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집 옆에 위치한 어린이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에 다녀왔다. 그곳과의 인연은 20여 년이 넘었다. 유치부터 지금의 기적의 도서관이 자리 잡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으며, 나의 아이들이 자란 장소이기도 하기에 나에겐 매우 특별한 장소이다. 오랜만에 만난 관장님과 문헌정보학과 교수이신 최진봉 교수님과 수다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날 도서관에서 작은 그림책 몇 권을 선물 받았다. 나는 그림책에 대해 10여 년 정도 공부(동화책을 읽는 어른 모임) 한 적이 있다. 그림책이란 문학적으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은 매우 간략한 글 속에 작가의 그림 세계가 함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고도의 생산물이다. 그 어떤 편견도 없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볼로냐 그림책 도서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같은 행사들을 통해 그림책이란 것이 상징하는 것과 그 의미를 회화의 한 부류와 문학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
선물 받은 책들을 토요일 잠들기 전 다 읽었다. 그중 한 권인 < 태풍이 찾아온 날/린다애쉬먼 글/유태은 그림/ 이지유 옮김/2020/(주)미디어 창비>는 아껴 두었다 오늘 새벽일거리를 마친 후 읽었다.
음흠~ 일본이 떠 오르는군. 하면서 읽었던 작은 책자를 덮는 순간 나에게 떠 오른 생각은 나에게도 태풍이 찾아온 날들이 있었지!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태풍이 나를 찾아 올 날들이 오겠지? 그동안 태풍을 맞이했던 나의 자세와 생각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 맴돌았다. 지난날의 나는 태풍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온몸이 흠뻑 젖도록 그리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휘리릭 태풍이 휩쓸려 다녔다. 그러나 나에게 태풍이 오면 어쩌지는 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름대로 또 헤쳐나갈 것이며, 나이라는 것이 준 선물 즉 연륜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태풍을 맞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다가올 태풍을 대비하기 위해 스스로를 정비하고 있나요? 각자의 주어진 환경에 대해 그것을 맞이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삶은 늘 태풍 속에 놓여있다. 매일매일이 허리케인을 닮아 있다거나 갑자기 떨어지는 소나기와 같기도 할 것이다. 그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할 땐 힘들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련함까지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고 났을 땐 주변을 돌아보고 나를 더 성찰시켰으면 한다. 한 걸음 성장했구나. 잘 이겨냈어. 또는 그래! 이러한 태풍은 내가 이기기엔 힘들어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 했잖아 하며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 그리고 안부를 건넸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풍이 없는 삶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와 그런 삶이 과연 좋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이 아침 해 보았다.
요즘의 나는 새벽쯤 일어나 베트남 미술에 대한 정보를 찾아 공부를 하고, 메일을 정리하는 사이 커피 두 잔을 연거푸 마신다. 일에 빠져 있다 보니 감자가 털북숭이가 되었다. 하얀 떨이개! 오늘은 감자의 미용날이다. 늘 조용히 나를 지켜보는 감자를 보며 "감자야 ~~ 엄마가 미안타"라는 말 밖에는 전할 수가 없다. 오늘의 일을 매듭짓고 나면 다음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