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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호박집

by 갓노묘반려인 Jan 31. 2025
옆에서 자는 탄이옆에서 자는 탄이


쌔근쌔근 숨소리가 들려온다.

몸 위에 손을 갖다 대면 고로롱 고로롱 소리를 낸다.

탄이는 애기 때부터 웬만하면 옆에서 잤다.

이는 여름이거나 호박집(숨숨집)이 없을 때 한정이다.


호박집을 꺼내면 옆에 오지 않아 서운하지만, 탄이가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 되면 늘 꺼내줬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이 워낙 따듯해서 ‘추워지면…. 추워지면…. ’ 하다가 그만 호박집을 깜빡해 버렸다.


어쩐지, 1년에 몇 번은 옆에서 자질 않아 서운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겨우내 만족스럽기만 해서 어딘가 어색하고 행복했다.


호박집과 탄호박집과 탄


호박집 꺼내주는 것을 깜빡한 것은 나의 욕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불어 ‘기후위기로 인해 따듯해진 겨울’ 때문인 것 같아 씁쓸했다. 1년, 1년 지구가 달라짐을 느낀다. LA 산불은 경고에 불과한 것 같다. 내년엔 봄이 또 얼마나 짧으려나? 봄에만 볼 수 있는 꽃송이들이 얼마나 빨리 시드려나? 겨울엔 겨울답기를… 탄이에게 호박집을 겨울마다 꺼내주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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