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분위기
겨울방학을 알찬 여행으로 가득 채우고 다시 학교 생활로 돌아왔다. 주말 알바를 물색하던 중 더 이상 음식점 서빙은 하고 싶지 않았고 카페에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경력자와 경쟁해야 했던 카페 알바는 나를 써줄 생각이 없었고 대신 프레즐 디저트 가게인 '앤티앤스 프레즐'에 지원을 했다. 전문 카페는 아니지만 음료를 만들 수 있으니 다음 알바로는 카페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는 지극히 미래를 위한 시도였다.
주말 미들을 했기 때문에 시간은 여유로웠고 일도 어려운 게 없었다. 그냥 직원 언니들이 만들어주는 프레즐에 버터를 바르고 손님들 주문만 받으면 되었고 음료는 주로 에이드만 팔았기 때문에 커피 머신은 하루에 몇 번 만져보는 게 다였다. 새로 생긴 혁신지구 쪽에 있는 가게여서 손님이 몰리지 않았고 주로 가족과 아이들이 고객층이어서 번거로운 것도 없었다.
다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오래 일한 사람들 치고는 너무 불편해 보였고 왠지 모르는 경계와 눈치가 공존하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특히 사장님과 함께 일을 시작했던 직원 언니가 너무 무서워 눈치만 봐야 했다. 이전 알바에서는 손님이 없거나 일이 없을 때 휴대폰을 잠깐 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서 이번 알바에서도 잠깐 휴대폰을 봤었는데 바로 다음날 호출이 되었다.
사장님이 CCTV로 관찰하다가 휴대폰을 만지는 나를 보고 직원 언니에게 교육하라고 시킨 것이었다. 여기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할 수가 없었던 이유를 발견했다. 사장님이 직접 나에게 혼을 내거나 주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 언니를 통해 교육시키고 감시하게끔 하니 잔뜩 긴장만 해야 했고 편해지려야 편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다행히 직원 2 알바 2 체제에서 다른 알바 언니와 복화술로 대화를 나누며 조금 가까워졌다. 그 언니는 자기는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그냥 퇴근시간만 바라보고 출근한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CCTV로 사장님이 보고 있을지 모르니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평생 내가 직접 사 먹지 않을 프레즐을 잔뜩 먹었으니 그렇게 나쁜 경험만은 아니라고 합리화하며 지냈다.
그냥 그렇게 별 애정 없이 일을 하다 2달이 된 시점에 처음으로 알바에 '잘렸다.' 사장님이 업종 변경을 할 예정이고 오랫동안 같이 일한 직원 말고는 모두 함께 갈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냥 그렇게 그 동네에 앤티앤스 프레즐이 사라지면서 짧았던 근무기간이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날 우유 스팀은 한 번 제대로 치고 나가야 다음 알바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욕심내서 녹차라테를 만들다 손가락에 화상을 입고 영광의 상처를 남긴 채 끝났다.
너무 불편한 분위기어서 일을 갈 때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나에게 엄마가 제3의 관찰자 입장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관찰해 보라고 하셨다. 손님도 없고 휴대폰도 못 만지는 심심한 시간 속에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며 소설 작가가 되어 각 인물들의 특성을 정리하고 캐릭터화 시키는 방법으로 그 시간을 때웠었다. 나름 시간도 잘 가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거리였기에 나 홀로 소설 작가가 되어 출퇴근을 했었다.
1. 사장 : 앞에선 친절하지만 뒤에선 항상 CCTV를 보며 관찰함, 음침한 성격
2. 직원 A : 일은 매우 잘하지만 모두가 눈치를 보게 만드는 성격, 의외로 취미가 독서라 쉬는 시간에 책을 읽음.
3. 직원 B : 편한 인상이지만, 직원 A의 기분을 유난히 신경 쓰고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임
... 등등
그 당시 주말엔 미들로 앤티앤스 프레즐을 했었고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만 철학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