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떴다방 소탕 작전

[시즌 1] 어느 은퇴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by 공감디렉터J


경기도 외곽의 버려진 가구 공장.

칠흑 같은 어둠 속, 녹슨 철문 너머로 미세한 불빛과 함께 수십 대의 전화벨 소리가 흡사 벌떼의 날갯짓처럼 웅웅거렸다.

“네, 어머님~ 저희가 어제 약속드린 관절약, 오늘 한 박스 더 얹어드릴 테니까 빨리 입금하셔야 돼요!”
“아이고, 아버님! 이거 놓치시면 진짜 후회하십니다!”


수십 명의 젊은 남녀가 다닥다닥 붙어 앉아 헤드셋을 낀 채 기계적으로 대본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무지개 시장에 침투했던 ‘청춘 만세’ 떴다방의 본거지이자, 전국 노인들의 돈을 갉아먹는 보이스피싱 중계소였다.

공장 한구석, 유리로 칸막이가 쳐진 사무실 안에서는 은갈치 양복을 입은 박 실장이 현금 다발을 세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실적 좋네. 늙은이들 호주머니 터는 게 제일 쉽다니까.”
박 실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찰나였다.


퍼엉!

공장 내부의 메인 차단기가 굉음과 함께 터져나가며, 수백 평에 달하는 공간이 순식간에 완벽한 암흑 속으로 잠겼다.

“뭐야, 씨발! 정전이야?”
“어머머, 깜짝이야!”

컴퓨터 모니터의 불빛마저 꺼진 콜센터 내부는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황한 조직원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이는 순간.

어둠 속에서 짐승의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터억, 퍽!
“아악!”

가장 바깥쪽에 앉아있던 덩치 큰 문지기가 비명과 함께 허공으로 붕 떠오르더니 책상 위로 처박혔다.

“뭐야! 누구야!”

박 실장이 유리 칸막이 문을 열고 나오며 소리쳤지만, 어둠 속의 침입자는 대답 대신 묵직한 파공음으로 화답했다.

쉬익- 퍽!

금속성의 차가운 마찰음이 공기를 갈랐다. 기철이 뽑아 든 전술 삼단봉이 조직원들의 무릎 관절과 명치를 정확하고 자비 없이 타격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불필요한 동작도 없었다.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완성된, 완벽하게 통제된 폭력이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적의 호흡과 기척만으로 동선을 파악하고 제압하는 맹수의 사냥.

“씨발, 불 켜! 칼 꺼내, 칼!”

당황한 행동대장 몇 명이 잭나이프를 꺼내 들고 스마트폰 불빛을 비추며 기철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기철은 불빛이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순간을 역이용했다.

그는 몸을 낮춰 칼을 휘두르는 놈의 사각지대로 파고든 뒤, 놈의 손목을 꺾어 자신의 몸을 방패막이로 삼고, 반대 손으로 정확히 턱뼈를 걷어 올려 기절시켰다. 우두둑 하는 섬뜩한 파열음이 어둠을 울렸다.

“괴, 괴물 새끼...”


불과 3분. 수십 명의 조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피비린내와 신음만이 가득한 공장 내부에,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며 흐릿하고 붉은 비상등이 켜졌다.

기철은 헐렁한 낚시 조끼 자락을 툭툭 털며 사무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어떠한 분노도, 흥분도 없었다. 그저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방역업자처럼 지독하게 건조하고 무심한 표정이었다.


“오, 오지 마... 너 경찰 아니지? 하아~ 말로 하자고, 말로!"

사색이 된 박 실장이 뒷걸음질을 치다 책상에 걸려 넘어졌다. 기철은 놈의 멱살을 틀어쥐고 단숨에 들어 올려,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쾅 소리가 나게 밀어붙였다.

“최말동.”
기철의 입에서 낮고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지개 시장 전파사, 최말동. 네놈들이 휴지 쪼가리 던져주고 이천만 원 뜯어간 영감님이다.”

박 실장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그, 그거... 영감님이 자발적으로 산...”

퍼억!
기철의 주먹이 박 실장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놈은 입에서 핏물을 토해내며 짐승 같은 비명을 질렀다.

“자발적? 가족도 없이 평생 라디오나 고치며 외롭게 늙어간 영감님이다. 그 외로움을 파고들어서 가짜 정을 팔아먹고, 농약을 마시게 만든 게 자발적 구매라고?”

기철이 박 실장의 목통을 더욱 강하게 조였다.

“내 이웃들 피눈물 흘리게 한 놈들은, 법보다 내가 먼저 심판한다.”

기철은 박 실장을 바닥에 내팽개친 뒤, 사무실 금고를 박살 내고 안에 있던 장부와 대포통장, 그리고 현금 다발을 거침없이 챙겼다. 최 노인의 돈, 그리고 시장 할머니들이 빼앗긴 쌈짓돈이었다.

비상등이 깜빡이는 폐공장.
바닥에 널브러진 놈들의 신음 소리를 뒤로한 채, 기철은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은 평범한 간판장이에서 완벽한 사냥개로 각성한, 통제 불가능한 괴물의 그것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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