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

사회생활에는 책임감이 필요해

by 글몽인

어떻게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고 또 한편으론 아쉬운 결정으로 남은 사회생활은 바로 영어학원 아르바이트였다. 때는 1학년 2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여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때마침, 4인실 기숙사에 살고 있던 나의 룸메이트 중 사범대에 재학 중인 언니가 자신이 하던 영어학원 알바를 이어서 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학원 알바라고 하면 시급도 세고 진입장벽도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맞은편 침대에서 바로 나!! 나!! 하며 내가 하겠다고 어필했다.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고 학생 수도 적어서 할 만하다고 하여 냉큼 이어받았다. 다만, 가장 큰 단점이 있었다면 위치가 조금 멀었던 것(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고 1시간 조금 못 미치는 거리에 위치했었다.)과 일주일에 3번 (월, 수, 금)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시간이 빼앗긴다는 것이었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고 동시에 영어공부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큰 걱정 없이 일을 시작했다. 첫 2주간은 재밌었다. 학생들과 노는 것이 재밌었고 영어를 가르친다는 게 생각보다 내 공부가 많이 필요해서 발전하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간과한 점이 있었다면 내가 20살, 바로 대학교 1학년이라는 점이었다. 심지어 화요일, 목요일은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스피치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었던 터라 평일 내도록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은 물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세도 없었다. 항상 시간에 치여 있어야 했고 어딘가 모르게 조급해 있었다.


동아리를 마치고 영어 학원 알바 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나에게 3, 4학년이었던 언니 오빠들이 "와 진짜 대단하다" "1학년인데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할 때면 기분이 좋기보단 '나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현타만 몰려왔다. 마치 지금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새내기 청춘을 발로 걷어차며 날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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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3일 연속으로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곤 했다.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숨을 헐떡이는 내가 꿈에서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고 잠에서 깨면 피곤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물론 학원 수업은 여전히 재밌었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지만 솔직하게 그냥 내가 너무 놀고 싶었다.


마침 중간고사 시기와 맞물러 2주일 정도 알바 휴식기를 보내고 다시 돌아가는 것 대신 그만두기를 택했다. 원장님께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많이 그리워한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마음이 약해졌지만, 오고 가는 왕복 시간이 아까웠고 곧 군대를 가는 동기들이랑도 매일 놀고 싶었다.


그렇게 난 또 짧은 사회생활을 끝냈다. 다행히 학원 알바가 버킷리스트였다는 과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었고 나는 남은 새내기 시절을 신나게 놀며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 한편으론 책임질 수 없는 일을 너무 저지르고 다니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가 스스로 들기도 했다.


나에게 알바를 소개해주었던 룸메이트 언니와 점심을 먹으러 가며 "너무 시간이 없고, 멀고, 지치고 어쩌고 저쩌고 학원 알바를 관두어서 꿈자리도 편해졌고" 등등을 설명하자 언니가 따뜻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남겼다.


"00아 조금은 단단해질 필요가 있디~"


좋아하는 언니의 애정 어린 말이 20살의 나에게 큰 변환점을 만들었다. 재밌어 보여서, 하고 싶어서 별 다른 이유 없이 책임감 없이 내질렀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과연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잃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인가, 흔히 기회비용이란 걸 고려하며 시도하고 도전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에게 영어학원 알바의 '돈, 경험, 공부'라는 이점이 동기들과의 '놀기, 추억 남기기' 보다 가치 있진 않았던 것이었다.


새롭고 재밌어 보이던 모든 것에 호기심을 부렸던 20살의 짤막했던 사회생활들을 마치고 21살로 넘어가는 2017년, 학교 앞 베트남 음식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난 진득한 책임감으로 약 1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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