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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1 도시의 그림자(完)

10부: 사라진 소년들의 진실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구룡산의 침묵

1991년 3월 화창한 봄날, 청주시에 사는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집을 나섰다.

"도롱뇽 알 주우러 구룡산에 다녀올게요!"

그 해맑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섯 소년 실종 사건'. 단일 실종 사건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이 비극은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군과 경찰, 연인원 35만 명이 동원되어 구룡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2002년, 실종된 지 11년 만에 아이들은 유골이 되어 발견되었다. 하지만 사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산에서 길을 잃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주장과,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사건은 명확한 용의자를 찾지 못한 채,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리고 2024년 12월. '미스터리 수사대' 팀에게 한 통의 낡은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다섯 아이 중 한 명인 이철규 군의 아버지, 이진호였다. 그는 수십 년간 홀로 사건을 추적해 온 인물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단 한 가지만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어떻게 죽어야만 했는지. 저체온증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저는 단 한 순간도 믿은 적이 없습니다. 제 아들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의 마지막 길에 얽힌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그것은 한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자, 잊혀 가는 비극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숙제였다.

'미스터리 수사대' 팀 전원이 이 사건에 투입되었다.


Chapter 2: 34년 만의 재조사

팀의 아지트는 거대한 사건 본부로 변했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과거 수사 기록, 부검 감정서, 증언 녹취록이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팀원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쟁점은 사인입니다."

법의학자 한서진이 유골 사진을 펼쳤다.

"당시 부검 결과, 두개골에서 발견된 다수의 손상은 '저체온증으로 인한 조난 사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박종민 군의 두개골 좌측 측두부에서 발견된, 예리하고 반복적인 가격 흔적은 명백한 타살의 증거입니다."

한서진은 3D 스캐닝 기술로 유골 사진을 복원하여 가상의 3차원 모델을 만들었다. 그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처들이 동일한 각도와 힘으로, 특정 도구에 의해 가격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인은 구룡산의 지리에 매우 익숙한 인물일 겁니다."

프로파일러 강태우가 지도를 펼쳤다.

"아이들이 발견된 장소는 등산로에서 벗어난 외진 곳이었죠. 우발적인 범행 후 시신을 유기했다기보다는, 아이들을 특정 장소로 유인했거나, 그곳을 범행 장소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다섯 명의 아이를 동시에 제압하고 살해했다면, 범인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강태우는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들의 프로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분석했다. 그는 정신질환자나 간첩 등 당시 수사 당국이 집착했던 가설에서 벗어나, '평범한 이웃'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디지털 증거가 전무한 시대의 사건이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화이트해커 이지수는 사건 당시 구룡산 인근의 모든 통신 기록과 공중전화 사용 내역을 데이터화했다.

또한, 사건 이후 갑자기 이사를 가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등, 생활 패턴에 급격한 변화를 보인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 강태우의 프로파일링과 교차 분석했다.


도시전설 연구가 박유진과 심리학자 오민재는 당시 주민들의 증언을 다시 수집했다.

공식 기록에 남지 않은 소문, 헛소리로 치부되었던 목격담 속에 진실의 파편이 숨어 있을 수 있었다.


Chapter 3: 마지막 목격자

추적은 난항을 거듭했다. 34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많은 증거를 풍화시켰다.

그때, 박유진과 오민재가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구룡산 인근에 살았던 할머니 최순덕. 그녀는 치매로 요양원에 있었지만, 오민재의 끈질긴 상담 끝에 봉인되었던 기억의 일부를 꺼내놓았다.


"그날... 선거 날이었지. 시끄러웠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산 쪽에서... 총 쏘는 소리 같은 게 탕! 탕! 탕! 하고 여러 번 들렸어. 사냥꾼인가 했지. 그리고 얼마 있다가... 동네 개 백구 알지? 그놈이 낑낑거리면서 산에서 내려오는데, 입에 뭘 물고 있더라고. 애들 신발짝 같은 거... 무서워서 그냥 못 본 척했어."


'총소리'와 '신발'. 강태우의 눈이 번뜩였다.

"범행 도구... 한서진 박사님이 분석한 두개골 손상 패턴과 일치할 수 있습니다. 예리하고 반복적인 가격. 만약 그게 총의 개머리판이나, 혹은... 직접 만든 사제 총기라면?"


팀은 '사냥꾼'이라는 새로운 키워드에 집중했다.

강태우와 이지수는 당시 구룡산 인근에 거주했던 엽사와 불법 총기 소지 전과자 명단을 다시 훑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한 사람을 찾아냈다.

그의 이름은 '조만석'. 사건 당시 구룡산 인근에서 혼자 살며 불법 엽총으로 밀렵을 일삼던 남자였다.

그는 아이들이 실종된 직후,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잠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소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팀은 그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했다.

그리고 그가 2018년, 간암으로 사망했으며, 유품이 한 사찰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팀은 사찰을 찾아가 그의 유품을 확인했다. 낡은 옷가지와 생활용품들. 별다른 단서는 없어 보였다.

포기하려던 순간, 강태우가 낡은 등산화 밑창에 박혀 있는 아주 작은 금속 조각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1990년대 초에 생산된 특정 브랜드 아동용 운동화의 로고 장식 일부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실종된 아이 중 한 명이 신고 있던 신발과 같은 브랜드였다.


Chapter 4: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범인은 죽고 없었다. 법적인 처벌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미스터리 수사대'는 34년간의 의문에 대한 가장 유력한 진실을 밝혀냈다.

아마도 그날, 아이들은 밀렵을 하던 조만석과 마주쳤을 것이다. 자신의 불법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워진 그는 아이들을 위협했고, 겁에 질린 아이들이 소리치자 이성을 잃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다.

'탕, 탕, 탕' 소리는 총소리가 맞았지만, 아이들을 향해 쏜 것이 아니라 위협 사격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이어진 무자비한 폭행.

모든 것은 한 남자의 비뚤어진 분노와 두려움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에필로그: 구룡산의 노을

팀은 조사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이철규 군의 아버지에게 전달했다.

아버지는 보고서를 한참 동안 말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의 눈에서 34년간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 이제 우리 아들, 편히 보낼 수 있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며칠 후, 구룡산 아이들의 추모비 앞에 '미스터리 수사대' 팀원들이 모였다.

그들은 더 이상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아이들의 넋을 기리는 평범한 어른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지수가 나지막이 물었다.


강태우가 묘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글쎄요. 하지만 잊혀졌던 한 사람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고, 그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비로소 슬픔을 끝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존재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들의 뒤로, 구룡산의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34년 만에 비로소 편안히 눈을 감는 아이들의 마지막 인사처럼 보였다.

도시의 그림자를 파헤치던 '미스터리 수사대'의 첫번째 여정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가장 슬픈 미제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린 사건이다.



미스터리 수사대 시즌 2가 이어집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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