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과 우아의 행위.

존화이트알렉산더(John White Alexander)의 독서에 대하여.

by Celine
나는 오직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무조건 사랑해 주고 싶지는 않다.
싫은 점, 나쁜 점을 고치면서 내가 사랑할 만한 나를 만들어 가며 살고 싶다.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만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은 아니더라.
-2019년 9월 17일 시팔이 하상욱의 트위터에서-



<휴식/존 화이트 알렉산더/1895/oil on canvas.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동안 '시팔이'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시인 하상욱'의 기발한 글에 매료되어 있었던 적이 있다. 처음엔 그저 말장난 같이 느껴지던 그가 창조한? 단어의 조합에 웃음을 터뜨렸으나, TV의 프로그램 중 어른이 되는 프로그램의 강연자로 나온 그의 생각을 읽고 나는 하상욱에 대해 그는 기발한 언어의 창조자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미술(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자신의 전공 영역을 언어적 영역에 끌어들여 글자의 개수와 문맥을 만드는 공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시간이 될 때마다 그의 트위터에 들어가 보곤 한다. 자신을 시인이 아닌 '시팔이'라고 칭한 그. 시인이라 함은 언뜻 고결하며 세상의 깊이를 다른 이들과 달리 이해하여 아주 함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고급적? 직업이라고 많은 이들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팔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전복시켜 버렸다. 굳이 따지자면 시를 쓰고 그것을 활자화시킨 시집을 팔아먹고 사는 직업이 시인 아닌가?(너무 단순화시킨 표현인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직설적 표현으로 사회에 대한 도발에 나는 박수를 보내었다. 나의 언니는 언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직업을 가졌다. 그녀는 가끔 나의 글을 읽고는 나에게 이런 따끔한 질책을 하곤 한다 "야~ 너는 글을 쓴다는 하는 애가 글이 이게 뭐니? 이 문장에서는 문법 자체에 들어맞지가 않잖아. 앞으로 이런 실수를 줄여야 좋을 글을 쓸 수 있어. 그래야 읽는 사람들도 편히 읽지?" 그래서 나는 가끔 발표 논문을 언니에게 미리 읽어 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언니가 수정해 준 글은 매우 매끄럽고 세련되며 아주 간략하게 요약이 되어 있다. 그런 언니의 정리정돈된 글 솜씨와 달리 나는 글을 쓸 때 쓸데없는 표현으로 글을 늘어놓는 편이다. 주저리주저리. 그래서 요즘 생각해 보았다. 이 습관이 왜 이리 고쳐지지 않는지 말이다. 답은 나왔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이면 6일의 반은 집에서 혼자 놀기를 즐기고 누구와 대화하기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와 많은 대화를 나눈 날엔 어김없이 두통약을 잔뜩 집어삼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니 마음속의 이야기를 그저 글로 한 없이 넋두리하듯 풀어놓았던 것이다. 이런 나의 단점을 찾았으니 시팔이 하상욱의 트위터 글처럼 자신을 고쳐가며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만들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브런치라는 공간은 나만의 공간이므로 언니에게 나의 글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나의 생각과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나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언니가 언젠가 시간이 되어 브런치에 들러 나의 글을 읽는다면 또 다른 잔소리를 늘어 놓을지 모를 일이긴 하다.



