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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졌다.

by 롸잇테리언










넌 왜 말을 그렇게 하니?






원래 말이 예쁜 타입은 아니었다.




직설적인 성격에,

반항기까지 있었으니

나의 학창시절은

굉장히 아슬아슬했다.



다행히 친구는 있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걸 자각하고 있어서

클수록

내향적인 성격을 지향했고,

말수를 줄였다.




좋게 좋게 말하면 되는데

돌려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웠을까, 나는.




주변만 빙빙 도는 대화들을

여전히 좋아하지 않지만,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며

다듬어진 말들을 건넬 줄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단 한 사람.





엄마 앞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말들이

그대로 튀어나오는 게 문제다.



난 왜 이 모양일까.




변명을 하자면

이유는 딱 하나다.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엄마는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사랑해 줄,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더 사랑하는 쪽이

언제나 약자다.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다...




출산을 앞두고

매몰차게

우리 이제 각자도생!을 외쳤지만

백기를 든 것은 내쪽이었다.




나에겐 엄마가 필요했다.



프로그램 내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과

새로운 후배와의 조율,


100일 된 쌍둥이 보육,



무엇보다

하루에 3시간도 안 되는

수면시간 때문에

몸도 마음도

다 고장 나버렸다.




귀에서는 계속 이명이,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고,

어지러워 휘청휘청 걸어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온 몸이 육안으로 덜덜 떨릴 만큼

불안한 감정이

나를 집어삼킨 것이다.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산후우울증인가?



아니, 나는 우울하지 않았다.

우울할 틈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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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아기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더 사랑하고 싶어

나를 다 태워버렸다.


...모든 걸 다 태운 불은

마침내 내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이미 나는 환자였다.



책임질 것은 많은데,

다 잘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하루종일 마음이 종종거렸다.



시어머니가 집안일과

아이 돌보는 것을

도와주셨지만,


한계는 있었다.



마음이라는 건,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말로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말주변이 없다.



돌아보면, 일터에서처럼

하면 되었을 일이다.


타인의 선한 의도를

곡해할 만큼,

나는 굉장히 무너져있었다.












KakaoTalk_20250919_122409146.jpg?type=w773 지난날의 나. 구조대한테 하악질함.




도와주지마!

내가 알아서 할거야!

가만히 놔둬!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도 나를 구조할 순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린 나.



자존심만 남아 괴로운 나.



어느 곳에도

도와달라고 할 수 없는 나.



혼자서는 이 수렁을

걸어나갈 수 없다.




더는 못 한다,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깔딱깔딱...거리던 날들.






아기들이 잠든 새벽,

침대 옆 냉골같은 바닥에 앉아

덜덜 떨며 떠올린 얼굴은,




친정엄마였다.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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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 그만둘 생각 없어?

내가 돈 줄게."










ps.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엄마, 나 죽을 것 같아..." 였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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