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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물가 OECD 2위?

고물가를 비껴가는 방법은??

by 선정수

1. 오늘 확인할 주제는 <한국 식품물가 OECD 2위>입니다. 먼저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 짚어보죠.

-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체감물가 고공행진…韓 음식료품 구매력 기준 물가 OECD 2위>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실질 구매력을 고려한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OECD 통계를 인용했고요, OECD의 구매력 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국내 거의 모든 매체가 이 기사를 따라서 보도했습니다.


2.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구나 하는 생각은 많이들 하셨을 것 같은데요. 세계 2위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 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은 경제 규모와 환율 등 변수를 구매력 기준으로 보정해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지표인데요. 1위는 유럽의 대표적인 고물가 국가로 꼽히는 스위스(163)였습니다. 우리나라가 147을 기록해 두 번째로 물가가 높은 나라로 기록됐는데요. 경제 규모가 큰 미국(94)이나 일본(126), 영국(89) 독일(107) 등도 한국보다 음식료품 물가가 낮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복과 신발 물가지수 역시 137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반면 여러 품목을 포괄하는 가계 최종 소비 물가는 85로 평균 아래로 나타났습니다. 교통, 문화·여가, 외식, 주거 물가 역시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물가는 전품목 평균을 내면 OECD 국가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먹고 입는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품목이 상대적으로 비싼 걸로 나타났습니다.


3. 음식이나 의류 등 생활에 직결된 물가가 높다면 소득이 적은 분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생활물가가 높은 이유는 뭘까요?

-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의식주 등 필수재의 물가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가격도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과일 채소 육류가격 수준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며,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도 높은 편이다. 이는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은 데다, 유통비용이 높은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4. 식료품 가격은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고 유통비용이 높기 때문에 물가 수준이 높다고 분석했군요.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뭔가요?

- 경제 당국이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는 시각인데요. 우리나라는 농지 면적이 좁고 영농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다고 지적합니다. 대규모 농장에선 기계화와 자동화를 적용해 투입되는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 단위 면적 당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생산량은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기에 불리하고, 농업 경영이 소농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다가 농촌지역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야기죠.

개방도가 낮다는 말은 농산물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없다는 걸 나타낸 말인데요. 우리나라는 미국 등 주요 농업수출국과의 지리적인 거리가 멀어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의 수입이 어려운 데다 운송비용도 높습니다. 사과 같은 저장성 높은 일부 품목은 검역 이유로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5. 농산물 가격이 비싸면 외국에서 싼 걸 수입해다 풀면 되지 않냐 이런 접근인 것 같은데요. 한 편에선 도시 소비자 입장만 생각하고 농촌 생산자 입장은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 맞습니다. 한국은행은 "향후 고령화로 재정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차질은 생활비 부담을 계속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생산성 제고, 공급채널 다양화 등과 같은 구조적 측면의 개선이 긴요하다."라고 짚었습니다. "영농 규모화 등을 통해 농업생산성을 제고하고 공급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가격 수준과 변동성을 낮추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공급·수요 탄력성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고요. "다만 수입이 과도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되면서 국산 과일의 생산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하여야 하며, 이러한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개방 속도와 범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여 농가손실을 최소화하고 식량안보를 유지하는 정책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짚었습니다.

비싸다고 무작정 수입을 하는 일이 반복되면 농업인들은 해당 품목의 농사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면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고요. 전량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요. 지금은 돈 주고 사 오면 되지 않냐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런 사례가 많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1980년대 전 지구적인 냉해가 발생했을 때 곡물 파동이 일어났죠. 모든 곡물 가격이 상승해서 구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고요. 2023년 인도에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양파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뛰자 수출을 금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네팔,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주변국은 물론 멀리 중동 국가들도 양파 때문에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국내 생산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6. 의류 가격도 좀 짚어보죠. 우리나라 옷 값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건데, 이유는 뭘까요?

- 한국은행은 의류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국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의류 유통이 백화점과 같은 고비용 유통경로에 편중되어 있고 일부 해외 의류업체가 국내판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사례도 빈번히 관측된다고 밝혔습니다.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의류 소비 성향이 의류 항목의 지출을 늘린다고 본 겁니다. 이게 의류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는 거라고 짚은 거죠. 한국은행이 인용한 2022년 자료를 보면 일명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 사치품 연간 1인당 구매액은 한국은 325달러, 미국 280달러, 중국은 5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입성으로 가방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부 계층의 문화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풍조가 의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소위 '명품'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해외 사치품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만만히 생각하고 다른 나라 매장보다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일이 생겨나는 거죠.


7. 그럼 이런 의류 물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한국은행은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는데요. 하나는 고비용 유통구조 개선입니다. 의류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국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고요. 의류 유통이 백화점과 같은 고비용 유통경로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짚었는데요. 한은 분석결과 2023년 기준 의류·신발·가방의 백화점 매출 비중은 2023년 기준 35%대로 분석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의류 판매 비중이 큰 백화점의 판매수수료율이 여타 상품군 및 유통 채널에 비해 높으며, 판매 방식도 중간 유통을 줄일 수 있는 직매입(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 비중이 3%대로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의류 부문의 백화점 수수료율은 30%에 육박하는 걸로 추정되는데요. 이런 고비용 유통구조를 극복할 수 있어야 의류 물가가 낮아질 수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사치 안 하고 남의 눈치 덜 보고, 백화점에서 살 것을 직구매 방식으로 구입하면 개별 가정의 생활비를 줄일 수 있겠죠.


8. 공공요금은 주요국에 비해 낮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도 한 번 짚어보죠.

- 우리나라 전품목 평균 물가는 OECD 국가 평균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생활 물가가 높은데도 다른 나라와 엇비슷한 물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낮은 공공요금 수준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 건데요.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요금을 올리지 않고 있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기업들이 경영 적자를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죠. 주택용, 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의 원가보상률은 현재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요. 전기요금 총괄 원가보상률은 최근에야 100%를 넘은 걸로 추정됩니다. 그렇지만 여태껏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빚이 어마어마한 상태죠. 이 부채를 해결하려면 결국엔 가격 현실화가 이뤄져야 하는데요.

이런 요금을 올리면 결국 생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니까 정부가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거죠. 한은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으로 생산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공서비스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9. 요즘 칩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어떤 뜻인가요?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어단어 저렴한에 해당하는 cheap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인데요. 현실에서 체감되는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한층 더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저가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고가 상품보다 더욱 높게 나타나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저소득층은 저가 상품에 대한 지출 비중이 이미 높기 때문에 저가 상품 가격 상승 시 소비대체가 어려워 특히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칩플레이션을 고려할 경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 실효 물가상승률 격차는 더욱 커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수준 상승으로 취약 가계의 부담이 크게 높아져 있는 현실을 감안해, 단기적으로는 할당관세 등을 통해 농산물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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