< jesse steele reading/존 화이트 알렉산더/1898/oil on canva/America>



<Alethea/존 화이트 알렉산더/161.2x133.3cm/1895/oil on canvas/American>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지금 책을 읽고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 여인들은 매우 지적이며 요염한 자세로 '읽는다는 행위'에 깊이 빠져있다. 특히 파란색의 풍성한 드레스 끝자락의 볼륨은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세상과 단절되고픈 그녀를 더욱 관능적으로 보이도록 표현하였다. 또한 파란색 드레스는 그녀의 흰 피부가 더욱 돋보여 금세라도 그녀의 목선에 손을 델 수밖에 없을 만큼 피부는 매끄럽고 정돈되어 책을 읽는 여성의 우아함이 그림 속에서 흘러넘치고 있다. 푸른색을 사용한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정리정돈이 잘 된 한 장의 사진과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독서를 하는 행위 즉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신체는 마치 춤을 추는 듯 보인다. 독서를 통한 행복과 즐거움을 온몸으로 그녀는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손짓을 하고 있으며 몸의 균형은 책이 위치한 앞쪽으로 쏠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금 그녀가 얼마나 독서에 심취해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작품 <제시의 독서:읽기>는 모든 것이 제시가 읽고 있는 편지에 집중되어 있다. 존 화이트 알렉산더는 제시의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전반적으로 붉은색 계열을 사용하여 글을 읽는 제시의 안온함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하였다. 지금 제시가 읽고 있는 것이 바로 러브레터이기 때문일까? 거친 붓질 속에서도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세상은 온통 따듯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푸른 그림의 여인은 읽는다는 행위 자체는 제시의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안온함 보다는 보다 개인적인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은밀함을 나타내듯 보이고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어 보인다. 그녀는 지금 '아!!! 바로 이것이었어'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림 속의 책에는 아무 글씨가 적혀 있지 않다. 검은 글이 적혀 있지 않은 하얀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읽어주세요'라는 의미이다. 여성이기에 아름다운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세계까지 읽히기를 바라는 여성의 진정한 소리였던 것이다. 1800년대의 유럽과 미국의 여성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가 아니었다. 귀족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에게는 나라를 움직일 수 있는 국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즉 참정권이 없었던 시기였다. 미국에서 선거의 참정권을 갖게 된 순서를 본다면 흑인 남성 다음으로 백인 여성이 참정권을 가질 만큼 겉으로는 고고하고 우아하였으나, 사회적 위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므로 당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소외 받으며 내면에 가득했던 마음이 바로 그림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 나를 여자로만 바라보지 마세요. 나는 하나의 인간이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독서의 행위에 빠져 자신의 옷이 흘러내리지는 것도 잊은 채 여성의 어깨가 드러난 모습으로 여성미를 강조한 것이 아닌 독서에 집중하고 있는 여인의 행위 자체가 자신은 인간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이 자신에게 매우 집중해야 하는 행위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바로 꾸밈없이 자신을 그대로 타인에게 투영시킨다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시간이 멈춘듯한 정적이 감싸는 공간에서 매우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인 것이다. <제시의 독서:읽기>는 읽는다는 행위 자체보다는 글을 통해 그녀가 지금 얼마나 사랑이 가득한 행위를 하는지 보여준다면, <Alethea의 독서>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반복된 사회적 목소리로 인해 그녀들은 참정권을 얻었으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읽는다는 행위'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자신을 확장시키기에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를 말하고 싶다. 우리는 글을 통해 서로에게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전달한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인것이다. 컴퓨터 자판만을 두들기고 이모티콘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요즘 손편지를 써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가끔 대학원 아이들에게 지금도 손편지를 받는다. 작은 쿠키상자와 엽서에 적힌 짧은 인사글. 나를 향해 한 글자 한 글자 볼펜으로 꼭꼭 눌러쓴 그 서툰 글자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가을이에요. 얼굴 자주 뵙지 못해 많이 아쉬워요. 그리고 늘 제 곁에 있어 주셔 감사합니다' 주로 이러한 내용들이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늘 감사함을 전한다. 이 가을 독서를 통해 자신을 더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 나아가 부당한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나는 바란다.



존 화이트 알렉산더(John White Alexander1856-1915)는 미국의 화가이다. 그는 어린 시절 매우 가난하게 살았으나 자신이 배달하던 가게 주인의 눈에 띄어 그의 후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의 실력을 알아본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적 인상주의 화가가 되었다. 그의 그림은 주로 여성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매우 우아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인 화가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348UKb9EKc 존 화이트 알렉산더 그림을 감상해 보세요.





나는 오직 "내 사진"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사진을 무조건 올리고 싶지는 않다.
싫은 점, 나쁜 점을 필터로 고치면서
사람들이 하트 누를 만한 셀카를 만들어 가며 올리고 싶다.
-2019년 9월 20일 자 시팔이 하상욱 트위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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