플로리다고스트에선 지나간 계절을 읽을 수 있나 보다. 맨 아래쪽의 초록잎은 처음들인 여름쯤이었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고스트 잎들이 나왔고 다시 또 겨울이 가고 여름이 오자 초록잎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온 겨울엔 고스트 잎을 내주었다. 플로리다고스트만 봐도 몇 번의 계절이 지났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자신이 지나온 계절을 읽어주는 식물은 처음이다. 키우는 사람들도 보면 어떨 때 고스트 잎이 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나도 사실 잘 모른다. 적어도 우리 집의 플로리다고스트는 두 해를 지나는 동안 따뜻해지면 초록잎을 추워지면 고스트 잎을 내주었다. 지금 여름인 지금은 또 짙은 색의 잎을 내어주고 있다. 해마다 만들어 가는 계절의 층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