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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Aug 30. 2024

[팩트체크]대발생 곤충 방제 조례는 곤충 '데스노트'?

친환경 살충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1. 최근 몇 년 동안 러브버그팅커벨 등 생소한 이름의 벌레가 갑자기 많아져서 굉장히 이슈가 됐는데요관련된 서울시 조례안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다면서요?

-  네 서울환경연합 등 57개 시민환경단체들로 이뤄진 <대발생 곤충 방제 지원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에 발의된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시민모임은 "해당 조례안은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이더라도 시민의 정신적 피해와 불편을 이유로 방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지금까지 38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반대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대발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과학적인 근거 없이 불편하다는 민원만을 근거로 적극적인 방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이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곤충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키우고 어떤 곤충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 가 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한다고 하지만, 특정 곤충만을 죽이는 ‘친환경’ 방제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2. 조례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조례안을 살펴보면요.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편을 유발하는 대발생 곤충의 적절한 관리 및 방제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시민들의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감염성 병원체를 매개하지는 않지만, 주거ㆍ상업 지역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역에 대량으로 출현하여 시민들에게 상당한 신체적ㆍ정신적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곤충"을 대발생 곤충으로 정의했고요. 시장의 책무로 "대발생 곤충의 적절한 관리 및 방제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방제 시, 관련 생태계 교란 및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하여 친환경적 수단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3.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을 방제하는 걸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이런 내용이네요조례안 제안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죠?

- 조례안을 발의한 윤영희 서울시의원은 시민 불편을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윤 의원은 "최근 지구온난화와 도시환경 변화로 인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팅커벨(동양하루살이)과 같은 곤충이 대량으로 발생하여 시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 발생시기가 빨라지고 발생지역 또한 점차 확산하는 추세임. 현행 법률과 조례상 관련 규정의 미비로, 시민들의 민원 폭증에도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방제할 수 없는 실정으로 올해 5월 기준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8,121건이며, 이는 1년 전보다 약 45% 증가한 것임. 이에 대발생 곤충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방제 지원 근거를 마련하되, 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하여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과 시민불편 해소에 기여하고자 함." 이렇게 제안 이유를 밝혔습니다.


4. 환경단체들이 이 조례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 오늘의 팩트체크 주제이기도 합니다. 친환경적 곤충방제는 사실인가? 다시 말하면 환경을 해치지 않고 특정 곤충을 없앨 수 있는가? 이런 물음이거든요. 

시민모임은 "해당 조례안은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이더라도 시민의 정신적 피해와 불편을 이유로 방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지금까지 38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반대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대발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과학적인 근거 없이 불편하다는 민원만을 근거로 적극적인 방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이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곤충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키우고 어떤 곤충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 가 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한다고 하지만, 특정 곤충만을 죽이는 ‘친환경’ 방제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5. 친환경 방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연 유래 성분 살충제 이런 것들도 나와있잖아요이런 걸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 조례가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벌레의 개체수가 갑자기 늘어나서 살충제를 뿌린다고 가정하면요. 일단 살충력이 뛰어나야 하는데요. 현재까지 개발된 제충국 등 천연유래 성분 살충제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천연유래 성분이라고 해서 친환경이냐 이건 또 따져 봐야하는 문제고요. 살충제는 말 그대로 벌레를 죽이는 약이잖아요. 벌레는 사람보다 자연에 가깝고요. 벌레가 어떤 이유로 늘어났는데 사람이 불편하다고 약을 뿌려서 벌레를 죽인다면 그걸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좀 넓은 시야로 보면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이뤄져 있는데요. 벌레 한 종류를 싹 없애버린다고 하면 그 벌레를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가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되죠. 그리고 그 벌레가 먹었던 먹이원이 있을텐데요. 가령 다른 벌레를 잡아먹었다고 한다면 그 벌레의 수를 조절하는 조절 기능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만약에 살충제를 사용했는데 이게 만약에 생물체의 체내에 배출되지 않고 쌓이는 성분이라면 먹이 사슬을 따라 생물 농축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죠.

