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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Aug 21. 2024

프롤로그

내가 그녀 은채를 만난 것은 15년 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은채와 함께 했지만 사실 그녀의 중심에 내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은채의 아웃사이더다. 그늘처럼 희미한 존재인 내가 한 번씩 그림자가 아닌 실체가 되어 은채의 삶 가운데로 들어갈 때가 있다. 은채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을 때가 그렇다.


훅 하고 은채의 문제 앞으로 소환되어 은채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렇다고 내 직업이 사립탐정이거나 인력소 직원, 해결사는 아니다. 은채에게 어느 정도 해결사 역할을 하는지 몰라도 나는 그저 그런 은채의 친구다.


직장에서 만난 친구지만 은채와 나의 업무에 협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 업무에 베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은채의 역할정도 되겠다. 업무에 관계없이 우리는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친구가 쉽게 될 수 있었다. 우리 두 사람 외에도 같은 띠를 가진 동갑 나기가 있어서 더 각별하게 지냈다. 지금은 은채도 나도 그곳을 이직해서 각자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친구관계로 지낸다.

솔직히 친구라고 하면 교류가 빈번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간헐적 만남이 있을 뿐, 은채의 일상이 잔잔하게 유지되면 나는 친구로서 크게 존재감이 없다. 우리는 그런 사이다. 친구인 듯 친구 같은 친구 아닌 ?? 이 정도의 존재로 나는 은채의 주변에 머문다.


그다지 각별하지도 않은 친구의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한다. 그녀의 살아온 삶을 이렇게라도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보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보상( 報償) - 남에게 진 빚 또는 받은 물건을 갚음. 어떤 것에 대한 대가로 갚음. 행위를 촉진하거나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사람이나 동물에게 주는 물질이나 칭찬.


내가 은채에게 고마운 마음이야 가진 적이 있지만 특별히 보상할 만한 어떤 빚을 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보상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은 단지 동갑 나기로서 동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넉넉하지 않은 내 어린 시절도 뭐 특별한 게 없었지만 적어도 나는 부모님 밑에서 함께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은채에게 나는 신의 딸처럼 큰 특혜를 입은 사람의 부류에 속했다.


은채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런 것인가?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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