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까마귀 습격... 대처법은??
1. 오늘 확인할 주제는 <새가 사람을 공격한다>입니다. 사람이 새를 잡고, 공격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새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 신문방송학 수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건 기사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사다." 의외성이라는 측면인데요. 이걸 새에게 적용해 보면 사람이 새를 잡는 건 기사가 아니고, 새가 사람을 잡아야 기사가 된다. 이렇게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새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번식기를 맞은 새들 중에 몇몇 종류는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이 엄청나게 강해집니다. 그래서 자기 영역에 다가오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한 아파트에서 까마귀가 행인들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신문 보도 제목이 <‘도심깡패’ 된 까마귀 대책 없나…‘사람 공격’ 안전문자까지>였는데요. 까마귀 두 마리가 행인들의 머리를 공격했다고 합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구청은 사유지라서 포획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하고요. 다만 구청은 안전 문자를 보내 <까마귀 공격 신고가 접수 됐으니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
2. 새가 사람을 공격하는 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인가요?
-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것만 좀 추려봤습니다. 지난 1일 KBS는 <길 가다 까마귀 공격에 봉변…“뾰족한 대책 없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길 가는데 갑자기 머리를…” 울산 공포에 떨게 한 퍽치기범 정체>라는 기사를 냈고요. 지난해 6월엔 경기일보가 <과천 도심서 ‘까치의 습격’⋯주민들 "정수리 공격" 호소>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재작년에는 물까치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행인을 공격한 사례가 있었고요. 옛 기사를 좀 찾아봤는데요. 1972년 7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수유동에서 쑥을 캐던 30대 남성이 꾀꼬리 한쌍에게 20분 동안 공격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3.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해외 사례는 어떻습니까?
- 해외에서도 번식기를 맞은 새들이 둥지 부근을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호주에선 봄이 되면 호주까치가 사람을 공격해 매년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호주까치는 우리나라 까치와 생김새는 약간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인 데요. 번식기에는 굉장히 포악해지는 걸로 유명합니다. 2021년에는 7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한 공원에서 생후 5개월 아기를 안고 산책을 하던 아기엄마가 호주까치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기 엄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숙인 채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바람에 아기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2019년에는 자전거를 타던 노인이 호주까치의 공격을 피하다 공원 울타리에 부딪혀 머리 부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12살 소년이 비슷한 상황에서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4. 사망사고가 여러 건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 포획하자고 했을 것 같은데, 호주의 대책은 어떻습니까?
- 2019년 호주 시드니의 힐스 샤이어 의회는 이 지역에서 3년 동안 사람을 공격해 40건 이상의 민원 신고를 유발한 '윈저 로드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호주까치를 사살했습니다. 이 호주까치는 다른 개체보다 훨씬 공격성이 강하고 헬멧 아래로 급강하해 사람들의 얼굴을 공격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는데요. 의회는 "대중에 대한 심각한 위험"으로 규정하고 경찰과 협의해 사살했다고 합니다. 여러 번 포획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결국 사살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지역사회에 이 새를 사살한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호주까치는 8월부터 11월 사이의 번식기에만 급강하하기 때문에 위험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 조치라고 하고요.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는 새이기 때문에 사살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고 합니다.
5. 사망사고까지 일으켰는데도 호주 사회는 호주까치에 대해 그다지 적대적이지 않군요. 옆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까마귀 문제를 더 먼저 겪었다면서요?
- 네 일본 도쿄 도심의 까마귀는 1980년대부터 늘기 시작해 2000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었다고 합니다. 1985년 첫 개체수 조사에서 6737 마리 던 것이 1990년에는 1만 863마리, 2001년에는 3만 마리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까마귀가 크게 늘면서 “쓰레기가 마구 흩어져 있다”,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공격을 당할까 봐 무섭다” 등의 민원(2001년 3752건)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도는 2001년 대응팀을 만들어 까마귀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20년이 지난 2020년 조사에선 개체수가 70% 줄어든 1만여 마리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해법은 쓰레기 처리 방식을 바꾼 건데요. 까마귀의 먹이가 되는 쓰레기를 아침 일찍 수거하도록 했고, 올가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부 자치구는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는 노란 봉투를 도입했고, 까마귀가 싫어하는 매운 성분을 바른 봉투를 판매하는 기업도 생겼다고 합니다. 또 쓰레기 양 자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 등의 쓰레기 처리를 유료화하기도 했고요. 이런 정책이 먹혀들면서 까마귀 숫자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6. 우리나라에선 까마귀가 도시에 나타나기 시작한 게 별로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까마귀 속 조류는 모두 4종입니다.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인데요. 지금 도심에서 사람과 마찰을 빚는 건 큰부리까마귀와 떼까마귀입니다. 때까마귀는 수천 마리씩 떼 지어 이동하면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고, 배설물 때문에 민원을 유발합니다. 큰부리까마귀는 말씀드린 대로 번식기에 사람을 공격해서 문제가 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 큰부리까마귀는 여름에는 주로 산림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저지대로 나오는 습성을 갖고 있었는데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의 생활영역이 점점 산림을 잠식했고, 큰부리까마귀는 사람 주변에 먹을 것이 있다는 걸 학습하게 되면서 도시에 자리를 잡게 된 겁니다.
뚜렷한 천적이 없는 데다가 안정적으로 먹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니 개체수가 급증하는 것이죠.
7.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까마귀를 포획하면 안 되나요?
- 야생생물법은 유해야생동물 8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큰부리까마귀는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경우와,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경우 지자체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는데요. 이번처럼 번식기를 맞아 둥지 주변을 오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큰부리까마귀를 포획할 근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까마귀가 괘씸하다고 함부로 포획하거나 죽이면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8.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들이 새들에게 무방비로 습격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뭔가 대책이 없을까요?
- 호주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거나 우산 아래에 숨어 까치의 급강하로부터 얼굴을 보호하세요. 자전거를 타는 동안 까치가 급강하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면 급강하를 멈출 가능성이 큽니다. 번식기 동안 '방어 구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대체 경로를 이용하여 해당 구역을 피하십시오. '방어 구역'에 들어가야 할 때, 까치를 끊임없이 감시하거나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걷는다면 까치가 덮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라고 하네요.
호주 자치 단체들은 해당 지역에 까치가 있다는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일부 주에서는 둥지 목격 정보를 추적하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앱을 통해 사전에 경고를 받은 시민들은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지역을 피할 수 있죠. 우리도 이런 앱을 만들어서 까마귀 공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길을 가다가 이런 아기새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깃털이 나지 않은 새가 땅에서 발견됐다면 주변에서 둥지를 찾아보고 둥지에 올려주는 게 좋습니다. 두 시간 정도 관찰해 보고 어미 새가 온다면 그 아기 새는 안전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연락하면 됩니다. 깃털이 난 새끼 새가 땅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면 정상적으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급적 그냥 두고 멀리서 지켜보고요. 개나 고양이의 습격이 우려된다면 덤불이나 근처 나무 밑에 두고 어미가 오는지 기다립니다.
함부로 새끼 새를 주워 집으로 데리고 가면 안 됩니다. 불필요한 새끼동물의 이동은 납치와 같다고 보면 되고요. 새끼 동물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어미 동물의 보살핌이라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