끈끈이 트랩 같은 걸 많이 설치를 한다고 했을 때는요. 이게 생각만큼 벌레를 구제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요. 또 벌레가 까맣게 달라붙은 채로 주렁주렁 어딘가에 매달려 있다든가 하면 도시 미관을 해치게 되죠. 그리고 구제 대상 벌레 이외에 다른 많은 벌레들이 함께 죽는 악영향도 우려가 됩니다.     

6. 최근 문제가 됐던 벌레들이 러브버그팅커벨 이런 것들인데요앞서 살펴봤듯이 민원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잖아요어떤 문제들을 일으킵니까?

- 징그럽다는 이유가 많습니다. 너무 많이 날아와서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겠다. 몸에 달라붙는다. 불을 켜놓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가 대부분인데요. 너무 많고 징그러운 것 말고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는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정식명칭을 갖고 있는데요.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짝짓기한 상태로 날아 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립니다. 유충은 흙바닥에 살며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요. 상위 포식자인 물고기나 새의 먹이가 돼 사람한테 이로운 익충으로 분류됩니다.

팅커벨은 동양하루살이의 별명인데요. 동양하루살이는 불빛을 보고 달려들어 미관상 불편을 주지만, 입이 퇴화해 사람 등을 물지 않고 감염병을 옮기지 않는 무해한 곤충입니다. 게다가 하루살이 유충들은 물고기의 먹이, 성충은 새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생태계 먹이 피라미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벌레들이 보인다면 아 우리동네는 물이 깨끗한 편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7. 이런 벌레들이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한꺼번에 어마어마하게 날아와서 우글거리면 불쾌감을 준단 말이죠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 사람이 벌레를 혐오하는 많은 이유가 있는데요. 그 중 가장 큰 것이 아마 병을 옮긴다는 이유일 겁니다. 실제로 모기나 바퀴벌레 같은 곤충은 병을 옮기죠. 사람의 피를 빠는 곤충도 있고요. 여러가지 학설들이 있는데요. 결국엔 학습을 통해 곤충을 혐오하게 된다는 가설이 유력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벌레를 만지거나 관찰하는 걸 별로 꺼리지 않잖아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벌레를 싫어하게 되죠.

이런 벌레로 인한 불쾌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벌레를 아예 없애버리는 방법이 있겠는데요. 그런데 사실 이 방법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기는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곤충으로 꼽히는데요. WHO에 따르면 매년 40만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4만명 이상은 뎅기열로 사망합니다. 일본뇌염, 치쿤쿠니야병, 황열병, 지카바이러스 등도 모기가 옮기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인류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오랜 싸움을 벌였지만 모기를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모기를 없애기 위해 DDT를 사용했지만 내성이 있는 모기가 등장했죠.

대발생하는 붉은등우단털파리나 동양하루살이를 잡기 위해서 살충제를 뿌린다고 해도 박멸은 어렵습니다. 특히 동양하루살이 같은 경우에는 물이 비교적 깨끗한 지역에서 서식하거든요. 그래서 서울에서는 강동 송파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고, 구리 하남 이런 한강 상류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데요. 여기가 상수원 보호지역이라서 살충제를 뿌릴 수도 없습니다. 이게 최근에만 그런게 아니고요. 야구팬들은 아마 잘 아실텐데 잠실 야구장에 이 동양하루살이가 날아든 것은 굉장히 오래전부터입니다. 야구장의 조명탑 밝은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것이죠.      


8. 그래도 당장 벌레들이 무수히 날아들면 불편하고 불쾌하게 느끼실 분들이 많아요대처법을 좀 알려주시죠.

- 동양하루살이는 5~6월에 주로 발생하고, 붉은등우단털파리는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발생합니다. 올해는 이 두 종류는 더이상 대발생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요. 동양하루살이는 빛에 모여드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둡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물을 뿌려주면 날개가 약하기 때문에 땅으로 떨어진다고 하고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외출시 어두운 색 옷을 입으면 몸에 덜 달라붙는다고 합니다. 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게 싫으면 출입문 틈새와 방충망을 점검해서 뚫려있는 부분이 없도록 하시고요.

무엇보다도 '원래 자연은 곤충의 땅이었는데 우리 인간들이 잠시 빌려 살고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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