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은 안전해

by 롸잇테리언

PART 1. 기획회의

⑦ '노키즈존'은 안전해






방송이 될 만한 것. 아이템.

‘방송쟁이’들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TV 화면 속에 담겠다며

시청자 게시판을 열어두었으면서도,

그중 가장 흥미롭고,

뜨거운 이야기들만 선별하는 데

특화 돼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살아남았다.



7년 차쯤 되었던 어느 날,

나는 아침 교양 방송의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이 방송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의 온갖 이슈들을 펼쳐 놓은

좌판 같았다.


누가 기웃거리면

“아 그거? 그게 100년 전쯤 만들어진

발닦개인데 아마 꼭 필요할 거야.”

하며 팔았다.


주말만 빼고 주 5일간

아침마다 1시간을 떠들어 대려면,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세상의 모든 얕은 지식을 진열해야 했다.


그리고 그날은 유독 ‘아이템 회의’가

길어지던 날이었다.


이유는 시청률.

‘소프트’한 아이템만 한다는

핀잔을 들은 직후였기에,

‘도다리잡이 어때요?’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맘카페에선 요새 뭐가 핫하니?”



메인 선배의 한마디에 우리는

일제히 맘카페를 뒤졌다.


‘맘’은 하나도 없었지만,

우린 모두 ‘맘카페’의 우수 회원이었다.


조회수 가장 높은 글 순으로 정렬했다.

우릴 구원할 키워드가 보였다.



“선배, 노키즈존 어떠세요?”


노키즈존.

우리는 서울의 모든 노키즈존을 찾았다.

식당, 카페, 개인 전시관까지.


그들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도,

‘노키즈존’을 선택하기까지

고충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물어주고,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방송이니

비난받지 않을 거라고 다독이는

우리의 말에 금방 넘어왔다.


촬영은 순조로웠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노키즈존’에

반대 관점을 표명하는 ‘아이 엄마’들의

목소리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담긴 했지만,

차분한 얼굴로 ‘노키즈존’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업주들의 이야기에

대적할 만큼의 분량과 서사가 못 되었다.


‘노키즈존’이 많아지고 있대요,

왜냐하면 아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고요, 가

셀링 포인트인데,

이것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파고드는 것은

애당초 우리가 그린 그림에서

벗어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 같았던

그 이슈를 건드린 덕에

오래간만에 국장님으로부터 칭찬받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장문의 반박 글이 한 개 올라왔지만,

맛집 정보를 묻는 말들에 밀려

금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나 빼고 전부 미혼인 동료들과

감자탕에 소주를 기울이던 그날 오후.


“근데, 요즘은 엄마들이

애한테 벌벌 떠니까 제어가 안 돼.

우리 때였으면~”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침묵으로 동조했다.


아이, 아이 부모 (특히 엄마)는

도마 위에 올리기 가장 쉬운 존재로구나.


도마 위에서 함께 춤을 추려면,

대체 얼마나 강한 사람이어야 하는 걸까.


이 ‘피터팬’들로 가득 찬 집단에서

내가 과연

그 용감한 ‘애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쭉 ‘노키즈존’에 있는 편이 안전하겠지?


이상했다.

밤새고 마신 소주는 늘 달았는데, 그날은 썼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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